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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시] 개미들의 행진
작성일
2020.04.01

[시 - 가작]



개미들의 행진

 


이신명 / 그리스



눈에 띄지 않아도

가까이 다가서면 보이는 선명한 한 줄,

하나일 때는 보이지 않던 줄,

함께이기에 선명해지는 줄, 

그들의 삶을 닮았다.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봐주지도 않는

때로는 고단해 보이고

한 순간 허물어질 수도 있는

허무한 길 같아 보여도

함께하는 이 길이기에

그들은 그렇게 당당한 것일까?

 

이 땅을 디딘 흔적을 남기기 위해

함께 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의미를 부여하듯

오늘도 그들은 선명한 줄을 만든다.

 

마치 이것을 위해 이 땅에 왔다는 듯.

 

그 뭔가를 갖고 있는 것 같은 

우리네 인생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면 

함께하지 못하는 우리들

 

그래서 희미하다 못해 

흩어져 버린 여러 점들만을

남기고 가버리는 우리들

 

그런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남기고자

오늘도 개미들의 여정은 계속된다.

선명한 줄만큼이나 

선명한 교훈을 우리 가슴에 남기며

개미들의 몸짓은 강렬한 언어로 

우리에게 부딪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