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 세계화를 꿈꾸며 영국으로
작성자
코리안넷관리자
작성일
2021.06.09

우리 시조 세계화를 꿈꾸며 영국으로 

영국의 하연호, 시조로 월요일 아침을 문을 열다


영국시간 월요일 오전 10시는 런던의 한국문예원의 시조반 Zoom 클래스가 문을 여는 시간. 영국 각 지역에서,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한인들이 정겨운 우리말로 인사를 나눈다. 한국을 떠나 30년, 40년을 타국에서 생활하며 잊힐 법도 한 우리말은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지요?’ 로 소환되어 활기가 넘친다. 그뿐인가, 고향을 떠나 영국에서 터를 잡은 북한 출신 탈북민에 가족의 임기가 끝나 한국으로 귀국한 회원까지 합세하니 이 공간에서는 고국에서는 심각하기 그지없는 분단의 긴장도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이곳 런던에서 이색적인 월요일 아침을 시작하는 이들은 세계 전통시인 협회 영국본부 ‘하연호’의 회원들이다. 매주 월요일 각지에서 모여 시조 창작에 열심인 이들의 활동은 취미 수준에 멈추지 않는다. 한국의 세계 전통시인협회 한국본부 부이사장 최순향 씨가 각별한 지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한국에서 초빙된 대가들의 동시조 강의, 시조 낭송 법 등으로 전문 기관을 무색케하는 튼실한 프로그램으로 회원들의 내공을 쌓고 있다.


‘작품소개’ 를 통해 시조의 이론을 학습하고 이어지는 시간에는 회원들이 지은 시조로 실전을 겸비한다. 이에 참가자의 역량을 가늠한 최순향 씨의 섬세한 지도가 더해져 어느새 원석은 연마되고 보석은 광을 더해, 주어진 시간이 순식간에 우리말 보석 상자로 탈바꿈한다. 시조의 대가 최순향 씨가 빚어내는 언어의 마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영국 하연호를 지도하는 최순향 씨영국 하연호를 지도하는 최순향 씨

최순향 씨는 시조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정형시로 문학예술의 장르로서만이 아닌 기술 문명의 발달로 잡다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일상에서, 우리의 삶을 돌보고 치유하는 역할도 크다며 시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순향 시인의 바람은 우리 시조의 세계화이다. 우리 시조가 유럽과 영국에서 지역 브랜드와 영어를 매체로 전달력이 가속되어 세계로 널리 보급될 것이라 믿는다. 세계 전통시인협회 한국 본부 (이사장 김봉군) 의 일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어 유럽 회원들을 지도하는 이유이다.


세계 전통시인협회 영국본부를 이끄는 회장 임선화 씨는 2016년에 이곳에 본부를 설립해 영국과 유럽 교민에게 활동의 무대를 제공해 왔다. 적지 않은 회원이 시인으로 등단해 굵직한 경선에 당선되어 중진의 대열에 들어서고, 2019년에는 세계 전통시인협회(The Traditional Poetry Writers Association of the World : TPWAW)  총회를 영국에 유치하고 한국, 영국,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몽골, 네팔 등의 세계 각국의 전통시인을 한 자리에 모아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주선했다.


영국의 로컬 커뮤니티와 한인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인 임선화 씨는 이곳 한인 커뮤니티의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로 2020년에는 그 공로가 인정되어 자랑스러운 재외동포상 수상자로 선정,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영국에 이렇게 시조를 알리는 선두 역할을 하는 것도 그녀의 긴 이민 생활과 자신의 뿌리에 대한 애정이 한몫하고 있다는 임선화 씨, 영국에 한인을 위한 평생 교육센터와 양노원을 설립하고자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시조의 세계화 국가적 전략으로

시조는 우리 고유의 정형시로 초장, 중장, 종장의 45내외의 음절로 표현되는 언어예술이다. 그 한정된 수단으로 물감보다 선명하게 자연을 묘사하고, 오욕칠정의 인간 모양을 그려내며 때로는 현 사회를 지적하고 모퉁이의 부조리까지 신랄하게 도려낸다.


자수로 새겨진 영국 하연호 회원들의 시조

자수로 새겨진 영국 하연호 회원들의 시조


이런 정형시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의 소넷(sonnet), 일본의 와카(和歌), 하이쿠(俳句) 등 정형시는 역사적으로 지역 문화와 정서를 표현하는 예술로 함께해 왔다. 이들 선진국의 정형시는 독자적인 문학의 지위와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하고 국가 차원에서 보호받고 있다.


우리 시조도 가꾸고 보호하자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시조의 세계화가 제기되고 있으며 2016년에 발의한 문학진흥법이 얼마전 국회에서 통과되어 시에 속해있던 시조가 이제는 독립된 문학장르가 되었다. 또한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재를 위해 노력중이다. 

모두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시조는 중장년층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으며 문화 전달력이 왕성한 청소년들에게 외면되는 아쉬움도 있다. 우리의 옛것을 따분한 구식으로 인식하는 국민 정서도 넘어야 할 높은 산이다.


한편, 영국민에게 사랑받는 일본의 Haiku는 일왕과 황족이 그 격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연례행사로 황실에서 피로되고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대학생이 하이쿠를 짓는 모습은 교양과 품격의 상징으로 젊은층에게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영국인이 중심이 되어 Haiku 교류를 한다. 정형시의 까다로운 형식을 완화해 영어로 창작을 허용하고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백일장을 열어 어린이를 포함한 대중화를 꾀했다. 일본의 전통문화가 영국에서 널리 사랑받게 된 이유이다. 일본의 기업과 주재 기관에서도 활동을 독려하고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 한국어가 세계의 붐이 되고 있다. 영국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어 열기가 뜨겁다. K-Pop의 한국어 가사에 열광하고, K-Drama인기가 대단하다.


그뿐인가  강렬한 맛과 색, 냄새로 외면받았던 김치가 세계의 식탁에 건강 식품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한국 화장품이 K-Beauty의 물결을 타고 세계인의 피부를 주름잡고 있다.


이들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에는 콘텐츠의 기발함과 우수함 외에도 우리의 치밀하게 준비된 보급 전략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절제의 극치, 감추어진 미학, '감질’의 다툼으로 빚어내는 고도한 언어예술 우리 Shijo. 이 기발한 K콘텐츠가 세계화의 전략을 타고 영국에 전파될 날을 기대한다.


이렇게 영국에서 시조 사랑으로 치밀하게 연마하고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K-Poem의 시대가 오고 있다.


김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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