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문학권 작가들 ‘인스 최, 제니 한’
구분
언어별
작성자
코리안넷관리자

영어 문학권 작가들 ‘인스 최, 제니 한’



영어 문학권 작가들 ‘인스 최, 제니 한’

“한국 고유의 독특함으로 삶을 이야기하다”



재외 동포에게 다문화주의는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모든 삶의 방식은 공존한다는 관용을 추구하는 이념이기 때문이죠. 중심 문화와 주변 문화의 위계질서를 없애려는 다문화주의는 60년대 후반에 캐나다에서 대중화되었고, 이민자가 많은 미국 등의 영어권 국가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영어권 국가 중 가장 많은 재외 동포가 거주하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이민 1세대인 부모와 다문화사회의 품에서 자란 한국인 후세대가 이제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인스 최와 제니 한은 비극적인 이민 역사의 애통함이 주를 이룬 이민 1세대의 문학 세계와는 거리가 멉니다. 대신 영어권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이민자 가정, 누구나 겪는 청소년 성장기 등 보편적인 주제에 한국계로 살아온 경험과 한국적 정서 및 문화적 요소를 흥미롭게 가미한 작품으로 자신의 사회와 소통하고 있죠.  


인스 최(Ins Choi, 1974)는 최인섭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극작가 겸 연극 감독입니다. 서울의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1살 때 캐나다의 토론토로 터를 옮긴 재외 동포작가죠. 그는 새해 명절이면 한복을 차려입고 떡만두국과 윷놀이를 즐기는 한국 가정의 구성원이었지만 그가 속한 사회는 분명 캐나다였습니다. 요크 대학교의 연기과를 졸업한 그는 수많은 오디션에 연이어 떨어지고, 가뭄에 단비처럼 배역이 주어져도 뻔한 동양계 이민자 역할뿐인 청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극작가의 길로 전향한 인스 최는 첫 작품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을 어렵사리 완성합니다. 이 창작 연극에는 편의점 주인인 고집쟁이 이민 1세대 아빠와 기독교 신봉자 엄마, 독립을 꿈꾸는 예술학도 딸, 가출 경험이 있어 아빠와 데면데면한 아들이 등장합니다. 항상 평화롭진 않지만 웃을 일도 많은 한인 이민자 가정의 세대 갈등과 해결 과정, 한인 교회 문화, 한국어 표현 등이 유머러스하게 묘사되었죠. 작가가 학생 시절 한인 친구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하며 겪었던 이민 생활이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한국 문화가 대중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편견 때문이었을까요. 초연을 위해 대형 기획사를 찾아다닌 인스 최를 환영해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2011년 토론토 프린지 페스티벌에 「김씨네 편의점」을 출품해 초연에 성공합니다. 극본, 연출, 제작, 연기를 1인 4역으로 해낸 노력의 보답처럼, 그의 작품은 전회 매진 기록과 함께 143개 출품작 중 ‘베스트 프린지 10’에 선정됐습니다. 그는 2012년에 토론토연극비평가협회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배우상을 받았고, 2016년에는 CBC 방송국에 동명의 시트콤 제작을 제안받아 공동 작가로 참여했습니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은 방영 석 달 만에 약 100만 명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고 시즌 3까지 기획되어 캐나다 스크린 어워즈에서 코미디 시리즈 부문의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넷플릭스에서도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인스 최의 이야기는 모든 세계의 이민 가정,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웃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뤄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함을 갖습니다. 


If they're cool and Christian, they're not Korean.
(쿨하고 교회를 다니면 한국인이 아니에요.)
If they're cool and Korean, they're not Christian.
(쿨하고 한국인이면 교회를 안 다녀요.)
If they're cool and Christian and Korean, then they're girl!
(쿨하고 교회를 다니는데 한국인이면 여자라구요!)


-인스 최, 시트콤『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장면 중, 교회에서 좋은 남자친구를 찾으라는 엄마 ‘김영미’ 와 세대가 다른 20대 초반의 막내 딸 ‘재닛’의 대화 


넷플릭스에서 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외 동포작가로 제니 한(Jenny Han, 1980)이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한때 서적 판매원과 아동도서관 사서로 일했지만, 지금은 청소년 소설로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한국계 미국인 작가입니다. 7살에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고, 어머니의 뜻에 따라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한국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한국 문화를 접했죠. 유달리 책과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녀의 창의력과 문학적 재능은 뉴 스쿨에서 문예 창작 석사를 이수할 당시 참여한 워크숍에서 빛을 발합니다. 그녀의 작품의 가치를 알아본 교수가 에이전트에 소개하면서 2006년에 데뷔작 「슈그(Shug)」로 작가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죠. 


제니 한을 스타덤에 올린 것은 3부작 소설인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입니다. 청소년들의 사랑과 성장통이 주된 내용인 뻔한 하이틴 로맨스 소설에 한국계 미국인인 10대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국계 자매의 끈끈한 가족애,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재기발랄하게 결합한 소설이죠. 작가가 10대 때 겪은 짝사랑,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풀 하우스>나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한국 드라마를 매우 즐겨본다는 그녀의 작품에는 한국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계약 연애와 그로 인한 좌충우돌 사건이 비슷한 형태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는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 셀러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27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100만 부 이상 팔렸으며, 아시안 태평양 문학상도 받았죠. 2018년에는 넷플릭스 영화로 제작되어 그녀의 작품을 모르는 미국 청소년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그녀가 청소년 소설 작가로 사랑받는 이유는 10대를 면밀히 탐구해 독창적인 묘사와 흡입력 있는 전개로 풀어나가는 탁월한 능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계 미국인을 청소년 문학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것도 어린 독자가 민족적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계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문학적 장치이죠. 한국 고유의 독특함과 미국 사회의 공존을 작품화함으로써 현실적인 인간의 삶을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제니 한의 문학 세계입니다. 


사랑은 읽는 것도 재밌고, 쓰는 것도 재밌고, 상상하는 것도 재밌어.
-제니 한, 넷플릭스 영화『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장면 중.



[작가 이력]
인스 최(1974). 한국 서울 출생. 극작가, 연극 감독
캐나다 요크 대학교 연기과 졸업
2011년 창작 연극 「김씨네 편의점」으로 데뷔, CBC 방송의 동명 시트콤 제작에 공동작가로 참여
토론토연극비평가협회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배우상, 캐나다 스크린 어워즈 코미디 시리즈 부문 최우수 작품상 수상 


[작가 이력]
제니 한(1980). 미국 버지니아 출생. 소설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졸업, 뉴 스쿨 문예창작 석사
2006년 소설 「슈그(Shug)」로 데뷔. 대표작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27개 언어로 번역 및 출간 및 넷플릭스에 동명의 작품으로 영화화
아시안 태평양 문학상 수상


Ins Choi

Ins Choi
사진 출처: The Star (https://www.thestar.com/entertainment/stage/2017/02/08/ins-choi-and-trey-anthony-on-the-blessings-and-burdens-of-big-hits.html)

 

Kim’s Convenience

Kim’s Convenience

사진 출처: https://houseofanansi.com/products/kims-convenience

 

Jenny Han

Jenny Han

사진 출처: ©Adam Krause (https://www.bustle.com/p/author-jenny-han-never-saw-asian-american-girl-as-the-lead-in-a-teen-movie-until-to-all-the-boys-ive-loved-before-10052252)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사진출처: Amazon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