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종묘제례악, 조선의 울림이 아시아 예술의 중심에서 되살아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5.05.07

종묘제례악, 조선의 울림이 아시아 예술의 중심에서 되살아나다


한국의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이 그 장엄한 울림을 아시아 예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시어터스 온 더 베이(Esplanade Theatres on the Bay)에서 드높였다.


<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종묘제례악 공연 - 출처: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홈페이지 >


2025년 4월 4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는 '신성한 음악의 태피스트리(A Tapestry of Sacred Music)' 페스티벌 일환으로 열린 이번 공연은 세계의 다양한 종교 음악이 모이는 축제 가운데 한국을 대표해 종묘제례악이 처음으로 소개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에게 제사를 올릴 때 연주되던 궁중의례악인 종묘제례악은 서울 종묘에서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종묘대제와 함께 재현되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공연은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악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그리고 주싱가포르 대한민국 대사관의 긴밀한 협력으로 실현됐다. 종묘제례악은 단순한 음악 공연이 아니다. 이는 한국 전통문화의 근간이자 유교적 예(禮)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복합예술이다. 음악(악), 무용(무), 제례(예)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이 의식은 600여 년간 변함없는 형식으로 전승되며 조선 왕실의 정신적 기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종묘제례악 공연 홍보가 붙어있는 지하철 통로 - 출처: 통신원 촬영 >


< 공연장 앞 종묘제례악 기념 포토존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싱가포르 공연에서는 종묘제례악보존회와 국립국악원의 연주자들이 직접 참여해 전통 방식 그대로 제례 형식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관객들은 보태평(保太平)과 정대업(靖大業)으로 대표되는 궁중음악뿐만 아니라 정재(呈才)라 불리는 궁중무용의 절제되고 품위 있는 아름다움까지 함께 체험할 수 있었다. 공연이 열린 4월 4일과 5일, 에스플라네이트 씨어터홀 2,000석은 양일 거의 전석 매진되며 싱가포르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다. 이는 한국과 싱가포르 수교 50주년을 맞아 동아시아 문화유산의 정수를 소개하는 자리로서 상징적 의미 또한 컸다. 종묘제례악이라는 유산을 통해 한국 전통예술의 깊이와 정신적 유산이 아시아의 중심에서 널리 울려 퍼진 것이다.


< 종묘제례악 공연장과 관객들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공연은 단순한 일회성 문화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올해 한국과 싱가포르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다채로운 문화 교류 프로그램이 기획돼 있기 때문이다. 5월에는 어린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축제가 열릴 예정이며, 7월에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과의 협력을 통해 양국의 재즈 아티스트들이 공동 무대에 오른다. 9월에는 한국 전통 한지로 제작된 등이 싱가포르 대표 명소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수놓을 예정이고, 10월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진행한다. 이어 11월에는 LG아트센터 기획공연과 더불어 청년 예술인 교류 프로그램이 이어질 계획이다.


이처럼 종묘제례악 공연을 시작으로 한국과 싱가포르 간의 문화교류는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게 전개될 예정이다. 나아가 이번 공연은 한국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실질적인 교두보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그간 한류가 케이팝, 한국 드라마 등 대중문화 중심으로 소비되던 흐름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전통예술과 문화유산으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기도 하다.


한편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공연에 맞춰 종묘제례악을 보다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계 행사를 마련했다. 종묘제례와 관련된 사진전은 물론 전통의상 체험 부스와 국악 워크숍이 함께 운영돼 관람객들이 조선의 음악과 예술, 철학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 종묘제례악 공연장 밖에 마련된 전통의상 체험 포토부스, 전통 악기 체험 시설 - 출처: 통신원 촬영 >


종묘제례악은 지난 200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며 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단순히 옛 왕조의 음악이 아니라 조화와 질서, 자연과 인간의 어우러짐을 담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그 상징성과 예술적 가치 모두 높게 평가받고 있다. 2025년 4월, 이 울림을 담은 문화유산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문화의 허브인 싱가포르에서 다시금 살아났다. 종묘제례악이 전하는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이 이번 공연을 계기로 국경을 넘어 더 많은 세계인에게 전달돼 한국 전통문화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한국문화가 한류의 이름 아래 더욱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싱가포르 에스플라네이드 홈페이지, https://www.esplanade.com/whats-on/festivals-and-series/festivals/2025/a-tapestry-of-sacred-music/events/jongmyo-jeryeak-rituals-for-royal-ancestors#synopsis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https://www.heritage.go.kr/heri/html/HtmlPage.do?pg=/unesco/CulHeritage/CulHeritage_01.jsp&pageNo=5_3_2_0



성명 : 신보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싱가포르/싱가포르 통신원]

약력 : 노보진(NovogeneAIT Genomics Singapore Pte.Ltd.)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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