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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타려면 바다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 말라
기업명
Palmtour USA
국가
담당업무
오퍼레이터
작성자
17기 남예진
기수
상시
작성일
2024.01.09

[지원 동기]

인턴쉽에 지원하게 된 동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였습니다.

저는 이전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었는데,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한편으론

1)학생 신분이 아닌 직장인으로도 생활해보고 싶었고

2)따뜻한 기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이에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끝내자마자

  한상기업 청년인턴쉽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하와이에 있는 허니문 여행사

  ‘팜투어’에서 1년 동안 근무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와이를 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앞에서도 언급했듯 저는 날씨가 온화한 지역을 가장 원했습니다.

  - 그 중에서도 영어를 사용하는 지역을 원했습니다.

    그나마 익숙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게 큰 메리트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 이왕이면 동양인, 특히 동북아시아인 비율이 높은 다인종 사회를 원했습니다.

백인주류사회에 비해 동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더 존중받을 수 있고,

한식 등의 접근성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는 외국에서 사는 것에 큰 환상이 없는 상태였고,

세련되고 편리한 시티라이프나 화려한 컨텐츠가 그닥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뭣보다 외국인 노동자의 실생활에 대해 나름대로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운전도 못하고 인턴월급으로는 넉넉지도 않을 것 같았기에,

섬처럼 콤팩트한 곳에서 생활을 꾸리기가 더 쉬울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뭣보다 스케일은 작아도,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느긋하게 살아가는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와이 생활]

하와이 생활의 장점입니다.

1. 날씨가 좋고 풍경이 아름다우며 자연 속에서의 야외활동을 많이 즐길 수 있습니다.

2. 휴양지라 (그나마) 치안이 괜찮고 사람들이 여유로운 편입니다.

3. 차 없이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합니다.

4. 외국인과 어설픈 영어에 관대한 분위기입니다.

5. 동양인이 이질적이지 않아 심리적으로 위축되는게 적고,

  인종차별 역시 느끼지 못했습니다.

6. 일본 커뮤니티가 발달한 곳이라, 미국문화와 더불어

  일본문화까지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해외생활이 처음이거나, 느긋한 분위기에서 천천히 적응하기를 원한다면

  하와이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 입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야외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반면 하와이 생활의 단점입니다.

1. 경험할 수 있는 산업의 종류와 규모가 한정적입니다.

2. 경험할 수 있는 컨텐츠와 커뮤니티 역시 한정적입니다.

3. 관광지+섬+미국 달러의 조합으로 물가와 집세가 비쌉니다.

4. 태평양 한가운데에 고립된 느낌, 혹은 휴양지 특유의

  붕 뜬 분위기가 싫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시골살이를 싫어하고, 다양한 경험과 커리어에 대한

  야망이 크신 분이라면 하와이에서의 생활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저는 섬 생활이 잘 맞는 성향이었고,

덕분에 아름다운 날씨와 자연에 큰 감흥을 받으며

즐겁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일 년 내내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가벼운 여름옷을 입을 수 있는 것,

내킬 때마다 바다로 달려가 파도를 즐길 수 있는 것,

매일 퇴근길마다 선셋을 즐기고, 쉬는 날에는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원시적인 산세와 무지개 속에서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것.

그 모든 게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회사 생활]

저는 한국 허니문 전문 여행사의 하와이 지사에서

1년 동안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하와이 지사는 영세한 기업이었고 근무환경은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제가 처음 근무를 시작했을 때, 하와이 지사 오피스에는

단 세 명만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인 매니저는 그로부터 3주 뒤에 퇴사했고,

다른 한 명인 시니어는 한 달 뒤에 퇴사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정직원도 아닌 오후 파트타이머였는데

반 년 뒤 퇴사했습니다.

사실상 한상기업을 통해 함께 입사한 인턴 친구와

둘이서 오피스를 운영한 셈입니다.

심지어 여행업 특성상 주 7일 오픈이라,

각자의 휴무를 고려하다 보니 일주일에 두어번은
오피스에 혼자 출근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새로운 사람을 뽑을 의향이 없었고,

이에 조율을 요청했으나 결국 대표님의 가족 한 분이

주 4일 오후에 출근하는 걸로 정리되었습니다.

갓 대학 졸업한, 외국인 신분의, 무경력 신입 인턴 두 명으로

오피스를 굴리겠다는 발상은 많이 놀랍고 실망스러웠습니다.

제대로 된 메뉴얼이나 충분한 트레이닝 역시 없었고,

인턴직급에게는 지나친 업무범위와 강도, 책임이 뒤따랐습니다.

함께 온 친구와 서로 의지하며 스트레스와 압박을 버텨냈지만

혼자였다면 필시 귀국을 고려했을 것입니다.

한상기업 인턴쉽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의 요건 중에는,

‘인턴이 근무하게 될 오피스의 상주인원은 1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항목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팜투어 하와이 지사는 팜투어 본사의 정보를 넘겨

이 항목을 통과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실질적으로

프로그램 참가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결국 남은 기간을 채우고 귀국하기로 결정했으나,

앞으로는 기업요건을 더 꼼꼼히 걸러내 또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식의 영세기업, 또 여행사에서 근무하며 느낀

장점과 단점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인턴으로서는 매우 넓은 범위의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여행사 오피 업무는 물론, 마케팅 및 브랜딩 업무, 손님 응대 및

  영업, 거래처 GM들과의 만남이나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회사 컨트랙까지 다뤘습니다.

  바로 위 직속상사가 지사 대표님 뿐이었기에, 대표님을 대신하여

  판단 및 핸들링할 일도 많았습니다.

2. 업계 시스템 파악에 용이했습니다.

  회사의 사사로운 일부터 거의 모든 영역을 넘나들며 업무를 봤기 때문에,

  일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뚜렷한 체계가 존재하지 않아, 최소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근무할 수 있었고 다양한 판단과 업무처리에 있어서 자유도가 높았습니다.

3. 현지 여행사 오피는 손님의 일정을 조율하고 정리하는 것과 동시에,

  현지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사건사고들을 직접 처리해야 합니다.

  꼼꼼함과 신속함이 모두 요구되고, 빠르고 정확한 판단 및 행동이 중요하며,

  돌발상황 및 위기대처능력이 필요합니다.

  가지각색의 사람들과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문제해결능력만큼은 크게 기를 수 있었습니다.

4. 여행업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관광상품들을 몸소 체험하며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인스펙션을 통해 와이키키에 있는 거의 모든 호텔을 경험할 수 있었고,

  서핑, 터틀 스노쿨링, 하나우마베이, 루아우쇼, 완섬 투어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섬을 어떻게 즐겨야하는지 속속들이 꿸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5. 여행업의 가장 큰 단점으로는 남들이 놀 때 업무가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주말 및 공휴일이 제일 바쁘기 때문에 주말에는 거의 쉬지 못했고,

  평일 이틀을 쉬는 스케줄로 일했습니다. 저는 한산한 평일에

  노는것이 나쁘진 않았으나, 남들과 같은 리듬으로 일하길 원하는 분이라면

  이 점이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또, 업계 특성 상 밤낮 가리지 않고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사생활 분리가 어렵습니다.



[소감]

1년 가까이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공개적인 곳에는 차마 적을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솔직히 남들에게 추천할 만한 경험은 아니지만,

막 대학을 졸업한 신입으로서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해봤음은 분명합니다.

낯선 도시에서 살 집을 찾고 계약을 하고 스스로 벌어서 생활했습니다.

새로운 관계를 쌓고 한편으론 외로움을 견디고

그러다 그 과정을 느긋이 즐기게도 되었습니다.

루틴을 만들고 삶을 정돈해나가는 법을 배웠고, 문제해결력과 생활력,

자립심을 키울 수 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회사생활 역시, 이런저런 부조리를 떠나,

저의 질량을 혹독하게 키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양한 인간군상과 사건사고들을 겪었던 경험이 모두

제 안에 축적되었음을 느낍니다.

이렇게 형성된 근육은 앞으로의 삶에서도, 새롭게 다가오는

많은 의무들 역시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뭣보다 이 무지개 가득한 섬에서 삶의 한 부분을 보낼 수 있음은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눈닿는 모든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 동화같은 풍경을 일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

매일매일 깨끗한 공기와 쾌청한 하늘과 푸른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천혜의 자연이 가져다주는 광활함과 생명력 속에서,

그저 매일을 감탄하며 살았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서핑을 배울 때는 ‘파도를 타려면

바다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고 서기까지는 물에 여러 번 빠지기 마련인데,

과도하게 겁을 먹으면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성공한다면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환상적인 순간을 맛볼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광활한 바다 위 우뚝 서서, 파도를 구르며

시원한 바람을 맞았을 때는, 이 순간을 위해 몇 번이고

물에 빠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물다섯 꼬박 먹은 후에야 바다와 친해진 것이 억울할 정도였습니다.

여기 오기 전 저는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었으나

이제는 크게 밀려오는 파도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새롭게 알게 된 세계와 또 제가 품게 된 애정에 감사하며,

강한 햇살과 바다 짠기가 길러낸 지난 1년이 몸과 마음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기꺼이 바다에 빠질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즐기지 못할 파도가 어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