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ain page
  2. 재외동포 광장
  3. 재외동포문학
  4. 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글짓기 초등 부문] 코리안 걸로 우뚝 서다
작성일
2024.01.24

청소년 글짓기 초등 부문 우수상


코리안 걸로 우뚝 서다

임정윤(중국)


‘훗,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난 학교 음악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하고는 항상 속으로 으스댄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내가 바이올린을 정말 잘하기 때문이다. 난 3학년, 4학년 때도 1등을 차지했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내가 1등을 빼앗긴 것이다! 자, 사연을 말하자면 이렇다.

내가 다니는 국제 학교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음악 대회가 열린다. 이번에도 예선은 말할 필요도 없이 그냥 통과했다.

“정윤아, 이번에도 잘해 봐라.”
“넵!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그럼 본선 때 보지.”
음악 선생님의 파란 눈이 오늘따라 더 차갑게 느껴졌다.
‘에잇! 저 쌤은 날 싫어하는 게 분명해. 어째 나랑 얘기할 때 웃지를 않는 건지….’

본선까지 남은 이 주는 정말 필사적으로 연습했다. 실은 나에게 라이벌이 한 명 있기 때문이다. 본선 전날에는 너무 걱정돼서 잠을 한숨도 못 잤다. 그날따라 너무나 길게 느껴 지던 수업이 끝나고 드디어 대회가 시작되었다.

손과 발이 미세하게 떨렸다. ‘난 잘할 수 있다!’ 속으로 날 응원하고 무대에 올랐다. 처음에는 많이 긴장됐다. 그런데 멘델스존의 아름답고 경쾌한 선율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짝 짝짝 짝짝” 관객은 많지 않았지만, 연주가 끝나고 모두 박수를 치니 뿌듯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내 라이벌의 연주가 남아 있다. 뜻밖에도 라이벌인 에이미는 연습을 많이 못했나 보다. 올해도 우승 확정인 것 같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김이 새는 기분이었다.

며칠 후 엄마가 드디어 메일을 보고 결과를 알려 준다.
둥, 둥, 둥. 내가 뻔히 우승일 줄 알면서도 가슴이 뛰었다. “2등이네, 축하해! 그런데 에이미가 그렇게 잘했니?” 항상 1등만 하던 나에게는 벼락같은 소식이다. 그리고 내 라이벌이 잘했냐고? 절대 아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난 그날 정말 펑펑 울었다. 그 녀석이 정말로 나보다 잘했다면 결과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 억울하고 이상한 일이다. 엄마에게도 그날 에이미의 연주가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알려 주고, 서로 위로하고 분노했다. 다음날 학교에서도 대회를 지켜본 친구들은 진정한 1등이 나라고 말했다. 음악 선생님도 참 어처구니가 없다. 구경하러 온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심사를 이렇게 하다니!
바이올린은 항상 나를 당당하게 앞에 세워 주는 친구 같은 존재였는데. 그런 바이올린 때문에 이렇게 울다니 배신당 한 기분이었다. 그때 난 처음으로 세상은 공정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무척 실망했다.

그런데 그날, 눈치 없는 에이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하하하! 나 일등 했어! 너 이등 했지? 너무 속상해하지 마.다음엔 더 열심히 해 봐. 하하하!” 정말 재수 없는 녀석이다. 그렇게 엉망으로 연주해 놓고 1등을 했다면 적어도 미안하게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집에 돌아와서도 이 일에만 온 신경이 가 있었다. 1, 2, 3등 수상자는 시상식이 끝난 후 무대에 올라 연주한다. 난 그 무대에서 에이미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겨뤄 보고 싶다. 누구의 연주에 관람객들의 반응이 더 좋은지로 말이다. ‘그러려면 모두가 알고, 좋아하고, 몰라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노래여야 해…. 그런 거라면…. 맞다, K-Pop!” 나는 흥분해서 요즘 학교에서 제일 인
기 많은 Black Pink(지수), BTS, IVE의 곡을 골랐다. 그리고 남은 2주간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연습했다. 처음에는 내 라이벌 생각도 나고 클래식과는 다른 박자와 리듬에 너무 힘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몸이 들썩 였다.

드디어 공연 당일이 되었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막상 공연을 앞두니 긴장이 되었다. ‘아…. 다른 아이들은 다 클래식을 연주하는데, 내가 너무 튀는 곡을 골랐나? 전교생에다
부모님들까지 다 오셨는데 내가 괜한 짓을 했나? 그냥 클래식 할걸….’ 뒤늦은 후회로 다른 아이들의 연주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내 차례가 오고 반주가 시작되었지만 ‘쿵, 쿵, 쿵’ 내 심장 소리가 너무 커서 반주가 안 들리는 것 만 같았다. 그때였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어?”, “꺅!”, “꺄!”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연주가 시작되자 환호 소리는 더 커졌다

Permission To Dance를 연주할 때는 모든 사람이 박자에 따라 박수를 쳤고, Flower를 연주할 때는 “꺄악” 비명을 지르고, 두 손을 모아 돌리며 지수의 춤을 따라 했다. 마지막으로 IVE의 After Like가 절정이었다. 친구들이 떼창을 하고 분위가 한껏 달아올랐다. 나는 그 모든 순간이 너무나 즐거웠다. 이것이 바로 짜릿함일까? 환호와 박수 소리에 나의 몸도 붕붕 떠오르는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올해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어렸을 때 날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도 내가 자기 학생인 게 너무 자랑스럽다며 끝없이 엄지를 날려 주셨다. 심지어 한국 학부모님들 몇 명은 나를 직접 찾아왔다.

“정윤아, 중국 엄마들이 저 학생 누구냐고 궁금해하길래, 내가 ‘코리안 걸’이라고 했어. 네 덕에 한국인인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난 어깨가 으쓱해졌다. 물만 마시러 가도 모르는 언니들이 다가와 “네가 그 K-Pop 연주한 애지?”라고 물었다. 하루만에 인싸가 되고 중국 엄마들 사이에서도 “코리안 걸”로 소문이 났다.

그 후론 어떻게 됐냐고? 학교 개교기념일 축제 때 또 K-Pop 을 연주하며 활약할 기회가 주어졌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나는 이번 연주를 통해 내가 받은 모든 박수와 관심이 내가 한국인이고 K-Pop을 연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한국인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마지막으로 이제 ‘코리안 걸’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니, 그에 걸맞게 공부도 악기도 더욱 최선을 다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언젠가 정말 세계에 코리안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당당하게 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