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제2차 이동 제한(10월 30일 금요일 0시부터 실시)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내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 개선이 정체됨에 따라 기존 단계별 이동 제한 완화 조치를 보다 강화하였다. 기존 조치대로 12월 15일 화요일부터 지역 간 이동을 허용하고 야간통금(20시~익일 6시)을 도입하였으며, 극장, 박물관, 영화관 등 문화시설의 개방을 2021년 1월 7일 목요일로 다시 연기했다. 프랑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일일 확진자는 지난 24일과 25일 모두 2만여 명 수준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영화관 개방이 미뤄지면서 9월과 10월에 이미 개봉한 영화, 연말을 맞아 개봉을 앞두고 있던 영화들이 관객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프랑스에서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반도>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3일간 약 10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해당 주간 프랑스 박스 오피스 7위를 차지했지만, 곧이어 프랑스 정부의 이동 제한이 발표되면서 인기 상승세가 꺾여 버렸다. 정부 조치에 따라 영화관 개방은 내년 1월까지 불가능하여, 배급사도 내년 2월 DVD와 Blu-ray 발매로 전략을 변경한 것 같아 그 아쉬움은 더 크다.
<프랑스 박스 오피스 7위로 데뷔한 연상호 감독의 '반도' - 출처 : 알로씨네(allocine)>
《리베라시옹》은 <반도>에 대해 “멋진 영화 <부산행>이 개봉된 지 4년 후, 한국의 연상호 감독이 바이러스의 전파로 폐허가 되어 좀비들이 들끓는 한국의 세기말적 비전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특히, <반도>의 힘은 전편과 비교하여 완전히 다른 인물들을 통해 완전히 다른 영화를 만들었다는 데에 있다고 보았다.
영화평론가 장-프랑수아 로제는 “2016년에 개봉된 연상호 감독의 전편인 <부산행>은 소위 장르 영화의 지칠 줄 모르는 그러나 이제는 진부해진 형식을 재생하고 활력을 주는 능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오랫동안 사로잡았었다. <부산행>에는 좀비 영화의 모든 요소가 비상식적인 영상미와 잔혹함, 일종의 창의성을 통하여 세밀하게 연구되었다. 또한, 1950년부터 1953년까지 한국을 파괴한 한국전쟁을 무의식적으로 연상시키는 역사적 표현이 담겨있다. 혹자는 일종의 영화적 공포를 이용하는 이러한 능력이 그의 다른 작품들인 성인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2011)> 또는 한국 영화의 가장 대중적인 모습 속에 보이는 허무주의 형태를 잘 대변하는 <서울역>과 같은 그의 작품 세계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영화 <반도>는 이러한 인상을 확인 시켜 줄 것이다”라고 평했다.
<프랑스에서 개봉한 '반도' 포스터 - 출처 : 알로씨네/ARP Sélection>
영화의 타이틀 <반도>는 한반도를 지칭하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은 외부의 더 강력한 세력(영화에서는 중국 마피아와 미국 모험가들로 묘사됨)의 도구 노릇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과거 역사에서 침략당하고 상처를 받은 결국에는 분단된 한국의 상황을 연상시키는 은유적 표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불가능한 통일이라는 영원한 소재가 연상호 감독의 <반도> 속의 반전되는 이야기를 감돌고 있다. 《르몽드》는 영화 <반도>가 순수 공포 영화의 전통을 재현하려는 의도보다는 다른 곳에서 이미 겪었던 이미지와 상황들로 가득 찬 예상치 못했던 훌륭한 종합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영화를 본 후 관객들은 좀비 영화의 거장 조지 로메로(George Romero), 조지 밀러(George Miller) 또는 영화 <매드 맥스> 시리즈를 동시에 연상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연상호 감독의 <반도>는 2020년 칸국제영화제에 초대되었지만, 세계적인 팬더믹 사태로 영화제가 취소된 바 있다. 10월 3일, 19일, 20일 세 차례의 아방-프리미에르를 거쳐 10월 21일에 개봉했지만, 역시 팬더믹 사태로 인해 관객과 만남은 불가해졌다.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한국에서와 달리 프랑스에서의 아쉬움은 뒤로 한 채, 이제 DVD와 Blu-ray를 기다려야 할 차례이다.
※ 참고자료
https://www.allocine.fr/film/fichefilm_gen_cfilm=266875.html
https://next.liberation.fr/cinema/2020/10/20/peninsula-quoi-de-nef-chez-les-zombies_1802968
https://www.lemonde.fr/culture/article/2020/10/21/peninsula-zombies-dechaines-dans-une-coree-ravagee-par-un-virus_6056804_324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