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한상넷 로고한상넷

전체검색영역
호주 IT회사에서 살아남은 문과쟁이
기업명
ECNESOFT PTY LTD
국가
담당업무
-
작성자
최재연
기수
3기
작성일
2019.04.24

대학교 3학년 2학기를 마친 시점, 많은 방황을 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자격증 공부, 영어 공부 하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것은 없었고, 또 끈기있게 하지 못했다. 지원한 인턴도 모두 떨어졌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내가 정말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여행다니길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길 좋아하는 나의 장점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했다.


면접을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해 답변 적거나 외워서 준비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진심을 전하자라는 목적으로 머릿속으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하게될 것인지 그려볼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시 현장에서 준비된 답변이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릴 수 있었다. 내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들으시던 대표님이 면접 자리에서 바로 같이 일해보자고 하셨다.


또 운이 좋게 인턴 생활에 더 책임감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당시 인턴십이 SBS에 방영되었는데, 대표적으로 우리 회사가 선발되었고 그 인터뷰를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해외에서 인턴으로 근무를 하는 한상인턴십에 합격하게 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 통해서 또 한번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포부를 보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티비를 보는 많은 사람들과 ‘인턴이 끝날 시점에 나는 이 회사에서 없으면 안될 인재가 되겠다.’라는 다짐을 하고 시작했다.



인턴 최재연 사진1

우리 회사는 IT회사로, 주로 가게와 매장에서 영업을 위한 포스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수입한 하드웨어와 함께 판매하는 회사이다. 나는 영업 부서에 근무하였다. 회사에서 우리 영업 부서가 맡는 일은 기존 우리 고객을 관리하고 시장을 분석해 고객 층을 넓혀가는 것이다.


IT회사의 영업부서인 만큼 정상 업무를 진행 위해서 IT 지식이 필수였고, 컴퓨터와 친해져야만 했다. 또한 호주 회사이기 때문에 영어로 수월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했다. 나는 IT계열 전공도 아니었고, 게임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니라 컴퓨터와 친하지 않았다. 또 영어로 영업을 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다. 둘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했던 나는 인턴의 신분으로 있는 동안 두가지 모두 충족하고자 했다.


처음 3개월 동안 필요한 IT 지식을 갖추기 위해 공부했다. 영어로 된 설명서를 읽으며 찾아보고, 검색해봤다. 주변에 IT에 대한 지식이 있는 분들을 찾아가서 모르는 내용을 끊임없이 물어 보았다. 호주에 오기 전 책상에 30분 조차 앉아있기 힘들어 했지만 어느샌가 나는 퇴근 후 사무실 바닥에 앉아 몇시간을 할애해서 컴퓨터를 열어보고 있었다.


영어로 업무를 하는 데에 지장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항상 영어에 노출시켰다. 매일같이 영어 라디오를 들으며 출퇴근을 했고, 주말에는 현지의 운동 동호회에 참가하여 현지인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했다. 결과적으로 예정된 6개월의 인턴 기간이 아닌 3개월 만에 인턴을 수료할 수 있었고, 직후 정직원 자격으로 본격적으로 업무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예상처럼 업무는 쉽지 않았다. 특히 이민자들이 많은 이 호주는 여러 나라로 부터 온 사람들이 있다. 호주 현지인은 물론이고 아시아, 중동, 동남아, 남미, 북미, 유럽 등 많은 나라로 부터 온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고객이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 직접 부딪혀야 했다. 문화적 특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서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소통하기 쉽지않았고, 또 나도 어려운 IT용어를 영어로 설명하는 일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가끔 전화 너머 고객의 한숨 소리를 들을 때면, 그 날은 잠자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포기하지 않고 두려움을 이겨내야 했다.


전화가 안되면, 휴대폰 메세지를 보냈고, 그것도 안되면 직접 만나자고 했다. 직접 만나서도 안되면, 그림까지 그리며 대화했다. 짜증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니 먼저 이해를 구할 수 있었고 이내 적극적이고 헌신하는 나의 태도에 그들은 마음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사람마다, 나라마다 각각의 특징이 있고 성격이 다르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벽도 있다. 하지만 그들과 통할 수 있었는 단 한가지는 진심이다. 내가 그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생각해준다면, 그것은 말로 전달되기 힘들어도, 표정과 태도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6개월이 지난 이제 고객들로부터 나를 찾는 전화가 온다. 처음 나와 대화하며 짜증을 냈던 중동계 고객, 나이가 지긋하신 까다로운 한국인 고객과 영어를 잘해 나에게 영어를 가르쳐줬던 베트남계 고객 등 내가 특히 어렵다 생각했던 고객들은 나를 찾곤 한다. 내가 수개월 동안 공들였던 나의 ‘진심 전하는’ 전략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나를 찾는 전화를 받았을 때 그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없었다.



인턴 최재연 사진2

3개월 후 직접 현장 설치하러 나간 날(하얀색 기기를 포스기기라 한다)



인턴 최재연 사진3-사장님과 함께 간 멜번 출장

사장님과 함께 간 멜번 출장



내 구두를 우연히 바라봤다. 처음에 면접을 보기 위해 구매한 구두인데, 당시에 구두가 너무 작아서, 신고 나가기만 하면 발에 물집이 잡혔다. 

잘못 산 게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어려운 구두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이 구두를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신발 보다 편하게 신고 있었다. 6개월 동안 빨리 낡고 닳은 구두를 보며, 내가 정말 게을리 하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업무는 쉽고, 수월하지 않았다. 살면서 IT를 접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전에 나는 컴퓨터가 멈추면 그냥 전원 버튼을 꾹 눌러 컴퓨터를 꺼버리곤 했고, 컴퓨터가 느려진다면 백신 프로그램 한번 켜주는 것이 내가 알고 있던 컴퓨터의 전부였다. 외국 생활은 6개월간 다녀온 어학연수가 전부인데, 그것도 어학당에서 요구하는 출석일 수도 못채워 졸업장도 받지 못했었다. 모든 것이 백지로 부터의 시작이었다.


열정을 잃어가는 나에게 주어진 하나의 기회였고, 평생 접해보지 못한 분야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다. 그리고 내가 쌓은 지식을 사람들이 찾고, 또 나에게 고마워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이제 나는 한상 인턴십을 마무리 하며, 인턴 신분을 완전히 벗고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게 된다. 내가 이 인턴십을 시작하기 앞서 ‘없으면 안 될 위치’ 에서 일하겠다고 다짐한 것 처럼 지금 그 약속에 맞게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정말 그렇게 성장하여 회사와 함께 발전하고,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인재가 되고 싶다.


아직 대학생 티도 벗지 못한 문과생이 호주의 IT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틀에 박힌 사고를 깨고자 했고 시선을 이겨보자 했다. 이 인턴십을 성공정으로 마무리한 것은 앞으로의 내 삶에서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다.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는 청년분들에게도 나의 사례가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메세지를 전달했으면 한다.



인턴 최재연 사진4-내 구두

내 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