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ain page
  2. 재외동포 광장
  3. 재외동포문학
  4. 세계 속 재외동포문학

세계 속 재외동포문학

한국계 캐나다 작가 ‘다이앤 리’
구분
언어별

한국계 캐나다 작가 ‘다이앤 리’



한국계 캐나다 작가 ‘다이앤 리’

“새로이 도래한 한국문학의 변경”



한국계 캐나다 작가인 다이앤 리(Diane Lee, 1974)는 45세의 나이에 낸 첫 작품으로 세계문학상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등단한 늦깎이 소설가입니다. 대구에서 태어나 이봉주라는 한국 이름을 가졌고, 20대 후반에 밴쿠버로 이주해 캐나다 국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녀가 첫 작품을 들고 문을 두드린 곳은 한국 문단이었지만, 뜻밖에도 한국을 20년 동안 방문하지 않은 반전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한국어로 쓴 2019년작 「로야」는 한국계 캐나다인 여성 주인공과 그녀의 가족사가 담긴 장편소설입니다.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해 후유증을 앓으며 정신적 한계에 내몰린 주인공이 내면 깊숙이 묻어둔 상처와 마주하고 갈등을 겪으며 회복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풀어냈죠. 그 상처의 원인은 한국의 가부장적 가정 폭력, 특히 감정의 갑을 관계처럼 여겨지는 모녀 관계입니다. 어머니들이 남편과 가족에게 얻은 정신적 고통을 딸에게 일방적으로 해소하는 수직적 관계가 「로야」에서도 등장합니다. 다이앤 리 또한 실제로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후유증이 상기시키는 가족사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자 펜을 든 것이 소설의 탄생 배경입니다. 화자의 회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외적 변화를 집요하면서도 아름답게 묘사한 소설의 대부분은 마치 에세이처럼 작가의 실제 경험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이앤 리의 고향인 대구의 현실적인 사투리와 지역 감성도 소설 속에 실감 나게 재현되었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한국적 가족주의의 고질적인 가부장적 폭력, 감정・언어폭력으로 생채기 가득한 독자가 아픔을 딛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기를, 진화된 가족 공동체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녀가 한국에 부재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한국의 문을 두드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족 내부에서 수호자 역할을 해야 할 부모가 위협자 역할을 한다면 외부에 있는 수호자라도 우리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도와줘야 했다. 누구든 우리를 도와줘야 했다. 

누구도 우리를 도와줄 수 없다면, 이런 끔찍한 세상에 태어난 건 너무 잔인한 일이었다."
- 다니앤 리, 『로야』 중


다이앤 리는 인간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다룬 로야」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세계일보의 제15회 세계문학상을 유일한 재외 한인 자격으로 수상했습니다. 정통적인 한국 문학의 경계를 허문 유의미한 수상자인 그녀는 한글로 쓴 글을 영어 문장으로 떠올린 다음, 이 과정에서 자극적이거나 무례하게 느껴지는 묘사를 고친 뒤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고된 집필 과정을 고집합니다. 한국적인 감정과 행동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세계의 시선에서도 같은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치관과 보편적 시각을 심기 위해서죠. 한국적 서사와 세계적 서사의 중간 지점을 지키는 문학적 타협 덕에 그녀의 작품은 보편성을 품고 있습니다. 


20년간 한국 땅을 밟지 못한 그녀는 대신 한국 블로그에 한글로 꾸준히 글을 써오며 글 감각과 문장력을 키워왔습니다. 독어독문학의 석사 과정까지 밟을 정도로 독어 학문에 쏟은 시간과 오랜 캐나다 생활로 한국어가 자칫 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언어적 악조건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게다가 한국의 사람들과 연이 닿을 수 있는 소중한 플랫폼이기도 했지요. 그녀는 자신이 구사하는 한국어가 전통적 규칙이 파괴된 한국어라 정의합니다. 하지만 제2 외국어와 제3 외국어로 언어의 우주를 한껏 확장한 그녀의 문학은 탁월한 문장과 표현력을 무기로 한국 문학의 외연을 확장해줄 소중한 언어예술입니다. 


흔히 재외동포는 경계의 삶을 산다고들 표현하죠. 그러나 다이앤 리는 경계라는 표현에 손을 내젓습니다. 경계라 정의할수록 그 구분만 뚜렷해질 뿐, 경계는 무의미한 가변적 담장에 불과하다는 그녀. 자유롭게 글을 쓰며, 언젠가 자신의 글을 읽고 성장한 독자를 만나고 싶다는 다이앤 리의 소망대로, 「로야」를 읽고 우리 스스로와 소통하고 내적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가 이력]
다이앤 리(1974). 대구 출생. 소설가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독어독문학 석사
2019년 「로야」로 데뷔
재외한인 작가 최초 세계문학상 수상
‘밴쿠버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이사


사진 출처: 경향신문

사진 출처: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4162102015)


로야 책 표지

로야 책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