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
작성일
2022.11.21

‘나’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

브라질 한인 여성감독 파울라 김, 영화 ‘Diario de Viagem’ 개봉


영화가 상영된 영화관 Petra Belas Artes 입구.

영화가 상영된 영화관 Petra Belas Artes 입구


브라질 한인 동포 2세 영화감독 파울라 김(한국명 김은미. 39세)의 신작 ‘Diario de Viagem’(Butterfly Diaries) 영화가 지난 16일 Petra Belas Artes (R. da Consolação, 2423) 극장에서 개봉했다. Petra Belas Artes 극장은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몇 안 되는 예술 극장으로 주목을 받는 곳으로 이번에 상영되는 작품은 파울라 김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다. 파울라 김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1.먼저 축하 드린다. 2017년 아르헨티나에서 강 세실리아 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마지막 실패’로 입봉한 후 남미에서는 두 번째로 한인 출신 여성 감독이 이룬 쾌거라고 생각한다. 백인 남성들이 다수를 점하는 남미 영화계에서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 산고를 치르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것 같다.
--- 
쉬운 길은 아니었다. 동포사회에서는 비즈니스를 제외한 다른 분야로 현지사회에 들어가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일로 여긴다. 즉 보이지 않는 수 많은 장벽을 뚫고 들어가도 결국은 아시아계로서 한계에 부닥친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다른 직종에 진출했다가도 자리잡지 못하고 의류업 등 상업에 종사하거나 혹은 한인 커뮤니티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는 영화를 배우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는데 과년한 딸을 혼자 살게 둘 수 없다는 부모님의 완고한 반대가 있었다. 또 만드는 영화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해야만 했다. 집에서 독립하고 나서 수년 간은 세탁기도 없이 지냈고 돈을 절약하려고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지원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기간 단편영화 제작에 참여해 촬영, 의상제작, 시나리오 작업 등 영화 전반에 해당하는 모든 것들을 일일이 체험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그 결과 이번에 내 이름을 건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출연배우 및 스탭

출연배우 및 스탭


2.첫 영화가 상영되니 감개무량했을 것 같다. 영화 한 편이 나오기까지는 투자문제나 출연 배우, 스탭, 촬영지 사정 등 여러 번 엎어지기도 하면서 적지 않은 인내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김 감독의 영화가 나오기까지 과정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춘기 시절 섭식장애인 거식증을 앓은 경험으로 시나리오를 썼고 2015년 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Cinefoundation, 영화학교 학생들의 단편영화제) 경쟁작에 선정되었는데 현재까지 브라질 출신으로는 유일하다. 이후 2017년 상파울루 주 영화진흥원에서 주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입상작으로 선정되어 영화를 만들 기회가 주어졌다. 상 파울로 주 정부, 시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을 뿐 아니라 세제 혜택까지 제공되어 출연배우, 스태프를 꾸리는 등 오랜 준비 끝에 제작에 들어가게 됐다. 마지막 작업을 하던 중 팬데믹 사태가 벌어지며 개봉이 계속 미뤄졌다가 이번에 첫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사실 시나리오를 미리 기획한 것이 2010년이었음을 감안하면 거의 12년이 걸린 셈이다.

3.‘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까지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시가 생각난다. 예술의 탄생은 해산의 수고와 맞먹는다는 말이 있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의 내용과 그를 통해 말하고 싶어하는 감독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 영화는 1995년도의 이야기다. 브라질 화폐가 강세를 보이자 부모에 의해 주인공이 아일랜드로 유학을 떠난다. 그러나 어린 나이로 적응을 못해 편집증과 거식증으로 고통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빠져 나오게 되었는지 치유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사실 이 영화는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거식증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의 왜곡된 시각( Sobre nossa visão distorcida)’ 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소소한 경험을 공유하며 지금도 많은 사람과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현대 사회 사람들이 많은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음에 주목한다. 브라질에도 정신적 문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내 영화가 이들에게 심리적 해방구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

4.브라질에서도 한국영화가 인기가 있는가? 또 자국영화에 대한 브라질 사람들의 선호도는 어떠한가?
---- 브라질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하여 한국영화가 다수 들어오고 있으며 아카데미 수상작인 ‘기생충’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자국영화에 대한 선호도는 낮은 편으로 할리우드 영화가 강세다. 브라질 영화는 대체로 유럽의 영향을 받아 예술성이 짙은 영화들이 많고 그 부분의 마니아 층이 소비한다. 내 영화도 예술 영화 장르에 속한다.

5.좋아하는 영화감독, 그리고 앞으로 제작하고자 하는 영화와 철학은 무엇인가?
---- 브라질에서 나고 자랐지만 이곳에서 나는 여전히 이방인으로 취급 받는다. 젊은 세대는  열려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세대는 낯설게 느끼는 것 같다. 한인 2세로서 동포사회가 지향하는 길과는 다른 길을 걸었고 아시아 여성 영화감독으로서 백인들이 주류인 브라질 영화계에서 영화제작을 하게 됐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또 여성감독만이 지닌 강점이 있지 않은가? 내게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촬영감독 경험으로 얻은 카메라 워크가 있다. 또 장차는 젠더 이슈에 대해서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감독은 찰리 채플린이다. 힘든 생활 속에서 어떻게 그렇게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나의 영화 철학은 궁극적으로 ‘인류애’다. 즉 ‘나도 인간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를 통해 여러 모양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받아 들여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파울라 김 감독은 1983년 브라질에서 태어나 상파울로 주립대학(USP)에서 시나리오와 촬영을 전공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연출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엄친아’(2009)을 제작, 브라질 극장에서 상영되었다. 상파울루 영화제에서 박찬욱(올드보이), 신수원(마돈나)의 통역 담당, 임상수 감독이 브라질에서 ‘사랑해 리우’를 찍을 때 스탭으로 참여했다. 그 외 다수의 애니메이션과 영화 연출 및 잡지 편집 경력이 있다.

Diario de Viagem는 감독이 세운 Sam Ka Pur Filmes과 Dezenove Som Imagem 사가 합작으로 제작했으며 Pandora Filmes 이 배급한다. 이번 영화는 아래 사이트에서 표를 살 수 있다.


 https://www.cinebelasartes.com.br/filme/diario-de-viagem/.


파울라 김 감독 가족

파울라 김 감독 가족





김영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