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기자 24시

러시아 한인들 한국 귀환 줄 이어
작성일
2023.03.14

러시아 한인들 한국 귀환 줄 이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는 러시아의 한인들 중에 현지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귀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현대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러시아에서 연간 23만대를 생산하는 자동차 공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팬데믹 상황에서도 러시아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하였으며, 2014년 크림반도 사태로 철수한 GM공장까지 인수하는 등 러시아 시장에서 승승장구 하였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2022년 2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2023년 2월에는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였습니다. 그리고 2023년 3월에는 러시아 타스 통신 발로 현대자동차 공장을 카자흐스탄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카자흐스탄 업체와 매각협상을 한다는 러시아 언론 기사 출처 : 타스 통신 https://tass.ru/ekonomika/17153453

카자흐스탄 업체와 매각협상을 한다는 러시아 언론 기사
출처 : 타스 통신 https://tass.ru/ekonomika/17153453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현대자동차 뿐 아니라, 러시아에 동반 진출했던 협력업체들도 인력 감축 등, 자금 지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상황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의 협력사가 되어 부품을 조달하거나, 인력을 공급하는 사업을 했던 한인 업체들도 있는데요.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이런 중소 업체들이 현재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들은 현대자동차 측의 지원에서도 제외되어, 시설 투자에 들어간 대출금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 동안 투자한 자금과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속에서 조업이 재개되기만을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의 최종적인 불똥이 결국 노동자에게 튀고 말았습니다. 조업이 오랫동안 중단된 상태에서 현지에서 채용된 한인들도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재원들은 본국으로 귀임하면 되지만, 보통 현지 채용의 경우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그대로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이들은 루블화로 받은 월급을 원화로 환전하곤 하였는데, 전쟁 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는 바람에 환손실까지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다른 거주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이 인력들은 러시아를 떠나는 것 밖에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한인 단체 채팅방에서는 한국으로 귀환하며 물건을 내놓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족 전체가 귀임할 경우에는 자녀들이 공부하던 책을 내 놓는 경우가 많으며, 독신자의 경우는 전자 기기 등 가전 제품을 내 놓고 있으며, 그 외 한국에서 애써 가져온 식재료 등을 내놓기도 합니다.


단체 채팅 방에 올라 온 중고 거래 광고들

단체 채팅 방에 올라 온 중고 거래 광고들


러시아의 현대자동차 공장은 전세계의 다른 공장들에 비해 시내에서 가깝기 때문에, 직원들의 숙소,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 등 입지 조건이 좋아서 선호되는 부임지 중 하나였습니다. 더구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고, 문화예술의 도시로서 많은 향유할 문화시설들이 있기 때문에,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버티는 한인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1년 넘게 지속되는 전쟁과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업 환경 하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속속 철수하는 상황입니다.


급격한 매출 하락에도 영업을 계속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인 마트

급격한 매출 하락에도 영업을 계속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인 마트


그럼에도 떠나지 않고 남는 한인들도 있습니다. 학업을 중단할 수 없는 유학생들과 한러 수교 초창기 러시아로 넘어온 선교사들과 유학생으로 와서 식당, 여행사, 한인마트 등 자영업으로 일찍이 자리를 잡은 한인들입니다. 이들은 더 어려웠던 시기에 러시아에 정착했기 때문에, 지금의 난관도 결국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텨내고 있습니다. 한러 수교 이후 30년간 지속적으로 증대된 한러 경제협력 덕분에 많은 한인들이 러시아에서 새로운 기회를 꿈꾸며, 또 성공한 한인들도 있습니다. 지금은 한러 수교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한국인들은 강한 민족입니다. 비록 우울한 소식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위기도 결국은 지나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남아 있는 한인들은 언젠가 한러 관계가 회복되고, 또 다시 기회를 잡기 위해 오는 한인들에게는 튼튼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이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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