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ain page
  2. 재외동포 광장
  3. 재외동포문학
  4. 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수필] 거미의 집
작성일
2024.01.25

수필 우수상


거미의 집

조사라(필명: 박영실)(미국)


곤충들 세계는 오묘하고 신비롭다. 땅에 존재하는 곤충들은 다양하다. 수많은 곤충의 생존 전략은 알면 알수록 경이롭다. 곤충이 없으면 꽃이 수정할 수 없어 생태계가 파괴 된다. 나는 곤충을 좋아하지 않지만 종종 곤충을 탐색하는 편이다. 어느 날, 산책로에서 마주한 거미가 내 시선에 포착 되었다. 여러 곤충 중에 거미에 오래도록 마음이 머물렀다.거미를 마주하는 순간 다른 곤충과 느낌이 달랐다. 거부할수 없는 어떤 동질감에 이끌려 탐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는 2,963종의 생물 종과 46억의 곤충이 있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 곤충들은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위장술을 사용한다. 그것은 생존 본능이고 전략이다.

거미가 집을 짓는 행위는 생존 본능에 충실한 전략이다.
자기 영역을 구분하고 자신만의 삶을 산다. 땅에 기반을 두는 것과 하늘에 거처를 두는 것의 차이 때문일까. 거미는 땅에 뿌리를 내릴 한 평 공간이 없다. 애초에 거미가 머물 곳을 일찍 알아버린 것인지, 영민한 것인지 땅에 거처를 두지 않는다. 처음부터 땅에 속한 것들과 자신의 처소를 달리하겠다고 결심을 한 것인지 자신만의 공간을 차별화했다. 그 영역은 감히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신성한 공간이라는 듯이 영역 구분을 해 놓았다. 이 땅의 것들과 구별된 거룩한 이미지 컨설팅을 하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공간에 누구도 범접 할 수 없게 한다. 허공 속 바다를 유영하는 욕망이 그의 손에 포착되면 누구도 예외 없이 제물이 된다.

거미는 무한 자유의 공간에 집을 디자인하고 건축하는 공간 디자이너이자 예술가다. 사람인들 어느 건축가가 허공에 그런 집을 설계하고 건축을 시공할 수 있을까.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을 거미가 시행한다. 그것도 건축 설계사나 시공자들을 동원하지 않고 단독으로 설계하고 건축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자기만의 집을 짓는다. 거미는 주인이 있는 구역에는 터를 잡지 않는다. 주인이 있는 곳에는 근접하지도 않고 집을 건축할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주인이 없는 빈집이나 사람의 흔적이 끊긴 오래된 곳에 거미의 거처를 마련한다.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고 건축을 설계하는 건축 설계사다. 이 쯤 되면 거미를 종합 행위 예술가라 해도 반기를 들 사람이 없으리라.

거미는 새길을 열어 가는 선구자다. 그가 가는 길이 개척자의 길이요 궤적이 되는 것을 안 것일까. 누구의 영역 다툼도 없는 공간에 자기만의 길을 만든다. 가장 투명하고 얇은 집을 짓고 땅 위의 존재들을 관망한다. 집을 짓는 도구는 그의 몸에서 뽑아낸 점액질과 여덟 개의 손과 발뿐이다. 건축 도구도 필요하지 않고 건축물을 운반할 번거로움도 없다.
그럼에도 가장 정교하고 튼실한 방을 만들고 허공을 장식한다. 그는,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존재라고 자부하는 지도 모른다. 특이한 점은, 거미의 집은 입체 건축물이 아닌 평면 건축물이다. 자기 집을 건축하고 담을 쌓아 올려 은폐된 공간을 만들지 않는다. 아무것도 가리지 않고 공개된 투명한 삶이다. 자기가 설계한 곳에 집을 짓고 개성있는 인테리어를 한다.

거미는 먹이 사냥할 때 어떻게 전략을 세우고 전술을 펼칠까! 허공에 덫을 놓고 먹잇감을 사냥하는 탁월한 전략과전술이다.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날개를 펴고 비상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존재들은 거미의 사냥감이 되고 만다. 포박된 먹잇감들은 거미의 지략에 걸려 탈출을 시도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거다. 거미는 자기 덫에 걸린 사냥감 날개를 꺾고 다리를 잘라 그 작은 입으로 자신의 내장에 차곡차곡 저장한다. 그 영양분으로 자기 식솔들의 내일을 준비하는 야무진 설계를 한다. 거미의 사냥감으로 포박당한 희생양들은 뒤통수를 맞은 거다. 날개를 가진 곤충들이 공중을 날다 거미집을 침범하는 누를 범하는 날에는 곤충 세계에서 엄청난 일이 발생한다. 그들 세계에서는 세계대전을 방불케 되는 것 일 테다. 잠자리와 나비, 하루살이도 그중 하나다.

거미는 허공에 허술한 듯한 집을 건축하고 손님을 초대한다. 집을 구경 온 손님들을 그런 방법으로 낚아 결박하는 고도의 사냥 전술을 누가 알았을까. 거미 입장에서 적을 유인하기 좋은 방법으로 가장 얇고 보이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재료로 집을 건축한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것을 아무도 감지하지 못한 일이다. 햇빛이 나오는 날이면, 거미는 햇빛을 초대해 일광욕을 하고 대청소를 한다. 햇살에 비친 얇은 거미집은, 허공에 거미가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존재론적 가치를 부여하는 위력이 있다. 바람이 찾아오는날에는 거미집을 바람의 방향에 맡기고 자유롭게 유영한다.
다른 존재들이 허공에 무엇인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거미는 작은 거인이다. 거미가 지은 성을 탐하려다 몸이 포박당하는 어떤 존재라도 인정을 베풀지 않는다. 그만의 영역을 정탐하는 것은 죄다. 거미의 영역을 넘보는 욕망이 예리한 눈에 포착되어 덫에 걸린다. 투명하고 얇은 집이 폭풍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집이었음을 다른 존재들이 그제야 알게 되는 거다. 가장 약한 것이 가장 강한 것임을 학습하는 거다. 미세하거나 거대하거나 어떤 욕망이나 욕심도 그의 집에 걸린 포망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누구도 그를 피할 수 없다. 허공에서는, 그가 왕이다. 가장 작은 왕국을 건설하고 가장 거대한 왕국에서 통치하는 왕이다. 그런 그의 마지막 모습이 궁금하다.

늙은 거미는 아기 거미를 위해 자기 내장을 꺼내 집을 짓는단다. 마지막 가는 길에 자기 수의를 만들 것조차 남아 있지 않는다고 하니 애처롭다. 마지막 남은 자신의 내장 속에서 꺼낸 거미줄 하나로 자식 거미들 집을 지어 준단다. 고독하고 쓸쓸한 길을 가는 거미는 그래도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통치하는 권세를 누렸다. 비록 외롭고 쓸쓸한 마지막 길이지만 그의 삶을 살다 간다. 거미줄에 걸려 있는 늙은 거미는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자식들에게 다 내어주고 빈 껍질로 허공에 매달려 자기 생의 마지막까지 갈무리한다. 욕망의 포식자들에게 먹이가 되어 최후를 맞이한다.

거미는 자기의 마지막 모습을 애초부터 예견한 것일까.
자기가 설계하고 건축한 집에서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다. 스스로 책임지고 가는 그의 뒷모습이 쓸쓸하지만 아름답다.아낌없이 마지막 내장까지 내어주고 땡볕에 말라 그 흔적조차 사라져 간다. 다른 곤충들과 마지막 뒷모습이 다르다. 다른 곤충들은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에서 묻히거나 자연으로 돌아갈 터이다. 땅과 하늘의 공간적, 물리적 차이뿐 아니라 자연에서 와서 자연 속으로 스러져간다. 거미는 땅의 것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애초에 하늘에 속한 자처럼 하늘에 거처를 두고 마지막 가는 길도 하늘의 순리에 맡긴다.

거미를 마주하며 디아스포라 이민자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었다. 허허로운 외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안주할 곳이 없어 애초에 누구의 영역 다툼이 없는 허공에 거처를 마련하는 모습이 아닌가! 누구도 자기 땅 면적이 좁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터이다. 하여, 디아스포라들은, 폭풍이 불어오고 비바람이 찾아오면 쉽게 무너져내릴지언정 허공에 터를 잡고 처소를 마련한 것일 거다. 평생을 고독한 외줄 타기로 생존하다 외줄에 몸을 매단 채 깔끔하게 떠나는 거미처럼 외줄로 와서 외줄로 가는 마지막 순간은 누구도 동행할 수 없다.
홀로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요 길이다. 집 한 채 남기지 못하고 모든 인간이 돌아가야 할 그곳으로 돌아가듯, 거미는 그렇게 영원 속으로 스러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