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인 작가 ‘이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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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 작가 ‘이민진’



재미 한인 작가 ‘이민진’

“재외동포에게 부여하는 명료한 언어와 목소리”



지난 5월, 전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의 페이스북에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세 권의 책이 올라왔습니다. 그중 하나인 「파친코(Pachinko)」는 한국계 1.5세인 이민진(Min Jin Lee, 1968) 작가가 재일 동포들의 처절한 삶을 풀어낸 재외 동포 문학입니다. 영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을 읽으며 자신의 핏줄인 한국의 역사적・문화적 유산을 학습해온 그녀는 이제 자신의 손으로 쓴 한국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리는 저명한 작가가 되었습니다.


서울 출생인 이민진은 함경남도 출신인 아버지와 부산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을 2개의 코리아, 즉 남북의 아이라 칭합니다. 그녀가 일곱이 되던 해, 전쟁을 피해 한국을 떠난 가족과 뉴욕 퀸즈의 단칸방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죠. 빠듯한 집안 사정에도 부모의 지원과 자신의 노력으로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해 기업 변호사로 사회에 진출했지만, 고된 업무량이 불러온 B형 간염의 적신호로 업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결국 증거서류 대신 펜을 쥔 그녀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거나 대입 응시생들의 에세이를 검토하는 자원봉사를 겸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2004년에 발표한 첫 단편소설 「행복의 축(Axis of Happiness)」으로 내러티브 상을 거머쥐며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합니다.  


그녀가 디아스포라 문학 3부작인 ‘한국인들(The Koreans)’의 첫 타자로 내놓은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 2008」은 맨해튼의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 땅을 밟은 재미동포 가족이 돈과 신분 상승의 욕구, 명예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가족 내 세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묘사한 장편소설이죠.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고난과 압박감을 겪으며 결국 한인사회의 성공적인 이민 1.5세 모델로 살아온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재미동포의 낭만, 열정, 분노를 예리하게 풀어낸 기둥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인종・계급갈등 같은 뉴욕판 카스트 제도를 적나라하게 들춰낸 점도 작품이 호평을 받은 이유였습니다.


예일대 3학년 시절의 재미동포 이민진은 개신교 미국인 선교사의 강연으로 재일동포의 존재와 비극적인 역사를 알게 됩니다. 이를 다룬 단편소설 「조국(Motherland), 2004」으로 페던 최우수 단편소설상을 받았고, 이것이 ‘한국인들’ 시리즈의 2부이자 그녀의 대표작인 「파친코(Pachinko), 2017」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결혼 후, 남편의 발령으로 일본에서 4년간 지낸 작가는 파친코 산업과 관련된 십여 명의 재일 동포를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에 자신이 타향에서 이민자로 살아온 고된 삶의 교집합을 작품에 녹여냈죠. 구상부터 셀 수 없는 퇴고까지 약 30년을 쏟은 끝에 탄생한 장편소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때 부산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재일 동포가 4대에 걸쳐 민족적・사회적 소외를 당하며 걸어온 차별과 핍박의 가시밭길을 추적합니다. 주인공의 가족이 밥벌이를 위해 밀려나듯 택한 파친코 사업은 위험천만한 도-박처럼 아슬한 재일 동포들의 인생을 비유하죠. 19세기 서구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작가의 세계관대로, 「파친코」는 응집되고 구조적인 플롯과 내러티브로 독자의 몰입을 끌어냅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프로듀서로 직접 참여한 애플 ‘TV plus’의 8부작 대규모 역사 드라마로 제작되어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방영될 계획이기도 합니다.


역사는 우릴 망쳐놨지만 상관없어!

- 이민진,『파친코(PACHINKO)』중


미국 독립 서적협회의 우수서적으로 선정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11개 언어로 번역 및 출간되었으며, 라이트 상의 논픽션 부문, 비치 상의 픽션 부문, 내러티브 상을 받았습니다. 전미도서상의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파친코」 역시 29개 언어로 번역 및 출간되었습니다. 게다가 뉴욕 타임스, BBC, USA 투데이, 뉴욕공공도서관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 파이낸셜 타임스의 ‘평론가가 꼽은 2017 최고의 책’이란 영광도 누렸죠. 이민진은 구겐하임 재단과 하버드대의 펠로우십을 받았고, 올해에는 뉴욕예술재단의 명예의 전당에도 등재되어 세계문학계가 인정한 작품성을 공고히 합니다.


현재 그녀는 뉴요커, 가디언, 뉴욕 타임스 등의 미디어에 틈틈이 에세이를 기고하며 하버드대의 래드클리프 인스티튜트에서 ‘한국인들’의 마지막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학원(American Hagwon)」이란 제목의 차기작은 지나친 교육열에 들끓는 한국인에게 교육의 역할과 가치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소설로, 20세기 한국 역사의 큰 줄기인 이산에서 시작된 3부작을 현대 한국인의 정신 형성 과정의 탐구로 마무리를 짓는 역할입니다. 수십 년의 작품 집필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한국인의 영리함과 정신력, 유머러스함을 사랑한다는 이민진. 그녀는 너무나 긴 시간을 영어로 살아온 탓에 한국어가 많이 녹슬었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한국 이름을 고집합니다. 비록 영어로 글을 쓰는 작가이지만, 누구보다 한국적인 영혼을 가진 그녀의 차기작 역시 이민진이라는 한국 이름 세 글자가 공고히 새겨질 것입니다.



작가 이력

이민진(1968). 한국 서울 출생. 소설가

예일대 역사학과, 조지타운대 로스쿨 졸업

2004년 단편소설 「행복의 축」으로 데뷔

전미도서상 소설 부문 최종후보 선정, 페던 최우수 단편소설상, 라이트 상 논픽션 부문, 비치 상 픽션 부문, 내러티브 상 수상.

뉴욕예술재단 2019 명예의 전당 등재, 몬머스 대학 명예박사학위 수여


사진 출처: Min Jin Lee (https://www.minjinlee.com/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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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사진 출처: ama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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