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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초등 부문] 우리들의 소중한 하루
작성일
2021.12.30

글짓기 초등 - 우수상

우리들의 소중한 하루

박 준 철 [케냐]


나는 케냐에서 태어났다. 내가 태어나던 해에 아빠는 이곳에서 우리 식당을 시작하 셨다. 가게가 있는 곳은 나이로비의 카렌이라고 하는 지역이다. 지금은 가운데로 큰 길이 뚫리면서 나무를 많이 베어 내긴 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울창하게 숲으로 둘러 싸여 있어서 그 사이로 자그맣게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예쁜 우리의 가게가 나온다. 식당의 이름은 ‘하루’이다.

우리 가게는 내가 자라는 동안 참 많이 변해왔다. 처음에는 야외 공간에 지붕도 없 어서 비만 오면 모두 안으로 대피해야 했다. 지금 밖에는 비를 막아 줄 수 있는 지붕 과 밤에는 아늑한 빛을 발하는 전구가 있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바 람막이와 따뜻한 열을 만드는 히터도 있다. 손님들이 좋아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아 빠는 참 많이 노력하셨다. 아빠는 아침 일찍 출근하셔서 밤 열두 시가 다 되어야 돌아 오셨다. 우리는 아빠의 얼굴도 잘 보지 못했다. 엄마는 학교가 없는 날에 우리를 데 리고 가게로 가서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셨다. 이런 노력으로 손님 들은 우리 가게를 많이 좋아해 주셨고, 이렇게 예쁘게 변한 우리 가게에 찾아오는 손 님들을 보면서 나도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에는 철판 요리가 메뉴에 추가되었 다. 손님 앞에서 바로 철판에 요리해서 내어드리는 요리다. 고기 요리를 할 때 보여주는 불 쇼는 손님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다. 나도 고기 철판 요리를 아주 좋아한다. 요 즘 우리 가게의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볼케이노 치킨’이다. 한국의 닭강정을 베이스 로 작게 만든 것인데 아빠 말씀으로는 찾아오시는 손님들 중에 이 메뉴를 시키지 않 는 분이 없을 정도라고 하신다. 역시 한국 치킨 맛은 세계 최고인 것 같다.

우리 가게에는 여러 인종의 다양한 손님들이 온다. 손님들의 개성은 각 나라 사람 들마다 다른 것 같다. 어느 날부터 우리 가게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드나들기 시작했는 데, 아빠는 아주 귀여워하시며 신선한 생선과 우유를 고양이에게 주셨고, 결국 그 고 양이는 우리 가게에 눌러앉았다. 우리는 고양이에게 ‘먹고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먹고자’는 사람들을 좋아했다. 특히 손님들의 의자에 함께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해서 의자에 앉아있는 손님의 등 뒤로 비집고 들어가 앉아있곤 했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 손님들은 고양이가 함께 앉아있는 것을 불편해하고 싫어했지만, 외국 손님들은 좋아 하면서 ‘먹고자’를 쓰다듬어 주거나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먹고 자’가 좋다. 우리 가족은 모두 ‘먹고자’를 사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고양이는 게 을러졌고 새끼 고양이도 몇 마리 낳았다. 지금은 우리 가게의 마스코트가 되어 대부 분의 손님과 가게 직원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코로나가 찾아왔다. 우리 가게에는 참 큰 변화들이 생겼 다. 케냐 정부는 특히 식당 운영에 많은 제약을 걸었다. 모든 테이블을 2미터 떨어지 게 하는 것은 기본으로, 들어가기 전에 손을 소독하고 체온을 측정해야 했다. 우리 가 게는 공간이 크지 않았기에 결국 식탁 몇 개밖에 놓지 못하게 되었다. 야간 통행금지 로 손님은 줄었고 점점 상황이 나빠졌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 코로나19대처를 잘 하 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가게 문도 닫지 않고 일상을 살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계신 할머니께선 우리를 많이 걱정하셔서 대량의 마스크를 몇 번에 걸쳐서 이곳으로 보내주셨다. 마스크는 많아졌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학교도 온라인 수업과 등 교를 반복했다. 정부에서는 식당들에 대해 테이크 아웃만 된다는 제약을 계속 걸었다 풀었다 했다. 통금도 있어서 가게는 점점 더 일찍 문을 닫아야만 했다. 요즘 나의 마 음도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아빠는 어쩔 수 없이 일찍 집으로 돌아오셨는데, 부모님 은 오히려 온 가족이 함께 영화도 보고 야식도 먹으면서 가족과 함께 기분 좋은 시간 을 보내려고 노력하셨다. 엄마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코로나로 죽거나 힘들어 하고있 다고 하시면서 원활한 인터넷과 배달이 있고 일을 계속 할수 있는 이곳의 생활에 감 사해야 한다고 하신다. 아빠가 일찍 오셔서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건 좋지만 그 래도 나는 빨리 코로나 전에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가게에 서 손님들이 평화롭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우리들의 소중한 하루가 다시 오기를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