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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시] 종착역
작성일
2020.04.29

[시 - 가작]



종착역

 


전옐레나 / 카자흐스탄




 

연해주

‘엄마, 엄마’어두움 속에 외친다.

돌아가고 싶다고, 우리 집 그 동네

‘아빠, 아빠’ 힘차게 부른다.

바람 속에 바다 건너 사라지네. 목소리

들리던 그 소리, 할머니 품에서 잠들어 들리던 그 소리.

 

강제이주

기차 안, 어두움 속에 들리는 통곡의 눈물이

어머니, 영원히 사라져버린 어머니

눈물로 언제일지 모를 재회를 꿈꾼다.

종착역,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이곳의 갈대밭. 그 추위. 기억한다! 나는 영원히

 

겨울이 지나 봄이 오듯이

아버지가 피눈물로 키운 씨앗이 새싹이 되어 자라나

우리도 어느 새 새싹처럼 어른이 되어 새로운 삶을 꿈꾸어 본다.

 

우리를 품어준 이곳이 새로운 엄마가 되고

새로운 언어, 낯선 사람들이 이웃과 형제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꿈속에 어머니의 아리랑과 기차 소리가 들린다.

 

그리움의 한이 서린 바다 건너 저 먼 곳,

내 꿈속에 꽃이 피어나는 그 곳

저 멀리 할아버지가 손을 잡아주던 곳

영혼이 그곳으로 돌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