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이 케이팝과 BTS를 다루는 기사를 따라가다 보면 독일의 시선 변화가 보인다. 이는 BTS의 성공 이후 더욱 명확해졌다. BTS 이전 독일은 덕후 청소년들을 보는 어른의 시선, 그리고 어느 정도의 인종주의를 담은 시각으로 케이팝을 바라보았다. 케이팝 시스템에 대한 전형적인 비판과 각종 사건사고를 언급하는 걸 빠트리지 않았다. BTS 이후 독일은 조금 반성한 모양이다. 음악계는 진지함을 가지고 BTS와 케이팝을 소개한다. 실제로 세계 차트와 세계 음악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BTS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최근에는 독일의 경제 비즈니스 전문 미디어도 앞다투어 BTS와 케이팝을 다루고 있다. 지난 10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코스피에 상장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눈에 띄는 변화다. 이때까지 (어쩌면 당연하게) K-Pop 소식을 전혀 전하지 않았던 독일의 대표 경제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지난 10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코스피 상장 소식을 3번에 걸쳐 발행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주식 시장에 들어가면서 이제 케이팝과 BTS는 경제가 주목하는 키워드가 된 것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성공한 배경을 경제 산업적으로 분석하는 기사도 잇따라 발행됐다. 특히 코로나 전염병으로 모든 부문이 어려움이 처한 바로 이때, 빅히트의 경제적 성공은 꽤나 주목도가 높았다.
<독일 경제 전문 미디어 '카피탈'이 보도한 BTS와 빅히트 성공 비결 – 출처 : www.capital.de>
지난 11월 22일 경제전문미디어 《카피탈(Capital)》은 'BTS, 케이팝 스타의 성공 뒤에 숨겨진 것'이라는 기사를 통해 BTS와 빅히트의 성공 요인에 주목했다. 그간 비슷한 제목으로 발행되었던 기사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경제 전문지답게 BTS가 시장 경제를 이끌고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에 집중한다. 《카피탈》은 “BTS는 코로나 시대 음악산업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 온 이 밴드는 온라인 콘서트로 수백만을 벌었다. 그 뒤에는 열풍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위한 근본적 전략이 숨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BTS도 월드투어 콘서트를 취소해야 했지만 온라인 콘서트로 175만 장이 넘는 티켓을 판매했다’”며 “코로나 시기에도 시장 지배력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BTS는 단순한 음악 현상이 아니다. 그들과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위기에서 수년간 신중히 쌓아온 디지털 전략이 어떻게 회사를 유연하게 만들고 밴드와 팬들을 더욱 가까이 연결하는지를 증명했다. 하필이면 팬데믹 시대에 BTS는 한국 밴드로는 처음으로 미국 차트의 정상에 올랐다.
《카피탈》은 BTS와 빅히트의 성공요인을 여러 가지 키워드로 나눠 소개했다. 먼저 BTS와 이들을 만든 방시혁 의장, 팬클럽 아미를 소개하고 BTS의 온라인 지배력, 팬들의 지불능력, 수익 원천인 음악, 자체 어플리케이션 위버스(Weverse), BTS의 사회참여적 행보, 케이팝 시스템 등을 성공요인으로 소개했다. 특히 온라인으로 아무리 팬들이 많다고 한들 그들이 개별 음원을 구입하지 않고 스포티파이와 같은 스트리밍 구독으로 음악을 듣는다면 큰 소용이 없을 거라고 《카피탈》은 설명한다. 그러면서 “빅히트가 팔로워 파워를 실제 수익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빅히트가 자체 개발한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위버스에도 주목했다. 《카피탈》은 “BTS는 트위터, 유튜브, V라이브 등 기존 플랫폼에서 성공을 이뤘다. 방시혁은 이 온라인 사업에 대한 통제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수익이 되는 일인지 깨달았다”며빅히트가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의 소통, 거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경제 비즈니스 미디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보도한 BTS와 빅히트의 성공 요인 – 출처 : www.businessinsider.de>
독일 미디어 기업 악셀슈프링어사가 운영하는 경제 전문 미디어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지난 11월 23일 “케이팝 슈퍼스타 BTS는 모든 기록을 깬다-빅히트가 어떻게 세계 음악산업을 최대한으로 뒤흔드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빅히트의 강점은 소속 가수 BTS의 성공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극한인 마케팅 전략이 있다”면서 “’아티스트 간접 개입 비즈니스(Artist Indirect Involvement Business)' 모델, 그리고 연관 사업 분야 전체 인수를 통해서 빅히트는 음악 분야 전체에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히트는 BTS 멤버에게만 한정시켰을 때 음악, 영상 콘텐츠나 콘서트, 쇼 출현으로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걸 인식했다. 아티스트를 넘어서는 확장을 시작했다. 소속 스타들을 키우고, 다른 회사를 사들였다. 새로운 브랜드는 일단 자리잡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은 힘들다. 하지만 빅히트는 모든 종류의 콘텐츠와 성공적인 가수의 마케팅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빅히트가 아티스트의 물리적 활동 없이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부가 사업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게임, 책, 캐릭터, 라이센스 사업, 화장품, 스포츠용품, 스마트폰 특별 에디션, 요식업 등 유통과 소비재, 콘텐츠 분야 전체를 망라한다. BTS를 둘러싼 모든 사업 영역을 직접 운영하면서 다른 플레이어들로부터 독립하려는 빅히트의 전략에도 주목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BTS 예능도 기존 쇼의 룰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제작해 방송국에 판매했다. (중략) 2019년 BTS는 소셜 네트워크와 유통계, 국제적인 거대 음악 회사 등으로부터도 독립을 추진한다”고 소개했다. 위버스앱을 통해서 빅히트는 “모든 사업 영역을 인수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직접 결정한다. 최근에는 위버스 매거진을 통해 미디어 보도까지 대체하고 있다”
이때까지 케이팝을 다룬 독일 언론보도와 다른 점은 철저하게 경제와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이다. 팬들의 ‘지불능력’과 ‘지불가능성’은 결국 케이팝과 BTS의 성공을 견인한 배경이다. 그리고 이들의 지불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모든 사업 영역을 최대한으로 개발한다. 세계적으로 돈이 흐르고 산업이 커진다. 경제 미디어가 그들을 보는 이유다.
※ 참고자료
https://www.businessinsider.de/wirtschaft/bts-veroeffentlicht-die-single-life-goes-on-k-pop-veraendert-die-musikwelt/
https://www.capital.de/karriere/bts-das-steckt-hinter-dem-erfolg-der-k-pop-stars
-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 2010-2012 세계일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