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기자 24시

[인터뷰] 고려인 아버지를 둔 히브리대학교 유대인 교수의 한국 알리기
작성일
2022.09.27

[인터뷰] 고려인 아버지를 둔 히브리대학교 유대인 교수의 한국 알리기


히브리대학교 아시아학부 한국학과장 이리나 리안 교수

히브리대학교 아시아학부 한국학과장 이리나 리안 교수


히브리어를 구사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얼굴의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바로 히브리대학교 아시아학부 한국학과장 이리나 리안 교수이다. 이리나 교수는 ‘한강의 기적'으로 알려진 한국의 경제 성장과 한류에 대해 연구하며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다. 2년 전부터 히브리대학교에서 한국의 경제와 대중문화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이리나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디아스포라 한국인입니다. 제 아버지는 고려인인데요, 저희 가족은 19세기 말에 조선에서 러시아로 이주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대부분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이주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주 후에 우리 가족은 한국어를 잊어버리고 한국 전통도 대부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문화는 계속 이어왔습니다. 제가 태어난 지 1년이 되었을 때 돌잔치도 했으니까요. 그때 제가 연필을 잡아 지금 교수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표 음식인 김치와 밥도 계속 먹었습니다. 속담도 듣고 자랐지요. 당시 대분분의 고려인들은 고려인끼리 결혼했지만 저희 아버지는 유대인과 결혼하셨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러시아계 유대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문화와 러시아계 유대인 문화 사이에서 자랐습니다. 한국 음식을 먹고 자랐지만 러시아 학교를 다녔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와서 “너는 누구니?”라고 물어볼 때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제 뿌리에는 유대인 뿌리와 한국인의 뿌리가 둘 다 있었기 때문이죠. 저는 항상 한국에 대해 공부하게 될 거라는 걸 이미 짐작하고 있었어요. 제가 러시아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했을 때가 2003년인데, 그 당시에는 히브리대학교에 한국학과가 없었습니다. 중국학과와 일본학과만 있어서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사회학과 인류학을 전공한 다음에 한국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가족 안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없었기 때문이죠. 이스라엘과 영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후 2년 전부터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아시아학부 한국학과 학과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히브리대학교 아시아학부 한국학과 역사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2013년에 처음으로 한국학과가 개설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학생은 4명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작은 프로그램이었죠.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 한국 역사, 문화를 왜 배우는지 물어봤었습니다. 지금은 학생이 60명 이상이 됩니다. 학생 대부분이 한류 때문에 한국학과에 지원합니다. 한국 드라마, 예능, 영화, 케이팝이 정말 인기가 많아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Q. 히브리대학교 한국학과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되나요?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한국학과 다른 사회과학 계열을 복수전공합니다. 특히 국제관계학을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외교 분야, 경제 분야로 가는 학생이 있고, 한국 음식, 화장품과 관련되어 사업을 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삼성이랑 현대 같은 곳에서 일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제가 원하는 것은 이런 길이 더 열리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국과 연결된 일들을 하고 싶어 합니다. 개인적으로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 한국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더 나아가 양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일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죠.

Q. 매년 히브리대학교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코리아 데이' 행사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1990년대 이스라엘에 공부하러 온 기독교인 한국 학생들이 1990년대 말에 코리아 데이를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중국이나 일본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어도 한국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었죠. 한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만든 ‘코리아 데이’ 행사였지만, 이제는 500여 명의 히브리대학교 학생들이 한국문화행사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코리아 데이 행사에는 한국에서 태권도 전문단, 한국전통악단 등을 초대해 이스라엘 현지인들이 직접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부모나, 많은 사람들이 “왜 한국 문화를 좋아해? 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해?” 같은 질문들을 하기에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직접 즐기고 경험해보기 위해 만든 것이지요.


2022년 코리아데이에서 이리나 교수가 학생들에게 한국전통악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022년 코리아데이에서 이리나 교수가 학생들에게 한국전통악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Q. 언제부터 이스라엘에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했나요?
2006년부터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이스라엘 드라마 채널에 처음 방영되면서 한류가 시작됐습니다.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통해서 “이게 어떤 언어이고, 왜 한국 엄마들은 유대인 엄마랑 비슷하지?”와 같은 궁금증들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한국 문화가 이스라엘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점차 이스라엘 사람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저는 한류 열풍이 불기 전 히브리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웠었는데요. 그때 같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3명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한국어 수업에 30명이 넘습니다. 점차 학문적으로도 영향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드라마를 통한 독학이나 학원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Q. 학생들이 한국학 수업을 통해 얻어갔으면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저는 한국학 수업 첫 시간에 항상 학생들에게 ‘한국’하면 처음 떠오르는 단어는 뭐냐고 질문합니다. 그때마다 두 가지 면을 보게 됩니다. 먼저 전쟁, 가난한 나라, 전통문화가 먼저 떠오른다고 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 현대, 케이팝과 같이 현대적이고 높은 차원의 한국 문화에 대해 말합니다. 학생들은 조금 헷갈려 합니다. 한국은 가난한 나라는 아니지만 잘 사는 나라에도 넣을 수 없다고 하죠. 이들이 생각하는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은 갈등의 나라이지만 기술적으로 발전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양국에 대해 생각할 때 비슷한 양상이 떠오르는데 이것이 양국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나라는 고유의 독특한 기적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좋은 동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동기를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저의 교육 목적입니다.

Q. 어떻게 하면 양국이 함께 협력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한국이 동쪽의 이스라엘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지만 양국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한국에 가면 다른 유럽보다도 한국이 더 집 같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양국 사이에는 아주 먼 것과 가까운 것, 이 두 개가 공존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스라엘 학생들에게 ‘한국 사람에게 있지만 이스라엘 사람에게 없는 것’, ‘이스라엘 사람에게는 있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없는 것’에 대해 가르칩니다. 그래서 이걸 알고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공부합니다. 그냥 보이는 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요. 함께 공통점을 찾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면 자연스레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양국의 사업가들이 이 차이점을 알고 극복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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