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문학 작가 ‘허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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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문학 작가 ‘허련순’



조선족 문학 작가 ‘허련순’

 “세월이 흘러도 피는 묽어지지 않는다” 



중국 공민으로서의 중국 국민이라는 정체성과 한민족이라는 민족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조선족의 슬픈 삶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조선족 작가 허련순(许莲顺, 1955)은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의 보따리를 평생 품고 살아왔습니다. 한국에서의 첫 작품으로 장편소설 「사내 많은 여인」을 출간하며 그리도 갈망하던 한국 독자와 마주한 1991년, 그녀의 책 서문에는 다음의 짧고 굵은 말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조선 공민으로 중국에 살면서도 우리 민족의 사명감만은 꿈에도 잊을 수 없었다.”


허련순은 중국 지린성의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延吉)에서 태어난 조선족입니다. 19세에 아동 잡지 ‘홍소병’에 시를 발표하고 극작가로 활동하며 20대를 보냈습니다. 1986년 ‘청년생활’ 잡지에 실은 단편소설 「아내의 고뇌」로 등단하며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합니다. 첫 한국행에 오른 1989년 겨울, 교보문고에 입점한 소설과 한국 문인을 접한 그녀는 한국 문단의 높은 수준에 적잖은 충격을 받습니다. 우물에 갇힌 듯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허물기 위해 수시로 한국을 찾아 ‘체류자’로서의 삶을 체험하고, 한국의 문학적 사유 방식을 배우기 위해 한국 광운대학교 대학원에서 2년간 한국 문학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탄생한 1996년작 「바람꽃」, 2007년작 「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까」, 2016년작 「중국색시」는 한국의 조선족문학 연구가들이 조선족 정체성 문제를 다룬 대표적 3부작으로 높이 평가하는 작품들입니다. 「바람꽃」은 한국의 끈끈한 동포애를 기대하고 모국을 찾은 조선족들이 되려 불법체류자 취급을 받으며 겪는 사회・제도적 핍박과 경제적 모멸을 다룬 장편소설로, 흑룡강신문의 신춘문예 당선작이기도 합니다. 「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까」는 한국행 밀항선에 몸을 실었지만, 도항에 실패한 조선족의 비극을 묘사한 장편소설입니다. 작가는 조선족이 겪은 한중수교 이후의 삶을 다루면서, 한국 역사에서 유실된 자아를 통해 격렬한 저항 의식 등을 알려줍니다. 또한, 인간 실존의 보편성을 다루면서 디아스포라 문학으로의 의식 성장을 보여 김학철 문학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비교적 최근작인 「중국색시」는 한족과 조선족 사이에서 태어난 여성과, 사고로 장애를 얻은 남성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갈등을 소통과 사랑으로 극복하는 이야기로, 이 역시 한송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3부작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작가의 민족적 관점을 기저로, 삶의 근원과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투영합니다.  

‘중국색시’ <사진 출처: 한겨레(http://www.hani.co.kr/)>

‘중국색시’ <사진 출처: 한겨레(http://www.hani.co.kr/)>


우리가 환상에 속는 것은 속을 수밖에 없어서가 아니라 속고 싶어서이다.
- 허련순,『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까』중


또한 「가출풍파」, 「하수구에 돌을 던져라」 등은 초중 교과서에 실렸으며, 중국과 조선에 대학을 세운 김진경 총장을 2년간 밀착 취재하여 쓴 평전 「사랑주의」는 출간 반년 만에 5쇄를 출판하는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외에도 「뻐꾸기는 울어도」, 「바람을 몰고 온 여자」, 「잃어버린 밤」, 「우주의 자궁」, 「유혹」 등의 책을 냈고, 소설뿐 아니라 TV 드라마 <여자란 무엇입니까>, <갈꽃>, <떠나는 사람들>과 장편화극 <둥지>, <과부골목>, <별의 시인 윤동주>, <엄마를 찾습니다> 등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작품을 발표한 명실상부 다작 작가입니다. 과거에 연변작가협회 부주석을 맡았던 그녀는 현재 조선족 여성 문인을 대표하는 연변여성문인협회의 회장으로서, 국제 문학 심포지엄 주최, 한국문학 번역, 회원창작 지원, 국내외 문학 연대 활동 등 왕성한 문학 활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중앙민족대학 등에서 조선족 문학과 자신의 창작 세계를 강연하는 열성 문학 강사이기도 합니다. 


허련순에게 한국은 추억이자 망각이요, 원망이자 그리움입니다.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조선족처럼 그녀 역시 끊임없는 정체성 갈등을 겪으며 긴 시간을 방황했습니다. 그녀의 글은 조선족을 외면했던 한국을 비판하는 수단이자, 자신의 뿌리 의식을 이해하고 갈등을 승화시키는 삶의 방법입니다. 조선족의 정체성 방황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들 삶의 희로애락을 선명히 드러내는 작가의 소설 문법은 평론가들이 허련순을 비범한 작가라 평하는 이유입니다. 국가, 민족, 성 등 조선족 여성 작가로서의 정신적 성장 과정이 오롯이 담겨있는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동족 연대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비록 몸은 중국에 있을지라도 한국을 마음의 터전으로 삼던 그녀의 강한 회귀 의지와 애정은 한국과 세계의 독자가 관심을 키울 때마다 더욱 반짝일 것입니다.   



[작가 이력]
허련순(1955).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 출생. 중국 1급 소설가
연변 대학 조문학부 졸업, 한국광운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1986년 단편소설 「아내의 고뇌」로 데뷔
김학철문학상 대상, 윤동주 문학상, 장백산 문학상 및 다수 상 수상.
연변작가협회 전임 부주석, 중국작가협회 회원, 연변여성문인협회 회장, 11기 연변주정협위원 활동


사진 출처: 한겨레(http://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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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변일보(http://www.iybrb.com/)

사진 출처 : 연변일보(http://www.iybr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