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인 작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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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인 작가 ‘유미리’



재일 한인 작가 ‘유미리’

“가족사를 파헤쳐 역사와 맞닥뜨리다”



유미리(柳美里, 1968)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지내며 일본어로 글을 쓰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작가입니다. 자신의 삶이 아직 정확하게 끝맺지 못한 한・일 역사와 닿아있음을 깨닫는 데서 그녀의 문학은 시작됩니다. 그녀는 희곡과 소설이라는 언어적 실천 행위를 통해 양국의 경계에 서 있는 자신을 스스로 새롭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유미리의 성장 과정에는 항상 어두운 과거, 불행한 가족사가 따라붙습니다. 학교에서는 조센징이라는 멸시와 집단 따돌림을 당했고, 집으로 돌아오면 경마광인 아버지와 카바레 호스티스였던 어머니의 가정불화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평화가 없던 그녀의 어린 시절은 가출, 퇴학, 실어증, 자살 시도, 자폐 초기증세 등 상처로 가득했습니다. 그녀의 부모는 평소에 일본어로 생활하다가도 싸울 때면 한국어로 목소리를 높인 덕에, 유미리가 기억하는 한국어는 폭력적 이미지를 상기하는 음습한 언어였습니다. 두 언어의 가장자리에 서서 일본의 배제와 한국의 소외를 동시에 겪은 그녀는 자신의 한과 불안정한 삶을 작품으로 형상화하기 시작합니다. 


「죄와 벌」 같은 동서양의 고전을 파고드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어린 유미리는 열여섯에 집을 나와 ‘도쿄 키드 브라더스’ 극단에 연수생으로 입단합니다. 2년 간 배우 생활과 연출 조수를 거친 후, 1987년 연극 집단 ‘청춘오월당’을 결성한 그녀는 「물 속 친구에게, 1988」이라는 첫 희곡을 쓰며 극작가로 데뷔하게 됩니다. 그녀가 최초로 재일동포를 소재로 삼은 일곱 번째 희곡 「해바라기의 관, 1991」은 본인의 가족을 모델로 재일 한국인의 존재, 정체성 혼란, 가족과 사랑 등의 주제를 다룬 자전적 작품입니다. 한 가정의 파탄을 반어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표현한 희곡 「물고기의 축제, 1993」로 그녀는 기시다 구니오상을 최연소 수상해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지만, 자신의 언어로 쓴 작품이 배우와 연출가를 거쳐 변이됨을 깨닫고 극작가의 길을 과감히 접습니다. 타인을 거치지 않는 온전한 소설로서 그녀의 한과 삶을 형상화하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유미리는 1994년에 월간 문학지인 ‘신초(新潮)’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 「돌에 헤엄치는 물고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30편이 넘는 소설과 에세이를 발표하고, 수많은 상을 거머쥐며 자신의 문학 언어를 일구어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불우한 과거를 마주할 수단으로 소설 창작을 택한 만큼, 재일동포 소재의 작품을 꾸준히 쓰며 자신이 누구인지 응시하는 긴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8월의 저편, 2004」은 일제강점기 때 손기정과 함께 마라토너로 활동했던 외할아버지의 운명을 조명하는 소설로, 과거와 미래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2003년 동아 서울국제마라톤 대회에 직접 참가해 완주하기까지 했습니다. 「내가 본 북조선, 평양의 여름휴가, 2012」는 세 번에 걸친 북한 방문기로, 평양, 백두산, 판문점 등을 둘러본 작가가 북한을 조국으로 대하며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을 문학으로 거둘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을 제시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작품을 써낸 유미리는 소설 「풀하우스, 1996」로 노마분케 신인상과 이즈미 교카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관계가 무너진 고독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 시네마, 1997」를 통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아 양국의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골드 러쉬, 1998」로 기야마쇼헤이 문학상을, 「생명, 2000」으로 잡지 저널리즘상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이걸로 너도 혼자가 된 거야. 집을 빠져 나온거라고!
- 유미리,『가족시네마』중


유미리는 재일동포로서 실존적 위치에 대한 고민과 언어 갈등을 작품화한 것 외에도,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가정 문제 속에 노출된 개인의 보편적 고통을 그려내 일본과 한국 사회의 깊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또한, 그녀의 작품은 현대 일본 문단의 높은 평가를 받아 재일동포 작가들의 활약이 조명받을 수 있도록 재외동포문학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비록 조센징이 일본의 상을 가로챘다는 혐오 세력의 빗발친 협박과 폭탄 테러 예고로 사인회가 취소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홍역을 치렀으나, 그녀는 이러한 배척을 창작 활동의 쓰디쓴 밑거름으로 달게 받아들이며 묵묵히 펜을 잡습니다. 2003년에는 공동 편집인 자격으로 문예 잡지 ‘en-taxi’를 창간했고, 작년에는 그녀가 93년 발표한 「풀하우스」와 동명인 서점을 방사능 오염지역인 후쿠시마에 새로이 열었습니다. 기존의 주민들도 포기한 땅에 마음의 부흥을 일으키는 문학적 안식의 공간이 되고자 정치 서적 대신 동화책과 그림책, 음식, 식물 관련 등의 서적을 직접 큐레이션했습니다. 주말이면 유명작가의 낭독회가 열리거나 지역 고교의 연극부 학생들이 유미리의 희곡을 연기합니다. 황폐해진 공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는 그녀는 일본의 소외 지역을 지키며 자신의 존재를 한일 역사에 조용히 새겨넣고 있습니다. 



[작가 이력]
유미리(1968). 일본 가나가와현 출생. 소설가, 극작가
요코하마 공립 학원 고등학교 중퇴, 도쿄 키드 브라더스 입단
1988년 희곡 「물 속 친구에게」로 데뷔
기시다 구니오상, 노마분케 신인상, 이즈미 교카 문학상, 아쿠타가와상, 기야마쇼헤이 문학상, 잡지 저널리즘상 외 다수 

수상
문예 잡지 ‘en-taxi’ 공동창간 및 편집, 서점 ‘풀하우스’ 개점, 기시다 구니오상 심사위원 활동


사진출처: greenz (https://greenz.jp/2018/10/17/seisyun_gogatsu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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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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