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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한 편씩 읽기

[시] 오래된 풍경
작성일
2020.06.03

[대상 - 시 부문]


오래된 풍경


심갑섭 / 미국



긴 그림자 들판에 누워있고
시골길이 소 걸음보다 느리게 어슬렁 거린다
새 한 마리 없는 논에
벼나락은 하릴없이 고개 숙이는데
텅 빈 마을 어귀를 바라보는 낡은 집이
귀를 쫑긋 세우고 수심에 잠긴다


뜨락에 쌓이는 고요
떠난 사람 바라보던 싸릿문은
닫힌 적이 없다
아궁이 구들장은 허기가 지고
피어오를 연기도 없는 굴뚝엔
바람만 서성인다


어두운 샛길로 새벽이 스며들고
어쩌다 문이 흔들리면
꺼져가는 불씨에 불을 지피듯
다시 피어나는 그리움
밤새 뒤척이는 노인의 잔 기침에
봄이 머뭇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