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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시] 아버지와 가자미식해
작성일
2020.04.22

[시 - 가작]



아버지와 가자미식해

 


이은주 / 인도네시아




 

고향 바다 그리워지는 날 

물 좋은 가자미를 소금에 재워

무와 메조 밥에 그리움을 다독거린다.

 

북청 물로 가자미식해를 만들고 싶다던

아버지의 소망은 망향가 눈물 속에 덧없이 익어버리고

 

철조망 비릿하게 삭힌 냄새에 

코를 막던 철부지 어린 딸은

대서양 건너 적도 아래, 햇볕 좋은 마당에 앉아

아버지의 그리움을 가자미식해 항아리에 재운다

 

희미하게 남아있던 고향의 노래는 

헐거워진 추억 속에 되감기만 계속되고 

빈 그릇 안고 걷는 옛 고향길엔

겨울밤 꺼내먹던 가자미식해만 익어간다

 

해묵은 빈 보자기를 밟고 다지며 돌아오는 꿈속 고향길

보고 싶은 아버지의 얼굴에는 적도의 노을처럼

붉은 홍조를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