베를린의 심장에서 열리는 '통일 정자 오후의 음악회'
출처
KOFICE(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작성자
코리안넷관리자
작성일
2018.08.27

독일 베를린 포츠다머 플라츠는 한 때 동서를 가르는 장벽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장벽이 무너진 이후 이곳에는 모든 것이 새롭게 지어졌다. 베를린을 한 바퀴 도는 시티투어 버스가 시작하는 곳으로 전 세계에서 모인 관광객과 새로운 건물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들, 주민들과 학생들이 뒤섞여 늘 분주하다. 겨울에는 세계적인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조금만 더 걸으면 베를린 필하모닉이 있는 문화로 가득 찬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과거 장벽이 서 있던 그 선을 넘나든다. 3년 전 이곳 광장 한가운데 광장의 신식 건물들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른 건축물이 들어섰다. 바로 한국이 세운 '통일 정자'다. 처음에 이 정자가 이곳에 세워졌을 때 사실 고개를 갸웃했다. 주변의 분위기와 동떨어진 채 대중들에게 개방되거나 활용되지 않고 생명력 없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베를린 포츠다머 플라츠 '통일 정자'에서 열린 오후의 음악회>


<베를린 포츠다머 플라츠 '통일 정자'에서 열린 오후의 음악회>


지난 21일 수요일 낮 12시 반, 올해의 마지막 여름 햇볕이 내리쬐는 포츠다머 플라츠에서 낯선 거문고 소리가 들려온다. 생전 보도듣도 못한 소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멈춘다. 뜨거운 햇볕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간이 의자에 자리를 잡는다. 간단한 점심거리를 챙겨와 먹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거문고 연주자인 윤송일 씨가 30분간의 거문고 연주를 마치자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사람들은 다시 저마다의 길로 흩어져 사라진다. 이날 통일 정자는 잠깐이었지만 충만한 생명력과 존재감을 드러냈다. 윤송일씨는 한국에서는 작곡을 했는데, 지금은 베를린에서 공부하며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열리는 한국 관련 테마 전시회 등에 종종 참여해 한국의 소리를 들려준다. 윤송일 씨는 연주회 이후 '낯선 음악, 낯선 악기인데도 사람들이 의외로 좋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고, 음악을 듣고 난 이후 표정이 밝은 것을 보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공연은 주독일한국문화원에서 준비한 '통일 정자 오후의 연주회'다. 지난 5월부터 수요일마다 오는 9월까지 총 13차례 연주회가 열린다. 오는 9월 26일에 마지막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점심시간 30분간 진행되는 짧은 연주회지만 그 이면에는 통일 정자 활용을 위한 오랜 고민이 있었다. 이는 통일 정자를 처음 세웠던 당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 한국 측에서 베를린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와 통일 정자 설치를 제안했다. 여러 장소가 후보에 올랐지만, 과거 장벽이 지나간 자리가 아직까지도 선연한 이곳만큼 의미가 큰 공간은 없었다. 결국 포츠다머 플라츠로 장소를 결정했지만,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철저한 도시계획과 공간계획으로 만들어진 포츠다머 플라츠의 공원에는 법적으로 그 어떤 건축물도 들어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통일 정자는 건축물이 아닌 '예술품'의 자격으로 2년 동안 기한을 받아 세워지게 되었다. 통일 정자 옆에는 실제 베를린 장벽을 함께 세워놓았고, 간략하게 한국의 분단 상황을 설명하고 통일 정자의 의미를 설명해놓았다. 현재 베를린시와의 협상을 통해 설치 기간을 1년 더 연장했지만, 이후에도 사실 계속 기한 연장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이곳에 서 있는 통일 정자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고,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활동이 필요한 것이다.


<통일 정자 오후의 연주회를 감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통일정자 옆에 함께 세워놓은 베를린 장벽이 눈에 띈다>


<통일 정자 오후의 연주회를 감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통일정자 옆에 함께 세워놓은 베를린 장벽이 눈에 띈다>


그런 고민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통일 정자 오후의 음악회다. 주독 한국문화원 담당자는 “이 행사를 시작으로 통일 정자를 한독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한독뿐 아니라 여러 음악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자 기획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통일 정자에 대해서는 “관광객들이 이곳에 와서 통일 정자를 보고 이게 왜 여기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면서 “그러고 옆에 서 있는 베를린 장벽에 적혀진 글을 읽으면서 독일과 같은 분단국가로서 한국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평소에도 통일 정자의 문을 열어놓고 대중들에게 개방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개방을 하면 정자를 지키고 안내하는 상시 인력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안전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모두 다 결국 인력과 예산의 문제다. 문화원 담당자는 “지금 이 오후의 연주회도 작은 행사지만 인력과 예산이 들어가는 행사다. 앞으로도 통일 정자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의 엄격한 규정으로 현재 통일 정자는 '임시'로 세워져 있는 상태다. 통일 정자의 문화적, 교육적인 활용을 통해 그 의미를 더하고, 이 자리에서 계속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이유진 독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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