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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재외동포문학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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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침략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영화 <동주>에 소개된 일제강점기의 삶과 윤동주의 문학”



여러분은 시인 ‘윤동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있으신가요? 글쓴이는 영화 <동주>가 떠오릅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동주>는 민족시인 윤동주의 생애를 처음 영상으로 담은 작품입니다. 당시 저예산 영화로 다른 상업 영화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사회 이후 평론가들의 찬사와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흥행 역주행한 화제작입니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 시를 쓰길 바라고, 시인을 원한 게 너무 부끄럽고,
앞장서지 못하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만 한 게 부끄럽습니다.”

-영화 ‘동주’ 대사 중-


이 영화는 주인공은 ‘동주’와 ‘몽규’입니다. 두 인물은 일제강점기에 북간도에서 태어나 평양, 서울을 거쳐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한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을 하는 라이벌이었죠. 몸으로 부딪치며 독립을 외친 송몽규와 시를 쓰며 항일 의지를 이야기한 윤동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두 인물의 상반된 모습은 주권 잃은 나라의 국민의 삶이 얼마나 괴로운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 마지막은 일본 규슈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는 동주의 모습과 배우 강하늘의 내레이션으로 읽어내려가는 <서시>가 교차하며 긴 여운을 남깁니다. <서시>는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대에 태어나 조국의 독립을 외치며 일제에 저항했고, 27세라는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한 시인 윤동주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담은 작품이죠.


서시
- 윤동주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나라를 잃고 부정해야 하는 현실. 그 안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일제에 저항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우리 국민의 삶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짐작하기도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윤동주의 작품은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독립을 위해 최선을 다한 수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윤동주는 1938년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여 조선어 강의를 들으며,‘ 참회록’, '별 헤는 밤’, ‘서시’와 같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모습과 자기성찰을 담은 작품을 쓰기 시작합니다. 1941년 연희전문대학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윤동주는 송몽규를 비롯 조선인 유학생들과 함께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단합하고, 민족의 미래와 독립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각자의 방식으로 항일정신을 이어갑니다. 당시 청년 윤동주는 '사람다운 삶’은 무엇인가 존재 이유에 대해 끝없이 고민했고, 이 시대에 시인이 되고 싶었던 자신에 대한 고뇌와 번민을 시로 남겼습니다. 그렇게 일본 유학 생활 중인 1943년. 여름방학을 맞아 귀향길에 오르려던 직전에 독립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서에 잡혀가게 됩니다. 그리고 1945년 2월, 그렇게 기다리던 광복을 6개월 앞두고 차가운 형무소에서 숨을 거둡니다.


윤동주는 1941년 19편을 완성하여 시집으로 펴내려고 했지만, 일제의 탄압에 할 수 없었죠. 살아생전에 시를 발표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해방 후, 1947년 경향신문 주필로 있던 정지용에 의해 윤동주의 작품  <쉽게 씌어진 시>가 처음 발표됩니다. 이후 1948년 정음사에서 윤동주의 시 31편을 모아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간행하며 <서시>, <별 헤는 밤>, <또 다른 고향> 등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재외동포 윤동주가 세상에 알려집니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 세상에 빛을 본지 약 80년 가까지 된 지금은 일본어,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로 번역되었고, 전 세계에서 그의 시를 읽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조국을 잃은 상실의 시대에 태어나 일제에 꿋꿋이 저항하며, 한편으로는 평범한 청년으로 시인이 되길 바랐던 인간 윤동주.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과 항일의지를 담은 작품으로 지금까지 사랑받는 작가 윤동주. 그가 마지막으로 쓴 시이자, 세상에 처음으로 빛을 본 작품 <쉽게 씌어진 시>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작가 이력]
재외동포 시인·독립운동가 윤동주(尹東柱, 1917~1945) 북간도 용정 출생. 20세에 조선으로 유학. 연희전문학교 졸업. 24세에 일본으로 가 유학 중 독립운동 죄목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르다 27세에 서거했다. 건국훈장 독립장(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