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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글짓기 초등 부문] 세 달 동안 굴뚝에 사는 쥐
작성일
2024.01.24

청소년 글짓기 초등 부문 우수상


세 달 동안 굴뚝에 사는 쥐

서하임(태국)


검은 굴뚝에 살고 있는 쥐를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굴뚝 연기와 재로 인하여 털은 숯처럼 까맣게 변하고, 목소리는 감기 걸린 것처럼 쉰 소리가 나고, 콜록콜록 기침도 하겠죠. 또한 까만 재 때문에 눈은 충혈되어 빨간 실핏줄이 보이고 까만 눈곱으로 인해 잘 보이지도 않겠죠. 코는 막혀서 냄새를 못 맡아, 맛있는 치즈가 앞에 있어도 잘 먹지 못하겠죠. 틀림없이 굴뚝에 사는 쥐는 푸른 들판에 사는 쥐보다 더 까맣고 삐쩍 말랐고 건강하지 않을 것 같아요.

치앙마이 미세먼지 수치가 오백을 넘었어요. 4월 초에 도이스텝(산)에서 불이 나서 치앙마이 시내 쪽은 미세먼지 수치가 900을 넘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요즘 치앙마이는 굴뚝 속 같아요. 그리고 이곳에 살고 있는 나는 굴뚝 속에 사는 쥐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어 보면 지난 1월 달에 멀리 보이던 산은 사라져 안 보이고, 집 앞 골목 끝은 뿌옇게 보이고, 골목마다 매캐한 냄새가 나요. 하늘은 온통 회색빛으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은 찾아 볼 수 없어요. 그리고 친구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눈과 목도 아프다고 학교에 오지 않아요. 이 미세먼지가 2월부터 4월까지는 이곳 치앙마이를 점령하고 힘자랑을 하고 있어요.

지난 3월에 푸켓으로 여행을 갔어요. 푸른 바다가 있는 푸켓은 미세먼지가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어쩜 그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지요. 시원한 바람은 푸켓에 다 모였나 봐요.
커다란 나무 밑에 누워 있는데, 더위도 물러가고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예쁜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왔어요. 바람 한 점 없고 온통 회색빛이던 치앙마이 하늘과는 완전 달랐어요. 같은 태국 하늘인데 전혀 다른 색깔이네요.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학교에 갔어요. 학교 가는 길은 여전히 회색 안개가 끼어 있어요. 우리 학교는 30분씩 놀수 있는 시간이 세 번이나 있어요. 하지만 공기가 많이 안 좋아서, 이 세 번의 쉬는 시간을 모두 교실 안에서 놀아야 돼요. 좁은 교실에서 노는 것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해 힘들기도 하고 놀 수 있는 것들도 제한되어서 답답해요.
특히 어떤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에게 스트레스를 풀고, 심술을 부려 자주 싸워요. 창밖으로 놀이터가 보이지만 그림의 떡이에요. 특히 남자애들이 축구를 못 해 화를 내고 어떤 친구는 울기도 했어요. 이렇게 우리는 우울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요. 이런 미세먼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시 한 편을 지었어요.


미세먼지

너가 온 지 벌써 두 달이 되었구나!
오늘도 산이 안 보이네
넌 뭘 숨기는 것을 잘 하는구나!
다음엔 뭘 또 숨길 거니?

너는 학교에도 왔구나?
우리들을 교실에 가두어 놓고
놀이터에서 혼자만 놀고
넌 우리 즐거움도 가져가는구나!
내일은 뭘 또 가져 갈거니?

우리 집에도 찾아온 너
덕분에 방 안에 또 갇히게 되었구나.
너 혼자 마당을 차지하고
하지만 난 너가 부럽지 않아
곧 쏭크란이야!



치앙마이는 세 달 동안 미세먼지가 아주 심해요. 하지만이 계절이 지나면 아주 아름다워져요. 회색빛은 찾아볼 수 없는 계절로 변해요. 이제 쏭크란(우기 시작을 알리는 축제)이오면 비가 오기 시작해요. 비가 오면 하늘은 다시 푸르러지고 구름도 하얀색으로 변해요. 사라졌던 산도 다시 나타나고, 우리들도 놀이터와 잔디밭 사이에 뛰어다닐 날이 온다는 것이죠. 그리고 엄마 아빠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산으로
캠핑을 갈 수 있어요. 아마 굴뚝 속에 살던 까만 쥐도 다시 반짝이는 털을 흔들며 친구들과 신나게 달리겠죠. 어서 그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