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가작
뿌리 깊은 나무
이 영 미 (인도네시아)
봄비에 젖어 낙화하는 꽃잎들 따라
한순간의 만타를 위해 숨죽였던 시간
긴 한숨으로 풀어내는,
풀벌레 소리 요란한 적도의 밤
기회의 땅, 바다 건너 이국땅에서
활짝 필 거라던 어린 소녀의 다짐
함박눈처럼 흰 앵두꽃으로
가지마다 맺히던 고향의 밤
허리춤에 조롱조롱 매달린
붉은 앵두 같은 아이들 먹일 밥
가마솥에 안치며
고단한 하루를 불쏘시개로 태우던 어머니
한평생 흙에서 살다 간
어머니의 손에서 나던 냇내
화장품을 담뿍 발라도 지워지지 않는
어머니의 향기가 화석처럼 박힌 손으로
가위를 쩔그럭거리며
저고리를 마름질하고
웃음을 고이 접어 꿰맨 수십 년 세월
흐드러지게 핀 일 없으니
이지러질 일도 없는 인생이라지만
기우는 세월을 머리에 하얗게 이고 선
나는 적도에 뿌리내린
한 그루의 나무
또 다른 어머니로 기억될
강인한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