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기자 24시

남과 북, 영국을 통합하는 ‘김장 문화, Kimjang Sprit’
작성일
2021.12.30

남과 북, 영국을 통합하는 ‘김장 문화, Kimjang Sprit’


김장
‘김장’은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이르는 계절에 일제히 진행되는 김치 만들기 행사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의 길림성 조선족 자치주 등 한반도 주변에서 계승되어 온 관습으로 2013년에는 그 전체가 김장 문화로 유네스코 세계 무형 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이전에 김장은 길고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하는 한국인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월동 준비였다. 늦가을, 김장 계절이 되면, 가족이나 친족 특히 여성이 중심이 되어 김치 만들기를 했는데 강한 유교 전통으로 음주와 오락이 제한되었던 시절에 김장은 여성들의 축제이기도 했다. 김장은 공동체 전체에서 함께 만들고 나누어 구성원의 협력관계를 촉진하고 공동체 문화의 전승 등 다양한 역할을 하며 지역차와 사회적, 경제적 격차, 신분차를 넘어 사회를 통합시켜 왔다는 특징도 있다.


런던의 김장 축제
영국 런던에서 이런 김장 정신을 알리는 행사가 매년 열린다. 올해 3년째 김장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한영문화교류(Korean British Cultural Exchange)’는 구민들의 문화활동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킹스톤 구청(Kingston Council)의 요청으로 2016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이다. 한영문화교류(KBCE)는 현지인들과 재영 한인들을 대상으로 킹스톤 코리아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 문화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한국과 영국 상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더 좋은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https://www.kimjangproject.com/

©https://www.kimjangproject.com/


런던의 남서쪽에 위치한 킹스톤은 한인뿐 아니라 탈북자, 조선족 등 민족적 뿌리를 함께하는 동포들이 밀집한 곳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이 거주하고 학군과 치안이 좋아 한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킹스턴의 뉴몰든(New Malden) 지역은 유럽 최대의 한인 밀집 지역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코리아타운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지난 11월에 김장 축제가 열렸다. 행사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김치 만들기와 시식을 비롯해 김치 응용 제품 홍보 등 다양한 김치 관련 행사가 열려 지역 주민 및 멀리서 행사를 위해 방문한 한국 팬들에게 한국 문화의 거리에서의 즐거운 하루를 제공했다.

주영 대사, 킹스톤 구청장, 한인회 회장 등 단체장이 김장축제를 격려하기 위해 모였다  (‘한영문화교류’ 사진제공)

주영 대사, 킹스톤 구청장, 한인회 회장 등 단체장이 김장축제를 격려하기 위해 모였다
(‘한영문화교류’ 사진제공)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한영문화교류(KBCE)’ 대표 장정은 씨는, 김장축제를 통해 차세대 재영 한인동포들에게 한국 문화를 배울 기회와 함께 영국 내 민간 외교의 초석을 마련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취지를 밝혔다. 사실 행사 당일에는 가족 단위의 많은 참가자와 함께 킹스턴 구청장을 비롯한 지역 단체장 등이 참여해 지역 문화행사를 격려하는 모습이 보였고 한인회 회장과 주영 대사도 참가해 활기를 보태주었다.

2019년 영국 복권기금(The National Lottery Heritage Fund)의 지원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김장 축제는 영국 정부와 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아 치러진 특징이 있다.
한국 정부의 ‘김치세계화’가 공표되기 전에 영국 현지에서 그 가치가 인정되었다는 것이다.


남북 교류
장정은 대표가 이 김장 축제에 주력을 두는 또 다른 점은 남북의 문화 교류이다.
뉴몰든은 한국 다음으로 탈북자가 많은 지역으로 추정 600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데 장 대표는 이런 지역적 특성을 지역적 자산으로 여긴다. 김장 축제에서는 많은 탈북자들이 참가하고 협력해 남북한 동포들이 하나가 되어 김장 축제를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장 대표의 노력은 작년에 발간한 ‘21종 김치 레시피 북 (21 Authentic Kimchi Recipes)'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이 책에는 김치의 지역적 다양성과 함께 민족문화적인 차원에서 김치의 개별성과 김장문화의 보편성이 소개되어 있다.

김치의 지역적 다양성 ©21 Authentic Kimchi Recipes

김치의 지역적 다양성 ©21 Authentic Kimchi Recipes


책에서는 남한과 북한뿐 아니라 우리에게는 덜 익숙한 연변 지역의 김치도 소개했는데, 이곳 탈북자와 연변 출신 동포들에게 자문을 얻고 시연을 통해 사실적 기술뿐 아니라 정통성과 현장감을 실었다. 무엇보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어로 발간해 정보전달의 전략과 효용성을 꾀한 점이 남다르다.

장정은 대표는 남북한, 연변 동포들이 각 지역에 맞는 독특한 김치와 김장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며 이런 점이 영국 내에 제대로 알려지고 현지화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탈북자가 시연한 북한식 김장 김치와 레시피 ©21 Authentic Kimchi Recipes

탈북자가 시연한 북한식 김장 김치와 레시피 ©21 Authentic Kimchi Recipes


가치를 알리는 중요성
‘한영문화교류(KBCE)’가 제작한 웹사이트(https://www.kimjangproject.com/)는 유럽 내 김치와 김장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만든 사이트로 영국 국립도서관 ‘웹 아카이브’에 등재되었다. 장정은 대표는 이 사이트에 대해 ‘김치와 김장문화를 단순히 이민자의 문화로 보지 않고 영국에서 보존해야 할 역사적 가치, 무엇보다도 김장문화를 통해 공동체 문화의 핵심 가치가 문화유산으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한다. 본국에서는 도시화와 주거문화의 변화로 김장문화도 퇴색되고 있는데 이런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김장 문화에 영국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동체적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가 알리고자 하는 이러한 가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가치의 중요성을 주류사회에 설득해 공감을 얻어내고 전달하는 ‘한영문화교류(KBCE)’의 노력도 동포사회의 큰 자산이라 할 수 있겠다.


김장행사에 참가한 남북 출신 동포들 (‘한영문화교류’ 사진제공)

김장행사에 참가한 남북 출신 동포들 (‘한영문화교류’ 사진제공)


김장은 우리가 속한 동아시아의 기후와 지역적 특징, 식자재에서 유래된 ‘식문화’와 협력과 나눔이라는 ‘행위 문화’에 ‘정신문화’가 깃든 특이한 문화콘텐츠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던 지혜의 가치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이곳 뉴몰든은 이방(異邦)에서 South Korean과 North Korean이 공존해야 하는 지역적 숙명이 주어진 곳이다. 남북이 각자의 이념 논리만 선행하고 방치해 온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도 엉킨 실타래가 되어 이곳으로 던져졌다.

이런 우리의 가치와 풀어야 할 과제를 ‘김장’을 통해 이곳 남북 주민들이 협력하고 실천하며 지역이 지원하고 보존하기 위해 힘쓴다.

다문화사회 영국 뉴몰든에서 호스트와 게스트가 다양한 역할을 하며 ‘Kimjang Sprirt’로
지역차와 사회적 격차를 넘어 사회적 통합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점, ‘한영문화교류(KBCE)’가 한국문화의 변방 영국에서 실천하는 ‘김장’ 행사는 그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지 않을 수 없다.



김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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