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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초등 부문] 평생 중국에 살았지만 한국인 어린이입니다
작성일
2024.01.24

청소년 글짓기 초등 부문 장려상


평생 중국에 살았지만 한국인 어린이입니다

임지민(중국)


나는 중국 상하이에서 싱가포르 국제 학교에 다니는 7살 한국인 임지민이다. 나는 한국에서 돌잔치를 하고 바로 중국으로 왔다. 엄마 말로는 아직 ‘응애응애’ 하고 울 때 왔다고 한다. 나를 놀리는 말 같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3살 때까지 유치원에 안 가고 엄마랑만 지내서 엄마 껌딱지였다. 그러다가 4살 반이 되면서 영어, 중국어를 배우지만 다른 과목은 다 한국어로 수업하는 한국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나처럼 어릴 때 중국에 온 친구들 중에서는 중국 유치원이나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도 많지만,우리 엄마는 나를 꼭 한국 유치원에 보내려고 했다. 왜냐하면 그때 내가 자꾸 중국을 우리나라라고 하고,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우리나라 국기라고 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직도 가끔 이 이야기를 하며, 내가 더 커서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헷갈리고 고민할까 봐 걱정된다고 하신다. 엄마의 걱정 덕분에 재밌는 한국 친구들이랑 한국 선생님들이 있는 유치원을 매일 웃으며 다녔다. 좀 걱정되는 건 지금도 한국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나 엄마 친구들은 내가 아기 때부터 중국에서 살았으니 중국어를 아주 잘하는 줄 알지만 사실 나는 중국어를 잘은 못한다.

처음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내 국어 실력은 엉망이었다. 예를 들면 ‘물웅덩이’를 ‘물엉덩이’라고 하면서 이런 질문을 종종하곤 했다. “엄마, 물엉덩이는 사람 엉덩이에서 물똥이 땅바닥에 떨어진 게 물엉덩이야?” 또는, ‘스테이크’를 ‘스케이트’라고 하며 “나 오늘 스케이트 먹을래.”라고 하기도 했다. 한국말이랑 영어가 막 헷갈려서 이상한 말을 하기도 했다. 유치원에서 ‘onion’이라는 단어를 배웠었는데 우리 반에 ’안예은’이라는 친구의 이름이랑 똑같이 들려서 “나 안예은 싫어해.”라고 말해서 다들 깜짝 놀라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는 영어 이름이 ‘Luna’인 친구가 생각나서 코로나를 ‘코루나, 코루나’라고 하기도 했었다. 가끔 이상한 말을 해서 머쓱해진 적도 있다. 창피해서 울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당당하게 생각했다. ‘이 정도 가지고 뭘 울어, 어디 아픈 것도 아닌데.’ 이렇게 배우면서 나는 더 똑똑해졌다.

세월이 빛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나는 작년에 1학년에 입학했다. 코로나 때문에 2020년부터 2023년 여름까지 나는 한국에 한 번도 못 갔다. 그새 나는 친구들의 얼굴과 한국이 어떤 곳인지 잊어버렸다. 학교 친구들은 다 외국 친구들이다. 나랑 제일 친한 친구는 두 명인데 한 명은 홍콩에서 온 친구, 한 명은 싱가포르에서 온 친구다. 셋이 같이 슬립오버(파자마 파티)도 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사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꾀병이라는 말도 배가 아픈 병의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평범한 시간을 보내고 어느새 여름방학이 되었다. 생각나는 추억도 하나 없는데 이상하게도 한국에 갈 생각에 기뻐 죽는 줄 알았다. 부모님이 비행기 표를 끊자마자 쉴 새 없이 물었다. “엄마, 언제 가? 언제, 언제, 대체 언제가?” 한국으로 가는 날 나는 엄마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다섯 시 반에 일어났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또 물었다. 얼마나걸리는지 말이다. 한 시간 반이라는 말에 입이 쩌억 벌어졌다. 세 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갔던 계림이나 내몽고보다 훨씬 가깝다니. 먹고, 자고, 놀고, 자니까 어느새 한국에 다 다랐다. 삼 년 반 만이라니 정말 오랜만이었고, 내가 가 본 한국은 중국이랑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다.

내가 처음으로 다르다고 생각한 것은 안전이었다. 중국에서는 안전 규칙을 안 지켜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한국은 중국보다 안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삼촌 차를 타고 갈 때 차 안에서 들었는데, 한국은 속도를 제한하는 곳이 아주 많았고 자율 운전까지 있었다. 거기에다가 어린이 보호 구역까지 있어서 정말 놀랐다.
어느 날은 경찰이 삼촌 차를 세우고 술을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후 불어 보게 하기도 했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운전하고, 횡단보도만 있지 어린이 보호구역 같은 건 본 적이 없다. 술을 마셨는지 단속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은 깨끗함이었다. 중국에서는 길에서 아무렇게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아주 많은데 한국은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담배 피우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큰 개를 많이 키워서 길에 개똥이 많은데 산책하다가 개가 똥을 눠도 다들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
한국에서는 개가 똥오줌을 누면 주인이 곧바로 치웠다. 한국은 정말 깨끗한 곳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중국이 더 좋은 점도 있었다. 중국 사람들은 어린이들에게 친절하다. 한국에서는 어린이들이 조금만 뛰어도 시끄럽다고 꾸중을 듣는데 중국 사람들은 어린이들이 집에서 뛰거나 피아노를 치는 건 별 신경 쓰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어린이라고 자리 양보를 받은 적도 많다.
나는 중국이 좋은 점도 있다고 느껴졌다.

나는 내년에 또 한국에 갈 것이다. 벌써 한국에 가는 것이 기대된다. 하지만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가서 살아야 한다면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것 같다. 한국도 좋고, 중국도 좋다. 아무 바이러스도 유행하지 않아서 한국에 못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