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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시] 챠보(Tsavo) 공원의 심바(사자)를 보았는가?
작성일
2022.12.14

시 부문 가작


챠보(Tsavo) 공원의 심바(사자)를 보았는가?

김 미 영 (케냐)



바늘로 콕 찌르면
바닷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구름 한 점 없는 아프리카의 푸른 하늘
대체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지평선이 보이는 너른 광야
초목이 타는 냄새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누렇게 바랜 풀을 뜯고 있는
얼룩말과 가젤과 어린 사슴들

하늘과 땅 사이에 우뚝 서 있는
바오밥(Baobab) 고목나무
신께서 실수로 거꾸로 꼽았다지.
비틀어진 나뭇가지마다
하얀 종이꽃이 대롱대롱 매달렸다.
바오밥 나무에 꽃이 피면 비가 온다던
타이타(Taita) 부족 어르신들의 말씀처럼
소낙비가 흠뻑 내렸으면 좋겠다.

비를 내릴 시기를 잊어버린 하늘
메마른 들판에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
더위에 지친 사자가 한 그루 나무에 의지해서
회색빛 그늘 밑에 드러누웠다.
입과 다리에 잔뜩 묻힌 붉은 피
입을 벌리고 헐떡거린다.

사냥을 마친 만족감으로 누리는 여유
드러낸 허연 배에 까맣게 달라붙은 야생 진드기들
쉬지 않고 흡혈하고 있다.
평화로운 세계를 깨뜨리고
연약한 자들을 잡아먹었으니
너도 누군가에게 먹히고 있다.

강하고 사나운 동물의 왕
너무 가까이 보아서 너의 정체를 알아버렸다.
모두가 너를 보며 두려워 떨고 있지만
쫓아낼 수 없는 작은 천적이
너의 피를 계속 빨아먹고 있다는 걸…
그래서 겸손해야 하는 거다.

챠보의 심바야, 너무 으르렁거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