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기자 24시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김현순 시인을 만나서
작성일
2021.10.12

“복합상징시”라는 중국조선족시단의 이색 풍경선

-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김현순 시인을 만나서


우리는 지금 인터넷이란 가상시대에 살고 있다. 예술혁명이 역사 변혁의 정치적, 사회적 원인과 기술적 바탕을 기본요소로 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사진기와 녹음기의 출현은 회화의 기본기능을 확 뒤집어 놓아 복제와 옮김은 더는 회화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되지 않았다. 피체물과 똑 같은 그림을 그리려면 회화 보다는 사진기가 더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회화는 사진기가 할 수 없는 이색적 기능을 찾아야만 했던 것이다. 이것이 예술의 아방가르드Avant-garde 또는 전위주의시대를 불러온 것이다.

이전의 사진기는 필름이란 보이는 매개를 통하여 영상을 재현했던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 우리는 보이지 않는 디지털 공간에 화면을 저장하고 재현하고 있다. 새로운 “물질”에 의한 또 한차례의 혁명인 것이다. 디지털 시대 보이지 않는, 그리고 느낄 수 없는 가상공간假象空间 또는 허무공간虚拟空间의 기술적 혁명은 예술창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어떻 형식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인터뷰를 받고 있는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김현순 회장

인터뷰를 받고 있는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김현순 회장


작 그만한 변방 시골 연길에 지난 7월 24일 문단으로 말하면 크지 않지만 절대로 홀시할 수 없는, 그냥 스쳐 지나가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모임이 조용히 마무리 되었다. 많은 문인들마저 처음으로 듣는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라는  동아리에서 제1회 “시몽诗梦” 문학상 시상식과 제1회 복합 상징시 시화전을 펼친 것이다. “시몽”은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의 동인지이다. 글자 그대로 시를 꿈 꾸는, 또는 꿈 꾸는 시라는 뜻이다.


지난 7월 24일 있은 “우리네 문학대잔치” 기념촬영.
이번 행사는 연변조선족자치주조선족아동문학학회, 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공동주최로 연길시 한성호텔에서 있었다.


위 동인회는 2019년 8월 31일 연길에서 새롭게 탄생을 고한 시문학의 새 유파로서 김현순 시인을 중심으로, 20여 명 시애호가들이 최초로 참여하고 있다. 많은 맴버들은 40대 후반을 넘기고 있으며 시창작 경력이 전무하다 싶은 “초학자”들이며, 고로 설립이래 꾸준한 활동을 이어 왔으며 시단 나아가 문단의 각광을 받지 못하였고 오해와 부정의 눈초리도 가끔씩 받아왔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창작 영역을 개척하고 시창작 방법을 주장하면서 세상 처음으로 “복합상징시”라는 개념을 제기하고 또 나름대로 이론적 토대라고 말할 수 있는 “복합상징시론”(김현순, 한국학술정보출판사. 2020.12)출간함으로써 부족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완미한 예술적 접근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창립맴버 기념촬영(2019.08)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창립맴버 기념촬영(2019.08)


김현순 시인은 “복합상징시는 열린 글로벌시대 미래지향적 삶을 갈구하는 지성인시대에 새롭게 출범한 세계적 신시혁명의 새로운 유파입니다.” 라고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복합상징시는 초현실주의 상징주의 계열의 시로서 대중문화와는 구별되는,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에서 영혼의 질서를 찾아 상징의 조형물을 조각해내는 소수의 지성인들을 상대로 하는 신형 유파의 산물로서 그 이론적 기초는 구조론과 상태론과 인지론, 진화론, 해체론에 두고 있다”고 해석을 가하고 있다.

지난 20세기 예술혁명은 이성적으로 현실을 표현하고 찬미하는, “복제”를 특징으로 하는 전통적 예술과 그 가치에 반기를 들면서 비이성적, 반도덕적, 그리고 비심미적인 것을 추구하고 찬미하는 새로운 예술창작이 회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예술운동으로 퍼져나갔다. 이러한 운동의 주요 유파들로 표현주의, 입체주의, 미래주의, 다다이즘dadaism 그리고 초현실주의 등으로 분류, 지목하고 있다.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김현순 회장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김현순 회장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의 주요활동은 새롭게 정립한 “복합상징시”에 대한 학습부터 시작되었다. 김현순 시인의 강의를 통하여 함께 복합상징시를 연구하고, 또 습작에 대하여 토론하고 수정하면서 창작과 학습을 병행하여 나갔다. 이러한 활동은 주일마다 진행되었으며, 동인회 맴버들의 일상의 주요 생활형태로 자리잡아 갔다.

“물질과 현실을 초탈한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에서 상징의 공간이 부단히 확장되면서 그에 동조하는 예술의 발전도 다차원, 다각도의 형태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러한 시점에서 인간 영혼의 새로운 경지구축을 위하여 새롭게 대두한 것이 복합상징시이다”면서 김현순 시인은 복합상징시 탄생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인터넷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가상공간의 출현과 일상에서의 보급은 우리가 가상세계假象世界 또는 허무세계虚拟世界를 인정하고 인지할 수 있다는 의식에 대한 기술적 포인트를 제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간에 대한 비이성에 관한 관심, 나아가 잠재의식 영역에로의 확장, 지금은 잠재의식 영역을 초월한 환각, 무의식에로의 진입은 오늘날 복합 이미지의 영역으로 굳혀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단순히 유물주의와 유심주의적 이분론으로 사물을 바라볼 시대가 아닌 것이다. 물질에 대한 정의가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는 동인지 “시몽”을 출간하고 있다. 이미 4기를 출판하였으며 이론, 평론, 작품, 기획조명 등 다양한 코너를 설치하고 있다. 그리고 제1회 “시몽”문학상 수상작에  정두민 씨의 시집 “어둠의 색깔 ”이 당선되었다.

“복합상징시론”(김현순, 한국학술정보출판사. 2020.12)표지와 “시몽” 창간호 표지

“복합상징시론”(김현순, 한국학술정보출판사. 2020.12)표지와 “시몽” 창간호 표지


김현순 시인은 “복합상징시는 초현실주의 상징주의 계열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의 공통적인 미적 특징인 시적 언어의 혁신, 이미지의 변형, 내재적 연계성에 기한 새로운 감각 지향 등을 누차 강조하고 있었다.


복합상징시의 창작기법은 무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아방가르드 문예사조가 제창하던 창작과 표현 방식을 완벽하게 계승하고 있으며 나아가 단순한 표현을 위한 표현의 나열을 떠나서 내재적 연계와 유기적 결합을 통한 서정과 미의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위 동아리는 복합상징시 시리즈로 회원들 작품을 출간하고 있다. 방산옥 양의 첫 복합상징시집 “仁 + 情”(한국학술정보(주), 2019)를 시작하여 오늘까지 이미 16권 회원 시집이 출간되었다. 이러한 시집은 동인지 “시몽”과 함께 한국의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각 도서관과 대학교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제1회 시몽문학상 수상사 정두민 씨(왼3).

제1회 시몽문학상 수상사 정두민 씨(왼3).
당선작은 시집 “어둠의 색깔”이다. 배경은 본 동아리 회원들이 출간한 시집, 시몽 잡지 표지이다.


연변시인협회 전병칠 회장은 “조선족시단에는 여러차례의 창작에 관한 주목할만한 토론이 있었다. 20세기 80년대중반을 계기로 정몽호, 한춘, 김파 등 시인을 위주로 입체시에 대한 토론과 더불어 김파 씨가 ‘입체시론’을 출간하였고, 2010년대초반에 최룡관 씨가 하이퍼시를 주창, ‘하이퍼시창작론’을 내놓았다.
이들은 모두 해외에 있던 창작사조를 연변에 접목시켰다는 역할을 하였다면 김현순의 복합상징시는 새로운 시적 개념을 정립하는 작업으로서 그 의미가 상당하며 “论복합상징시”출간은 그러한 차원에서 개척성적인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위 세 차례의 시창작 관련 붐은 학자가 아닌 시인들의 손에서 시작되었다는 점 역시 특기한 만한 것이다.”고 평했다.


시인 박장길 씨는 “시의 대상물이 기억의 장치에서 가상세계, 영혼세계로의 상승은 시창작의 거대한 변혁이며 이는 시의 본질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복합상징시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맴버들이 활동 모습


김현순 시인은 “내심에서 일어나는 정서의 팽창에서 환각을 통한 가상세계의 질서를 잡기에 피 타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자평하고나서 “이제 머지 않는 장래에 복합상징시에 대한 연구의 붐이 일 것이며 복합상징시와 그 작품에 대한 연구논문들도 육속 출범하게 될 것입니다. 복합상징시연구를 테마로 한 국제상징시연구세미나도 조만간에 개최될 것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고 밝혔다.  

복합상징시는 한국에서도 연구되고 있는 창작과제로 알려져 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육안이 쓰는 것도 아니요. 심장이 쓰는 것도 아니며 영혼의 소리를 그림으로 펼쳐 보이는 것이리라” 고 김현순 시인은 적고 있다.

색이 있고 소리가 있고 율동이 있고 미가 있는 그림을 기대하여 본다.


*사진 :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제공


주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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