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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시] 한 장의 결혼사진
작성일
2022.12.14

시 부문 우수상


한 장의 결혼사진

유 한 나 (독일)


쏟아지는 햇살에
기쁜 웃음으로 반짝이는 호수
어여쁜 새소리에
더 푸르러진 숲 무대 아니었다
부푸는 가슴처럼 수십 개 풍선 달리고
장미 향기 그윽한 꽃 무대 아니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 위에 가죽조끼 입은 신부
검은 턱시도 입고 워커 신은 신랑,
사랑의 눈빛 빛내며
생애 최고의 사진을 찍은 곳은…

군화 발자국처럼 시커멓게 찍혀있는
찢기고 부서진 건물 벽 앞
잔해로 둘러싸인 폐허의 거리
폭격의 시간이 훑고 지나간
찌그러지고 망가진 자동차 위에 앉아
앞날의 꿈을 담은 눈빛 마주 나누며
그들의 가장 축복된 시간을 뿌리고 있다

공포와 경악의 전장에서 보내온
젊은 우크라이나 의사와 간호사가 보내온
한 장의 결혼사진!

폭격도 뚫을 수 없는 사랑의 힘,
총알보다 강한 희망의 씨앗 담긴
조용하고 엄숙한 답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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