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어권 작가 ‘안나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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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어권 작가 ‘안나 킴’



독어권 작가 ‘안나 킴’

“우리의 정체성에 투영된 정치와 역사”



어릴 때부터 문학이 좋아 작가의 꿈을 꾸었던 대전 태생의 안나 킴(Anna Kim, 1977)은 이제 성공한 작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다만 그녀가 활동하는 문단은 한국이 아닌 독일어 문학권이고, 25만 유럽 한인 동포 중 유일하게 주류에 진입한 작가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하죠.  


안나 킴은 서양화를 전공한 아버지가 브라운슈바익 예술대학의 교환교수로 초대되어 1979년에 가족이 함께 독일로 오게 되었습니다. 마침 어머니도 독일어와 철학을 전공했기에 가족을 위한 좋은 선택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당시 남한의 독재정권을 피할 기회이기도 했죠. 6년 후, 아버지가 빈 미술대학의 교편을 잡게 되어 다시 이사한 빈은 그녀가 한국계 오스트리아 작가가 된 배경입니다. 독일어가 유창하던 부모님 덕에 그녀는 독일어책에 둘러싸여 자랐지만, 가족과는 한국어로 대화했습니다. 11살이 되던 해에 가족 여행으로 한국을 처음으로 찾은 안나 킴은 자신이 ‘한국의 소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오직 여자라는 이유로 남동생 대신 자꾸 부엌에 등 떠밀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어린 시절 마지막 한국에서의 기억이었고, 이후 그녀의 삶에는 오스트리아가 전부였습니다.


빈 대학교에서 연극과 철학을 배운 그녀는 1999년부터 폴텍스트(Volltext), 츠비쉔벨트(Zwischenwelt) 등 여러 문학 잡지에 기고했습니다. 2004년에는 딸이 화가인 아버지의 그림을 훑고 이해하며 부녀의 심리적 간극을 좁혀가는 소설 「그림의 흔적(Die Bilderspur)」을 정식 발간하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합니다. 이 소설은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읜 안나 킴이 글로써 그를 기억하고 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국적도 거주지도 굳이 묘사하지 않는 데에서 그녀를 힘들게 한 것이 정체성 혼란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녀는 한국과 오스트리아 사이의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았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반드시 분류할 필요 없이, 그녀는 ‘안나 킴’ 그 자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성인이 된 안나 킴은 글을 쓴 지 십여 년 만에야 처음으로 한국을 찾습니다. 한국을 소재로 삼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지만, 그 글 또한 민족적 정체성과 뿌리 의식을 찾기 위함은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처음으로 한국을 다룬 2017년작 「위대한 귀향(Die Grosse Heimkehr)」은 40~6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남북의 냉전과 한국인의 삶을 조명하는 정치역사 소설입니다. 북단과 일제강점기, 독재 정권을 모두 겪어 한국 역사의 산증인이나 마찬가지인 팔순 남성이 자신과 두 친구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이야기죠. 재일 동포의 대규모 북송, 분열된 남북의 감정적 공포, 간첩과 반공주의로 얼룩진 역사, 독재 국가에서 영위할 수 없는 삶 등 크고 작은 역사적 요소들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미세하게 넘나들며 독자를 리드미컬하게 글 속으로 끌어당깁니다. 오늘날까지 여전히 상처를 겪고 분열된 남북 문제를 지적하는 그녀의 소설은 분명 글자로 완성되었지만 냄새와 소리, 멜로디와 이미지로 가득찬 하나의 예술 작품입니다.


이 주제가 오늘날까지 한국에서는 다루기 민감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나 킴,『위대한 귀향(Die Grosse Heimkehr )』의 저자 인터뷰 중


안나 킴은 비교적 최근작인 「위대한 귀향」 외에도 코소보 전쟁과 실종된 사람들을 다룬 2008년작 「얼어붙은 시간(Die gefrorene Zeit)」, 그린란드의 정체성과 포스트 식민주의를 파헤친 2011년의 르포르타주 「사적인 침략(Die Invasion des Private)」과 그린란드 사람들의 생애를 그린 2012년작 소설 「한밤의 해부(Anatomie einer Nacht)」 등 총 10편의 작품을 출간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독일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잉게보르크 바하만 문학상의 후보로 선정되었으며, 하인리히 트라이흘 문학상과 유럽연합 문학상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또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극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Elfriede Jelinek)가 받았던 빈시의 학술지원금, 엘리아스 카네티 장학금, 로베르트 무질 장학금, 유럽 문학센터 네트워크 HALMA의 장학금을 받는 문학적 쾌거를 이루었죠.


어쩌다 한국에서 소포가 날아올 때면 물건을 살피기보다 먼저 그 안의 특별하고 그리운 냄새를 맡는다는 안나 킴. 오스트리아 작가로 성공한 길을 걷고 있는 그녀가 가장 원하는 것은 자신이 만족할만한 좋은 작품을 쓰는 것,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영어보다 먼저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어로 번역된 그녀의 작품은 없지만, 그녀의 바람대로 한국의 독자들이 곧 안나 킴의 작품과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합니다.



[작가 이력]

안나 킴(1977). 한국 대전 출생. 작가

빈 대학교 철학과, 연극과 졸업

2004년 소설 「그림의 흔적Die Bilderspur」로 데뷔

하인리히 트라이흘 문학상, 유럽연합 문학상 수상 및 빈시 학술지원금, 엘리아스 카네티 장학금, 로베르트 무질 장학금, HALMA 장학금 수상

빈 대학교 신문사 기자 활동, 그라처(Grazer) 작가협회회원


[사진 출처: ©Clemens Fabry (https://diepresse.com/home/kultur/literatur/5154372/Anna-Kim_Ich-war-den-Menschen-suspekt)]사진 출처: ©Clemens Fabry (https://diepresse.com/home/kultur/literatur/5154372/Anna-Kim_Ich-war-den-Menschen-suspekt)


사진 출처: ©Suhrk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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