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ain page
  2. 재외동포 광장
  3. 재외동포문학
  4. 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글짓기 중・고등 부문]선한 영향력
작성일
2022.12.12

청소년글짓기 중・고등 부문 장려상


선한 영향력

김 기 현 (도미니카공화국)



나는 현재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국가 중 하나인 도미니카공화국에 살고 있고, 자연스레 나의 학교생활은 현지인과 외국인이 함께하는 국제학교다. 내가 4학년 때 겪은 이 일은 5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 내가 살아갈 긴 인생에서 큰 길잡이가 될 것 같아서 한 번쯤은 글로 남기고 싶었다. 그 친구에게는 매우 사소한 배려이거나, 너무나도 당연한 그의 일상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매우 큰 깨달음을 주고, 또한 내 스스로 지난 언행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몸은 의지를 따라오지 못해, 자연스럽게 학교에 있을 때나, 친구들과 모였을 때, 혹은 쉬는 시간 공놀이를 할 때는 비주류가 된다. 친구들은 나를 폭탄 취급하며 같은 팀이 되기를 거부했고, 가끔은 아예 합류도 못 하게 했다.
오늘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사람은 학교 친구 중 한 명이었던 니콜라스다. 그는 나와 달리 인기도 많고 운동도 아주 잘한다. 뿐만 아니라 남들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있어서, 모든 친구가 그를 좋아한다. 니콜라스는 체육 시간이나 공놀이를 할 때가 되면, 당연한 듯이 늘 리더가 되었고, 리더가 되지 않을 때도 매번 제일 먼저 선택이 되는 친구였다.

어느 날, 체육 시간에 다 같이 축구를 하기 위해 모였고, 선생님의 지휘 아래 니콜라스와 다른 한 친구가 양 팀의 리더가 되었다. 각 리더는 가위바위보를 통해 차례대로 자신의 팀원을 선택해야 했고, 그런 경우 보통은 이긴 리더는 잘하는 사람 위주로 팀원을 선택해서 자신의 팀을 구성하기 마련이다. 난 당연히 선택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주변에 있던 친구들과 대화하며 딴 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니콜라스는 가위바위보에서 이기자마자 바로 나를 골랐고, 이를 인정하기 어려운 듯 주변의 아이들은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나를 골랐다는 사실에 당황한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고, 니콜라스는 주변의 비난 따윈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어서 자신의 쪽으로 나오라며 손짓을 보냈다.
나는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나 니콜라스 쪽으로 걸어갔고, 주변에 있던 아이들의 비난과 야유는 점점 더 심해져 갔다. 다시 니콜라스에게 선택의 차례가 주어지자, 그는 이번에도 축구를 잘하지 못하는 다른 아이를 선택했고, 그다음에도 그렇게 했다. 결국, 팀 선택이 끝났을 때는, 상대 팀은 축구를 제일 잘하는 아이들로 구성된 반면, 우리 팀은 축구는 못하지만, 열정만은 가득한 친구들로 구성되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불리한 팀 구성으로 우리 팀은 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니콜라스는 계속 자신은 수비에 위치하며 경기를 이끌어갔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넣을 수 있는 골을 다른 팀원들에게 계속하여 패스해주었다. 그 많은 패스 중 몇몇은 나에게도 왔고, 결국 나도 한 골을 넣게 되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게임이 끝난 후, 나는 니콜라스에게 가서 나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니콜라스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얘기했다.
“내가 보기에 너는 충분히 잘하는데, 애들이 자꾸 못한다고 말하니까. 애들한테 너 잘한다고 제대로 한번 보여줘야지.”
우리 주변에는 친구라는 이름의 수많은 존재가 있다. 특히 외국에서는 형, 누나라는 호칭이 없으니 위, 아래로 몇 살 터울의 친구, 가끔은 어른까지도 친구가 된다. 과연 내 주변에 이렇게 멋진 친구가 몇 명이나 될까? 혹은 난 과연 몇 명에게나 이런 멋진 친구로 존재할까?
남을 먼저 배려하고, 그 사람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을 꺼내 더는 약점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어주는 친구, 주변의 야유와 비난에 굴하지 않고 친구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굳건한 친구, 그리고 그 이유를 묻는 내게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단한 일도 아닌 듯 쿨 하게 말하는 친구. ‘니콜라스 길잡이’가 탄생한 순간이다.

나는 이날, 니콜라스라는 한 사람을 계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항상 내가 중심이고, 내가 우선순위였던 나였다. 하지만, 누군가의 한 마디 말과 진실한 행동이 타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니콜라스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그 이후, 나의 행동과 말은 전보다 더더욱 신중하게 되었고 나보다 불리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배려하게 되었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남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뒤늦게 깨닫게 될 때마다 이 경험을 떠올리며 다시 중심을 잡고자 노력한다.
‘선한 영향력’이란 말이 있다.
니콜라스의 선한 행동은 나에게도 큰 본보기가 되었고, 나 역시도 비슷한 방법으로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는 학교 수업 중에 수학과 코딩을 잘하는 편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어려운 과제를 내주시거나 성적에 상당 부분 반영하겠다는 언급을 하시면 많은 친구들이 당황한다. 게다가 코딩은 그룹 프로젝트도 많다.
평소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가고 수학이 어려워질수록 아는 척을 하기도 하고, 특히 그룹 프로젝트엔 나랑 같은 팀이 되려고 한다. 목적은 간단하다. 수학은 그저 답만 얻기, 코딩은 팀원으로 이름만 얹고, 정작 본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중에는 나의 축구 흑역사에서 비난과 야유를 보내던 밉상들도 있다. 그 기억들을 소환하고자 하면 난 진심으로 그 누구도 도와주기 싫다.
그러나, 이럴 때마다 나는 ‘니콜라스 길잡이’를 생각한다. 아무리 풀어도 답이 도출이 안 되는 친구는 기꺼이 나의 방식을 알려주고, 복잡한 코딩용어를 찬찬히 설명해준다. 수학 수업시간에는 상위 몇 명에 속하지만, 코딩 수업시간의 난 단연 으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난척하지 않기, 그들도 하나의 장애물만 넘기면 다 잘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는 믿음, 그런 마인드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것이 내 작은 변화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행동을 통해 어느 누군가도 타인에게 비슷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신념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