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코로나19 인명피해 심각한 가운데 맞이한 다양한 홀리데이 시즌의 얼굴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0.12.29

미국은 다양한 문화, 종교, 인종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함께 살고 있는 나라이니 만큼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좀더 폭넓게 포용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이 많다. 이 즈음의 인사로 다분히 기독교적인 ‘메리 크리스마스’는 점차 설 땅을 잃고 있다. 유대인들은 동지로부터 연말까지의 기간을 '하누카(Hanukkah·12월 22~30일) 축제로 즐기고 있다. 또한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은 12월 26일부터 1월 1일 사이를 '콴자'(Kwanzaa)’ 축제로 기념한다. 그렇다보니 미국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그리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좀더 다양한 문화권을 모두 끌어안는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라는 인사를 많이 한다.

 

LA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행콕파크(Hancock Park) 인근 주택가에는 12월 초부터 홀리데이 장식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올 한 해를 코로나19에 도둑맞은데다 12월 들어서는 다시 지난 봄처럼 가능한 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있으라는 행정명령까지 내려진 만큼 LA 주민들은 그 어느 해보다 우울한 연말연시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예년보다 주택지의 장식도 더 늘어난 느낌이다. 올해의 주택 홀리데이 장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람을 불어넣어 만든 헝겊 조형물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장식품들은 일단 사이즈가 무척 커서 별다른 장식을 더하지 않아도 뭔가 한 느낌이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확 끌어들이며, 설치에 그리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소재는 눈사람, 산타클로스, 썰매끄는 사슴, 북극곰, 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다양하다.

 

한 주택 앞의 장식을 보니 흰 북극곰이 들고 있는 촛대에 유대인들의 하누카 명절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이 그려져 있다. 또 다른 곰은 검은색 선글래스를 끼고서 민주당의 색깔인 파란색 별무늬 옷을 입고 있다. 홀리데이 장식에까지 대통령당선자가 된 ‘바이든(Biden)’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는 집도 있었다. 예년 같았으면 그로브 쇼핑몰(The Grove) 등 공공장소는 11월 말, 대대적인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과 함께 인조 눈을 내리게 하는 등 볼거리 가득한 행사가 펼쳐지곤 했었다. 점등식 날이면 수많은 인파가 모인 가운데 라이브 밴드가 캐롤을 연주하는 콘서트도 열리곤 했다. 그로브 쇼핑몰에는 또한 아이들을 위한 진저브레드 하우스가 들어서고 흰 수염을 휘날리는 산타할아버지가 그 앞에 앉아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크리스마스 때 어떤 선물을 받고 싶어하는지를 들어줬었다. 올해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쥐도새도 모르는 사이, 크리스마스트리가 들어선 것이 전부이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세로 LA 지역은 평균 10분에 한명씩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 바바라 퍼레어(Barbara Ferrer) LA 카운티 보건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지난 23일에는 145명이, 24일에는 148명이 세상을 떠났다면서 일일 사망자 숫자 기록이 계속해서 경신되고 있음을 전했다.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12월 초, 중환자실 여유가 15퍼센트 미만으로 내려감에 따라 ‘자택 행정명령(Regional Stay at Home Order)’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A 카운티를 비롯한 대부분 지역들에서는 모든 종류의 모임(Gathering)이 금지됐다. 반드시 필요한 기반 시설들은 문을 열 수 있지만 소매업소들은 총 수용 인원 20% 미만으로 거리두기하면서 영업이 허용됐고 술집, 미용실, 이발소, 카지노 등은 모두 폐쇄됐다. 식당은 포장만 가능하다.

 

백신이 개발되었다고 하나 LA 주민들에게까지 전해지는 시간은 내년 4~5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주요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심각하게 늘고 있고 부고 소식도 많이 들려온다.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국면이다. 바바라 퍼레어 보건국장은 LA 주민들을 향해 “비록 코로나19 확산세는 현재 무척 심각한 수준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용기를 잃지말고, 희망을 갖고 이겨내기를 바란다”며 “우리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별무늬 옷을 입은 북극곰 조형물. 유대인의 상징을 손에 들고 있다<선글라스를 끼고 별무늬 옷을 입은 북극곰 조형물. 유대인의 상징을 손에 들고 있다>

 

순록이 끄는 산타할아버지의 썰매<순록이 끄는 산타할아버지의 썰매>

 

모자를 쓴 눈사람<모자를 쓴 눈사람>

 

다윗의 별 촛대를 든 북극곰<다윗의 별 촛대를 든 북극곰>

 

크리스마스 리스를 목에 건 북극곰과 펭귄<크리스마스 리스를 목에 건 북극곰과 펭귄>

 

산타로 변신한 강아지 인형. 바이든 여전히 지지해<산타로 변신한 강아지 인형. 바이든 여전히 지지해>

 

산타 의상을 입은 그린치<산타 의상을 입은 그린치>

 

소박하지만 정감 가는 주택가의 크리스마스 장식<소박하지만 정감 가는 주택가의 크리스마스 장식>

 

철사에 전구로 장식한 사슴<철사에 전구로 장식한 사슴>

 

철사와 전구로 장식한 트리, 사슴, 눈사람<철사와 전구로 장식한 트리, 사슴, 눈사람>

 

집앞 나무에도 빨간 리본으로 장식을 했다<집앞 나무에도 빨간 리본으로 장식을 했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박지윤 통신원 사진
    -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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