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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글짓기 초등부문] 내가 기증한 태극기
작성일
2022.12.12

청소년글짓기 초등 부문 우수상

내가 기증한 태극기
김 수 아 (미국)


“선생님, 여기 왜 한국 국기가 없어요?”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나는 코로나19 때문에 2학년 때는 집에서 온라인수업을 들었고, 3학년 때부터 학교에 다시 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간 학교 식당에서 많은 국기가 걸려 있는 것을 봤는데, 태극기는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국기 중에 태극기가 없다니…. 선생님께 얘기를 드렸더니 교장 선생님께 여쭤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복도에서 교장 선생님과 만난 나는 똑같이 여쭤보았다. “왜 식당에 한국 국기가 없나요?” 교장 선생님은 “나는 한국 국기가 뭔지 모른다.”고 얘기하셨다.
집에 온 뒤 이 사실을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우리학교 식당에 국기가 많이 걸려 있는데, 그중에 한국 국기가 없어.” 내가 서운해하며 말하자, 엄마는 서랍장에서 태극기를 꺼내주면서 “이 태극기를 걸어 달라고 교장 선생님께 편지를 써보는 건 어때?”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교장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교장 선생님, 저는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학교 식당에 한국 국기가 없는 걸 봤어요. 제가 이 국기를 드릴 테니 식당에 걸어주실 수 있나요? 감사합니다.” 다음날 편지를 태극기와 함께 교장 선생님께 드렸다.


얼마 후 점심시간이었다. 밥을 먹다 고개를 들어보니, 식당 벽에 그렇게 기다리던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저기 한국 국기가 걸려 있어!” “어떤 게 한국 국기인데?” “저기, 저게 한국 국기야. 내가 기증한 거야.” 그랬더니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다른 친구들도 “우와, 나도 기증해야겠다. 그러면 여기에 걸 수 있는 거야?” 라고 얘기했다. 나는 엄청 뿌듯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학교 식당에는 못 보던 국기들이 걸리기 시작했다. 터키, 브라질, 우크라이나 국기 등…. 자신이 기증한 국기가 걸릴 때마다 친구들은 신이 났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내 동생도 식당에서 태극기를 봤다며 신이 나서 얘기하는 것을 보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이 일이 있은 후 우리 반 친구들은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 짝꿍은 나에게 자기 이름을 한국어로 써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짝꿍에게 한국어로 이름을 써주었다. ‘Harlow, 헐로우.’ 그러자 옆에서 보던 다른 친구들도 자기 이름을 한국어로 써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다. 내 책상 주변으로 어느새 친구들이 가득 모여들었다. 한참을 쓰고 나니 손이 아팠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친구들은 신기한지 한국어로 된 자기 이름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자기 이름을 공책에 한글로 따라 적어놓는 친구도 있었다. 한글이 귀엽다고 했다.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 나갔는데, 어디서 많이 본 게임을 친구들이 하고 있었다. 물론 술래가 “Green Light! Red Light!”을 외치고 있어서 조금 달랐지만, 그 게임은 분명히 내가 동생과 자주 하는 한국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참 반가웠다. <오징어 게임>이란 한국 영화 때문에 유명해진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자랑스럽게 그 영화가 한국 영화라는 것도 친구들에게 알려주었다.
우리 반 남자애 중 한 명은 태권도를 배운다며, 검은 띠라고 자랑을 했다. “그거 한국 무술이야.” 내가 가르쳐주니, 일본 것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 친구는 또 한국 라면이 너무 맛있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한국식 치킨을 맛본 후에 엄마, 아빠와 나눠 먹기 아까울 정도로 맛있었다고 했다. “한국 음식은 더 맛있는 게 많아.” 나는 좋아하는 김치도 얘기해주고, 한국 음식 자랑을 실컷 했다.
학교가 끝나고 엄마, 아빠를 기다리면서 다른 반 여자애들과 얘기를 하게 됐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게 된 친구 중 한 명은 자기는 Black Pink를 좋아한다고 했고, 자기 오빠는 BTS를 좋아해서 BTS와 같은 가수가 되겠다고 매일 노래를 들으며 연습을 한다고 했다. 내 동생도 체육시간에 BTS 음악이 나오면 신이 나서 춤을 춘다고 알려줬다.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난 한국이 참 좋다. 이번 여름 방학에 코로나19 때문에 오랫동안 못 갔던 한국에 드디어 간다. 보고 싶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도 뵙고, 가고 싶었던 곳도 많이 가볼 생각이다. 물론 맛있는 한국 음식도 많이 먹어야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태극기도 여러 개 사와야겠다. 앞으로도 필요한 곳에 태극기를 기증하면서 자랑스러운 한국을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