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 아르바트 거리 양쪽 사이드에서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판매하는 화가들>
각 나라, 지역의 길거리에는 다양한 문화적 장소가 있다. 사진과 그림도 예외는 아니다. 모스크바, 뉴욕, 타슈켄트, 서울 등 여러 길거리에는 그림을 그리며 작품을 판매하는 화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알마티가 그러한 도시로, 알마티에 위치한 아르바트 거리(Arbat, Арбат)에는 휴식을 취하며 예술 세계를 창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아티스트들은 삶과 문화를 연결하고, 마음에 필요한 양식을 축적한다. 그림을 사고 파는 것은 전시회에서, 그리고 경매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예술가들이 최초로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서는 길거리에 나갔을 것이다.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킨 즉시 유명한 예술가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지금까지 거리의 화가들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판매해오고 있다. 통신원은 아르바트 거리를 찾아 화가들의 그림을 살폈다.
아르바트 거리는 소비에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문화적 장소이자, 예술가들이 모이는 곳이다. 독립 이후에도 여전히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문화의 중심 거리를 ‘아르바트’라고 부르듯, 구소련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알마티의 이곳 역시 아르바트로 불렸다. 카자흐스탄인에 더불어 외국인 관광객들도 한 번쯤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르바트 거리에는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오후에는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버스킹 공연이 열린다. 주말과 명절에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모이며,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산책을 하고, 맛집에서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기 위한 사람들로 붐빈다. 아르바트 거리에는 한식당 ‘로뎀’이 운영 중이기도 하다.
아르바트의 특징 중 하나는 ‘예술가들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는 점이다. 거리는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들은 아르바트 거리의 양쪽에 자리를 잡고, 그들의 그림을 전시한다. 시민들은 길가의 벤치에서 쉬거나 거리를 산책하면서 길거리에 놓인 그림을 관람한다. 가격은 평균 약 13,800원 선이며, 좀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작품들은 20,000~35,000 텡게(약 55,200원~96,600원) 까지도 책정되기도 한다. 거리의 예술가 중에는 고려인들도 있고, 그들의 작품 역시 발견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독립 이후 예술가들의 경제적 상황은 넉넉한 편이 아니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직접 작품을 판매하던 예술가들의 출신지는 다양했다. 카자흐, 러시아, 고려인, 위구르, 독일계 등 여러 민족 출신, 다양한 예술가들은 아르바트 거리에 나와 작품 세계를 공유했다. 2000년대, 경제가 안정화되고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되면서 예술가들은 개인 작업실을 열고, 회화보다는 산업디자인 등의 분야에 집중하게 됐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단순히 그림을 손으로 그리는 것에 더불어 컴퓨터를 사용한 디자인 작업이 증가하면서 순수 회화를 추구하는 화가들은 상대적으로 그 수가 줄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르바트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거리의 화가들이 전시하고 판매하는 작품들>
아르바트 거리에 만난 그림들은 주제도, 화풍도 무척 다양했다. 새와 동물, 산과 대지, 물, 강, 호수, 바다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도 많았다. 카자흐스탄 전통 복식 등, 풍습에 대한 그림들도 볼 수 있었다. 알마티시를 표현하고, 도시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그림들도 감상할 수 있다. 이렇듯 그림과 거리의 화가들은 알마티 도시 문화의 한 부분이자 알마티만의 특색이기도 하다. 아르바트 거리에서 화가들이 어느 시점부터 활동하고, 작품을 판매해왔는지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르바트 거리는 알마티의 중심 거리 중 하나이고, 수많은 예술가들이 생계를 이어나간다는 점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문화생활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알마티에서는 아르바트 거리가 그러하다. 손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것은 도시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 중 하나다. 수도 누르술탄은 사실 이러한 문화 거리는 없다. 카자흐스탄 거리 곳곳에서 더욱 다양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아카쒸 다스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카자흐스탄/누르술탄 통신원]
약력 : 현) 카자흐스탄 신문사 해외부 한국 담당 기자 카자흐스탄 기자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