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프랑스-스위스인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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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프랑스-스위스인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



한국계 프랑스-스위스인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

“아름답고 간결한 언어로 기원을 탐구한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프랑스-스위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Elisa Shua Dusapin, 1992)의 미들 네임은 그의 어머니가 딸을 부르는 한국식 이름입니다. 그녀는 프랑스 코레즈에서 태어났지만, 스위스의 국민이기도 하며,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소설가죠. 고향과 문화의 경계를 오가며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던 그녀에게 소설 집필이란 그저 멀찍이 바라보던 한국과 닿을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열쇠입니다. 


뒤사팽은 프랑스인 사위를 인정하지 않던 외조부모로 인해 평화로운 가족 대신 불화와 살아오며 정체성 혼란을 겪었습니다. 첫 한국행은 열셋에 외가의 고향으로 떠난 가족여행이었습니다. 그 후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성장하며 학업을 이어온 그녀는 한국어를 조금 알아들을 수 있을 뿐, 아직 쓰거나 말하지 못합니다. 모국과의 언어적 소통에 답답함을 느낀 그녀는 단절을 끊고자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어로 글을 쓰며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자연히 프랑스어권 독자였지만, 작품 속의 모든 대화는 한국어로 나누는 것을 상상했습니다. 


그녀는 부모님과 떠난 속초 여행에서 남북 군사분계선과 가까운 속초의 지역적 상징성을 소설의 은유적 배경으로 삼는 작품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2차 대전 격전지인 노르망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녀가 속초의 철조망과 군대 초소를 보고 비슷한 군사적 분위기를 느낀 것도 작품의 계기가 됐죠. 그렇게 소설 집필을 시작하여 2016년에 완성한 데뷔작 「속초에서의 겨울(Hiver à Sokcho)」은 고향은 속초이지만 프랑스와 한국의 피가 흐르는 젊은 혼혈 여성과 노르망디에서 온 중년 만화가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한국을 환기하고 발견하고 싶은 마음과 두 문화에 걸친 역할 사이에서 고민하며 언어라는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한 작품이라고 토로합니다. 그녀의 말대로 소설 속 주인공과 사건들은 작가의 개인사와 정체성, 문화적 배경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15,000부 이상이 팔리며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랐습니다. 신인 작가의 첫 작품에게 상을 수여하는 스위스의 로베르트 발저 상과 프랑스의 레진 드포르주 상, 문필가협회 신인상을 휩쓸며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게 되죠.  


언제나 내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내게서 점점 멀어져가요. 그러다가 결국 스스로 이야기를 하죠.
-알리자 수아 뒤사팽,『속초에서의 겨울(Hiver à Sokcho) 중


다음 작품인 2018년작 「파친코 구슬(Les Billes Du Pachinko)」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스위스 여성이 6・25전쟁 난민이었던 조부모를 만나기 위해, 그들이 일본에서 운영하는 파친코를 찾으며 일어나는 대화와 관계가 담겨있습니다. 작가가 자신과 비슷한 정체성 고민을 안고 사는 재일동포에 동질감을 느끼며 구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가족의 슬픈 소통 단절, 새삼스레 낯선 세대 간극, 불완전한 민족 정체성은 작가가 일본에서 한국계로 머물며 가진 감정을 녹여낸 것들입니다. 이 작품 또한 올해 스위스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뒤사팽은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기 이전에 아트 디렉터인 마야 뵈쉬(Maya Bösch)의 어시스트 생활을 했었고, 제네바 축제의 연극 무대에 오르며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어엿한 작가로서 가진 문학적 재능과 다문화의 가교 역할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스위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주간지인 ‘릴뤼스트레(L’lllustré)’는 스위스 문화계에 업적을 남긴 2016년의 인물로 그녀를 선정했고, 스위스 퐁트네 시는 올해의 인물상을 안겨주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엘리제궁 만찬에 초대받은 것 또한 언어와 세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문화의 화합을 보여주는 그녀가 빛낼 자리이기 때문이겠죠. 글을 쓰면 쓸수록 자신의 고향은 여럿인 것 같다는 뒤사팽에게 한국은 프랑스와 스위스처럼 자신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입니다. 이 요소들은 아직 조화로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끊임없이 대화하는 중이죠. 이 대화를 세밀하고 영민하게 관찰하며 작품으로 승화하는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정신적 경계선을 따라 묵묵히 걸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작가 이력]
엘리자 수아 뒤사팽(1992). 프랑스 코레즈 출생. 소설가
베른예술대학 졸업, 빌 스위스 문학연구소 학사
2016년 「속초에서의 겨울」로 데뷔
스위스 로베르트 발저 상, 프랑스 레진 드포르주 상, 프랑스 문필가협회 신인상 수상


[사진 출처: Salon du Livre Romand (https://www.salondulivreromand.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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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YES 24 (https://m.yes24.com/Goods/Detail/3335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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