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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초등부문] 할아버지와 나의 만남
작성일
2022.12.12

청소년 글짓기 초등 부문 장려상

할아버지와 나의 만남

장 예 준 (베트남)


나는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있는 친구가 참 부럽다.
우리할아버지는 안 계신다. 돌아가셨단다. 그런데 우리할머니, 고모, 작은 아빠, 아빠와 엄마는 우리 할아버지가 우리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계신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 없는데, 어떻게 여기 있다는 말일까? 사실 나는 이미 1학년 때 ‘사람이 죽어서 밤하늘의 별이 된다’라는 동화 속 이야기도 거짓말이라고 믿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어벤져스>의 토르, 오딘, 헐크, 스파이더맨도 사실은 한 번 죽으면 끝이라는 것도 2학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작년까지 나는 어른들은 때로 이상한 말을 하기도 한다고 생각했고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어린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어른들은 지금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라고 말씀하신다. “어디로 돌아가셨을까?” 3학년 때까지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돌아간다는 말은 ‘go back’인데 어디로 가셨다는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4학년이 되어 나는 알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죽었다’란 말을 ‘돌아가셨다’라 말한단다. 어쩌면 자연으로 돌아가고, 우주로 돌아가고, 하늘나라에 살다가 다시 돌아간다는 뜻인 것 같다. 한국 사람들은 사람이 어디에서 왔다가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긴 어디에서 왔으니, 다시 돌아가는 것일 수 있겠다고 4학년인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설과 추석 때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는 한국의 전통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교과서와 책 <why> 시리즈 등을 읽어보면 한국인들은 조상이 죽어도 우리를 보살펴주시고, 항상 함께 있다고 믿었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년이 지났고 나도 이제는 믿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2년 전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되기 바로 전, 할아버지께서 매우 아프시고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들었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아프시다는 소리를 듣고 먼저 한국에 들어가서 병원에서 할아버지를 배웅해드렸다. 나는 엄마랑 같이 서둘러서 비행기를 탔고 한국에 갔지만 우리가 갔을 때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다. 마지막에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잠을 주무시듯 눈감고 계셔서 그때는 할아버지가 주무시는 줄 알았다.
그때 나는 정말 몰랐다. 다시는 할아버지를 못 본다는 것을 몰랐다.
장례식을 치르고 무덤 안에 할아버지가 들어가셔도 할아버지가 잠을 자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가끔 한국에 가면 우리할아버지는 아프셔서 낮에도 주무실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베트남에서 전화하면 언제나 할아버지가 항상 제천 집에 계시고 전화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에 다시 돌아왔고, 한참 뒤에 알았다. 할아버지는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우리할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그런데 아빠는 슬퍼하지 않는 듯하다. 아빠가 죽으면 나는 참 슬플 것 같은데, 아빠는 내가 보는 곳에서 울지 않는다. 세상에 아빠와 엄마가 없다? 만약에 나의 아빠가 돌아가시면 나는 매일 슬플 것 같다. 아빠는 사람이 죽으면 가족들 기억과 마음속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할아버지를 기억하면 할아버지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고 말씀하셨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 하늘나라에서 만나셔서 행복하게 지낸다고 하신다.
우리할아버지,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원래 왔던 곳으로 가신 것이지만, 내가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마음으로 부르면 항상 함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기억한다. 기억할 것이다. 어렸을 때, 나에게 웃어 주시던 할아버지 얼굴. 나를 업어주시던 할아버지의 따뜻한 등, 전화하면 “밥 먹었니?” 라고 말씀하시던 할아버지 목소리를 기억한다, 나는 할아버지, 외할아버지에게 감사하다. 왜냐하면 우리 엄마, 아빠를 낳아주시고, 엄마, 아빠가 나를 낳았으니 나는 할아버지들 덕분에 태어난 것이다.

나는 오늘도 할머니께 전화한다. 할머니는 나보다 더 슬퍼하시고, 할아버지가 보고 싶으실 것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고, 기억을 생각하며 할아버지를 떠올리는 것이 할아버지와 만나는 방법이다. 우리는 기억을 하며 그렇게 오늘도 할아버지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기억하면 우리가 할아버지가 되어도 나는 또 우리의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안 계시지만, 여전히 함께 있는 것 같다. 내 마음속에 살아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