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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글짓기 초등부문] 나는 카잔카
작성일
2022.12.12

청소년 글짓기 초등 부문 최우수상


나는 카잔카

주 세 아 (러시아)



나는 카잔카(카잔에서 태어난 아이)다. 그리고 나는 귀염둥이 세오츠카(나를 귀엽게 부르는 말)다. 그런데 다른 카잔카 친구들과는 달리 내 머리 색깔은 진짜 새까만 색이다. 딱 봐도 여기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염색을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엄마가 염색은 안 된다고 하셨다. 눈에 나쁘다고 한다. 우리언니가 안경을 썼는데 안경이 만날 굴러다닌다.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염색은 좀 참아야겠다.


“너 어디서 왔니?”
“나? 카잔사람인데….”
“거짓말….”
“나 저기 2번병원에서 태어났어.”
“아… 미안해.”


친구가 미안하다고 말해서 마음이 풀렸지만, 카잔카라고 설명하는 나도, 듣는 친구도 이상하다. 그래서 요즘은 내 맘대로 말한다. 어떨 때는 한국사람, 어떨 때는 카잔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시 외우는 걸 좋아한다. 타타르 시인의 시도 러시아 시인의 시도 다 좋다. 유치원에서는 타타르어로 투카야 시인의 시를 배웠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타타르어로 알리샤 시인의 시를 너무나도 자주 배운다. 왜냐하면 우리학교는 20번 김나지아 갑둘라 알리샤학교다. 그래서 학교에는 알리샤박물관도 있고 알리샤 시 읽기대회도 열린다. 알리샤는 카잔에서 아주 유명한 시인이다. 알리샤 시인의 시가 멋있어서 나는 자주 내 맘속에 저장한다. 푸쉬킨의 시도 멋있다고 하는데 나는 푸쉬킨의 시가 멋있는 건 잘 모르겠다. 내가 러시아어를 타타르어보다 잘 못해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한글학교에서 윤동주라는 한국시인과 그의 시에 대해 배웠다. 윤동주 시인은 독립운동가이자 일제강점기에 한국어로 시를 쓰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아플 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시를 쓴 시인이라고 한다. 나는 그의 시를 읽으면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냥 나에게 아프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냥 한국어 시는 다 나한테 말을 거는 것 같다.


집에 와서 윤동주 시인의 시를 더 읽는데 이번에는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가 어렵다. ‘별 헤는 밤’이라는 시는 제목부터 이해가 안 간다. 별을 헤?? 뭘 해?? 별을 이쪽저쪽으로 옮기는 건가? 아~~ 한국어야. 너는 또 나를 펄쩍펄쩍 뛰게 만드네. 엄마한테 여쭤봤더니 별 헤는 것은 별이 몇 개인지 세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이해가 간다.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어머니, 어머니…. 별을 세면서 별 하나하나에 뜻을 넣어 주는 것이다. 우와~ 좋은 아이디어다. 내가 느끼는 시인들은 천재다. 그런데 계속 이 시를 읽다가 나는 또 눈물이 났다.


나는 5살 때 크게 다쳐 지금까지 4번 수술을 받았다. 한 번은 러시아에서, 나머지 3번은 한국에서 수술했다. 수술 때마다 늘 엄마는 나랑 같이 있었다. 그런데 윤동주 시인의 어머니는 멀리 북간도에 계신가 보다. 그는 이 시에서 매우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나는 수술실 들어가며 느껴졌던 마음이 떠올랐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한국시는 슬프다.


우리 엄마는 매년 태극기 그리기를 시키신다. 그런데 태극기는 정말 그리기가 어렵다. 러시아 국기는 줄 두 개 긋고 3가지 색만 칠하면 끝인데 태극기는 동그라미에 작대기가 도대체 몇 개야? 엄마는 늘 ‘작대기 개수가 다 나라사랑 개수야’라고 하셨다. 우리 엄마의 무한 사랑 코리아~ 요즘은 나도 한국 역사를 배우며 엄마가 이해간다. 한글학교에서 이 주에 한 번씩 한국역사를 배우는데 러시아 역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한국역사는 나의 역사라고…. 나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 역사 속에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우리 엄마는 한국 역사만화표를 화장실 한쪽 벽에 붙여 놓으셨다. 가끔 화장실에서 나와 벽에 그려진 만화를 보고 한국역사를 물어보면 우리 엄마와 아빠는 서로 가르쳐주려고 하신다. 러시아 역사를 물어보면 “너의 친구, 유튜브가 있잖아” 하시면서 한국 역사는 아주 영화까지 찾아주며 가르쳐주신다. 나는 우리 부모님을 보며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배운다.


하지만 나는 카잔카다. 나는 내가 카잔카인 것도 자랑스럽다. 왜냐하면 카잔은 늘 나와 함께 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러시아어로 말하는 게 더 쉽다. 그리고 여기는 나의 베프들이 많은데 한국에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 그래서 한국사람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때도 있다. 그런데 요즘은 한국이 하도 인기가 많아서 나도 덩달아 학교에서 인기가 많아졌다. 학교에서는 내가 외국인인지 러시아인인지 친구들끼리 내기를 하기도 한다. 아주 아이러니하다.


나는 러시아 사람도 한국 사람도 되고 싶다. 그런데 이건 아주 어렵다. 알리샤 시는 나를 즐겁게 하고 윤동주 시는 나를 눈물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