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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Your Own Footprint!
기업명
FLEXFIT, LLC
국가
담당업무
디자이너 어시스턴트
작성자
옥구슬
기수
4기
작성일
2019.06.21

01. 한상 인턴십에 도전하게 되기까지


중국 교환학생, 뉴욕 Co-op인턴을 거치며 나는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도서관에 틀어박혀 남들이 하는대로 자격증을 따고 하고 싶지도 않은 공부를 하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넓은 세상으로 나가 몸으로 경험하고 뭐라도 배우는 것이 나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회의감이 들 즈음, 한상 청년 인턴십을 알게되었고 정부가 청년들을 해외 각지의 한인 기업로 연결해주어 갖가지 지원을 해주는 이 프로그램에 고민할것 없이 지원하게 되었다.



02. 당당한 악수는 합격으로 이끈다


인턴 옥구슬 사진1


내가 지원한 회사는 Flexfit이라는 베트남과 방글라데시에 공장을 두고 한국, 뉴욕에 지사를 둔 LA의 모자회사이다. 뒷고리가 늘어나는 기술로 특허를 내 미국 전역에 유명 브랜드들에게 (예를들어 Stussy, Vans, Obey, The north face 등) 모자를 납품하는, 한상 기업중에서도 규모가 상당히 큰 회사이다. 장차 의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던 나는 디자인 부서로 지원을 했다. 면접 당일, 처음으로 정장을 어색하게 차려입고서 긴장감에 가만히 서있질 못하고 면접 장 주변을 서성였다. 하지만 모든 예상 질문에 꼼꼼히 답변을 준비했고 회사에 대해 낱낱이 조사했기에 전혀 긴장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잡고 이름이 불리자 당당하게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그동안의 경험상 자신감이 면접에서 최고의 무기임을 알았기에 나는 면접관이자 FLEXFIT사장님께 먼저 악수를 청하고 자신있게 나를 소개 했다. 그렇게 유쾌한 면접이 시작되었다. 회사에 대해 얼만큼 아냐는 질문에 회사의 실패와 성공 스토리 등 조사한 모든 것을 쏟아내니 회장님께선 나보다 더 잘 안다 하시며 허허 웃으셨다. 면접장을 나오며 나는 합격을 예감했고 그렇게 이곳에 오게 되었다.



03. 문과생 풋내기 인턴이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동양철학이 주전공인 나는 원단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모자는 겉보기에는 간단했지만 원단에 따라 가능한 프린트, 자수가 천차만별이었으며 Shape의 종류도 어마어마 했다. 모자라면 야구모자 밖에 몰랐던 나는 당연히 헤맬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어시스트한 디자이너님은 내가 의상학을 전공하지 않은 것에 놀라시며 이윽고 몇 천장의 원단을 패턴, 감촉에 따라 50가지 항목으로 분류하도록 하셨다. 한 달이 넘도록 양 손 지문이 닳게 원단을 만지며 왜 이런 힘든 일을 주시나 속으로 불평하긴 했지만 결국엔 패브릭 기초 지식이 탄탄히 들어서게 되었다. 이 외에도 디자이너님을 비롯한 회사 직원분들은 인턴에게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살펴보시고 꼼꼼히 가르쳐 주셔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사실 인턴이란 대단한 일을 맡을 수는 없다. 경험도 없는 사람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 가 없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유일한 디자이너님이 오랫동안 휴가를 가게 되었을 때 나에게 기회가 왔다. 바이어로부터 디자인 오더가 떨어졌는데 그것을 맡아 할 사람이 없었던 회사는 디자이너 어시스트인 나에게 일을 맡기게 되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잘못된 디자인이 공장에서부터 대량으로 생산되어 바이어에게 큰 비용을 치르게 되니 떨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회사 직원들을 귀찮게 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물어본 나는 차츰차츰 디자인 지식이 쌓이기 시작했고 무사히 오더들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 일을 시작으로 바이어들 뿐만이 아니라 스타 유투버들의 커스텀 디자인 모자 프로젝트까지 진행하게 되었고 내가 디자인한 모자들이 공장에서부터 만들어져 내 손에 들어왔을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인턴 옥구슬 사진2



04. 인턴십의 꽃 마켓 리서치(Market Research)

인턴 옥구슬 사진3


인턴십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Market research, 시장조사가는 날이다. 시장조사는 다음 시즌 제품 개발을 위해 롱비치, 라구나 비치, 베니스 비치 등, Shop들이 즐비한 곳에서 상점들이 내놓은 제품들을 조사하는 일이다. 회사 안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Fashion Industry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고 배우니 더 흥미롭게 다가왔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시장조사를 명목으로 각지의 맛집과 명소들을 가볼 수 있으니 인턴십의 꽃이라고 불릴만 하다.


이 밖에도 스트릿 마켓들이 매년 자신들의 제품들을 독창적인 컨셉으로 전시하는 AGENDA Show에 참석할 기회도 있었는데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트렌디하고 실험적인 제품들을 보고 영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이처럼 인턴십에는 사무적인 일 뿐만이 아니라 갖가지 현장 경험의 기회도 있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05. 화려하고 눈부신 LA 라이프


인턴 옥구슬 사진4


8시에 힘겹게 출근해 여느 직장인처럼 금요일 5시 퇴근시간만을 기다리는 생활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주말엔 LA의 수 많은 아름다운 해변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 인턴십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관광객이 아닌 주민의 눈에서 여유롭게 그 나라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인들과 섞여 천사의 도시, 로스 엔젤러스를 누비는 생활은 더할나위없이 좋았다. Melrose 스트릿에선 쇼핑을, Beverly Hills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소선 브런치를 즐기며 밤에는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LA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니 참 이곳에 오길 잘 왔구나 싶었다. 늘 스펙쌓기에 바빠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없었던 서울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을 바라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좁은 생각에 갇혀 지냈는지 알 수 있었고 큰 꿈을 그려볼 수 있었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더 넓은 세상에서 꿈을 펼쳐보아야 하지 않을까, 남의 꿈이 아닌 내 꿈을 위해 살아야하지 않을까. 눈부시도록 아름다운LA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내 인생의 방향을 재조정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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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마지막 남은 6개월, 다음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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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6개월 계약으로 인턴을 왔지만 하나 둘 포트폴리오가 쌓이기 시작할 무렵에 귀국할 시기가 와버렸고 더 경력을 쌓고 싶어 6개월 더 비자 연장을 하게 되었다. 반년은 어떤 걸 제대로 배우기엔 너무도 짧은 기간인 것이다.


지난 6개월 동안 느낀 것은 인턴십이란 본인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주어진 일에 불평하고 마냥 시간만 때우다 퇴근하면 한국으로 돌아갈 즈음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가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욕심을 내서 다른 일도 맡고 모르는 것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직장 선배들에게 여쭤보다보면 어느새 내 뒤로 커리어라는 것이 차곡 차곡 쌓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부전공으로 영상학과를 수료하여 사진과 비디오 촬영에 자신이 있었던 나는 샘플 촬영도 맡아 하고 LA사람들의 패션을 사진으로 담아 패션 트렌드 리포트를 써서 본사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특기를 십분 활용하였다. 또한 회사에서 일이 없는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모자 디자인 연습을 하였고 덕분에 유투버 커스텀 디자인 프로젝트를 디자이너로서 맡을 수 있었다. 기회는 내가 만드는 것이고 모든 것은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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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보드로 유명한 유투버 고효주의 커스텀 디자인 모자 디자인 


앞으로 6개월 뒤면 귀국이고 그 때쯤엔 옆구리 가득 나만의 포트폴리오가 쌓이길 기대하고 있다. 내년엔 또 어떤 곳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계속해서 만들어갈 앞으로의 기회가 결국 디자이너의 꿈으로 인도해 줄 것이고 앞으로 내가 경험할 일들을 생각하면 미치도록 설렌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인용구가 있다. If you walk in the footprint of others, you won’t make any of your own. 남들이 남긴 발자국만 따라가다 보면 나만의 발자국은 만들 수 없게 된다. 내년엔 또 어떤 곳에서 나만의 발자국을 남기고 있을지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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