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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글짓기 초등 부문] 단 하나의 특별한 작품
작성일
2024.01.24

청소년 글짓기 초등 부문 장려상


단 하나의 특별한 작품

강민지(스페인)


저는 2011년에 스페인에서 태어났습니다. 형제가 없으니 외동이지요. 사람들은 외동들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들은 편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맞아요. 저도 외동딸이라서 편하고 좋은 점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같이 놀 사람이 없어서 심심하기도 합니다.

‘외동’이라는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더니 ‘단 하나뿐인 자식’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우리 부모님에게 단 하나뿐인 자식이기도 하지만 학교에서도 단 하나뿐인 한국인 학생이었습니다. 요즘에는 한국 음악과 문화가 유명해져서 제가 학교에서 랩이나 한국 아이돌의 춤을 추면 아이들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소풍을 갈때면 엄마가 싸주시는 김밥 도시락도 인기가 많답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학용품이나 장난감들도 친구들 눈에는 늘 신기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이탈리아어를 할 줄 아는 한 친구와 서로 한국어 이탈리아어 가르쳐 주면서 놀 때도 있고, 나의 단짝 친구인 비키는 한국어의 말소리가 재미있는지 나에게 한글 단어를 배워서 우리 부모님에게 직접 인사를 하기도 했답니다. 스페인 학교에서 ‘하나뿐인 한국인’으로 지내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게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점들 뒤에는 나 혼자 겪어 내야만 하는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어도, 손가락으로 눈을 옆으로 찢는 행동을 하며 놀리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니하오’하고 중국말로 인사를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나는 많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견학이나 소풍을 가야 하는 날에는 버스에서 같이 앉을 친구를 찾는 것도 사실 쉽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혼자라는 것은 유일하다는 특권이기도 있지만, 외로움이라는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적 없는 스페인에서의 학교 생활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한번은, 어렸을 때 친구들은 나를 보고 스페인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스페인 사람인줄 알고 지냈는데, 부모님은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친구들과 똑같은 말을 하고 똑같은 학교를 다니는데 왜 나만 한국인일까 궁금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연휴가 되면 다들 친척들과 만나는데 나는 아무데도 갈곳이 없었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동방박사의 날이 되면 친구들은 친척들에게서 많은 선물을 받는데 나는 부모님에게만 받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별로 큰 문제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내 마음에는 늘 아쉬움과 궁금증이 되었습니다.

스페인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단 한 명의 한국인인 나는 마치 큰 도화지에 찍힌 하나의 점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한 마리의 미운 아기 오리처럼 생각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외동’이 외로운 아이라는 뜻은 아니잖아요? 하 나의 작은 점이면 어때요. 볼펜으로 콕 찍어 놓은 것처럼 아주 작은 씨앗들이 나중에는 자라서 큰 나무들이 되고, 그 나무는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새들이 쉬어가기도 하니까요. 이 씨앗도 아마 어두운 땅속에서는 외롭고 무섭고 힘들었겠지요. 하지만 결국에는 멋진 나무가 되어서 행복할 것 같아요. 나도 이러한 씨앗을 생각하면서 넓은 스페인이라는 큰 도화지 같은 곳에서 처음에는 작은 점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큰 나무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미운 아기 오리도 정말 미워서 그런게 아니라 다른 오리들과 달랐기 때문에 형제 오리들에게 미움을 받았던 것이지요. 내가 좋아하는 한국 랩 중에 ‘불협화음’이라는 곡이있습니다. 그 랩의 가사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어요. “동 그라미들 사이에 각진 세모 하나, 우린 그걸 작품이라고 불러 친구야.” 형제 오리들 사이에 튀는 것 같은 아기 오리는‘미운’ 오리가 아니라 ‘작품’이었던 것이에요!

지금, 나처럼 전 세계 각 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멋진 작품인지 알려 주고 싶어요. 우리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나도 그리고 우리들 모두가 더이상 외롭지 않을 것 같아요.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