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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시] 시신을 닦으며
작성일
2022.01.18

시 - 우수상

시신을 닦으며

김 지 영 미 셸 [뉴질랜드]


마지막 숨 푸스스 사위고 두어 시간
못다 한 말이랴 닫히지 않는 턱에
흰 수건 둘둘 말아 고이어 놓고
불 빠진 방구들처럼 식어가는
한 여인의 전생을 닦는다
종이 한 장 두께 눈꺼풀이
세상의 문 완고히 닫아버리네
옹이 박힌 손 고랑배미 주름
금가락지에 겨우 남은 한 생의 흔적
풀씨 같은 목숨 품었던 둥그런 배가
첫 눈 맞은 무덤처럼 소복하다
유품이 되어버린 비누를 묻혀
저승길 떠날 다리 애틋이 쓸어 드리나니
헛헛한 세상 뿌리내렸던 어진 나무여
며칠 자란 수염 꺼끌한 얼굴 부비며
여인의 아들이 작별을 고하건만
혼불마저 떠난 산중의 어둠인 양
아무도 비치지 않는 사자(死者)의 눈동자
생멸(生滅)의 첫발 디뎌 무엇을 보았을까
굽어진 팔 다리가
그물에 잡힌 새우 같다
이승으로 이어진 탯줄을 끊듯
나는 흰 천을 그니의 머리로 끌어올렸다
죽음과 나 사이
이 얄팍한 경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