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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라디오 진행자의 BTS 인종차별 발언 일파만파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3.09

독일 라디오 진행자의 BTS 인종차별 발언은 의도하지 않은 실수였을까. 받아들이는 이들의 오해였을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해시태그 #Bayern3Racist는 BTS 팬덤의 화력일 뿐일까. 이번에 독일 라디오 진행자의 발언은 독일에서 만연한 일상적인 인종차별을 드러낸다.

 

‘바이에른3’의 라디오 진행자 마티아스 마투시크 – 출처 : Markus Konvalin-BR/www.matuschik.live

<‘바이에른3’의 라디오 진행자 마티아스 마투시크 – 출처 : Markus Konvalin-BR/www.matuschik.live>

 

지난 2월 24일 독일 공영 라디오 채널 《바이에른3》의 <마투시케-어느 조금 다른 저녁(Matuschke - der etwas andere Abend)> 방송에서 진행자인 마티아스 마투시크(Matthias Matuschik)는 BTS의 콜드플레이 커버 공연을 언급한다. 그는 시종일관 거친 말투로 “BTS는 사스같은 것이다. 그건 빌어먹을 한 바이러스의 줄임말인데, 곧 백신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한국에 반대하거나 외국인 혐오가 아니다. 나는 한국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면서 “이 작은 오줌싸개(kleine pisser)들이 콜드플레이의 <Fix You>를 커버했다. (중략) BTS는 북한에 향후 20년 간 휴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말투에 묻어난 혐오를 단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공영방송 라디오에서 라이브로 쏟아진 혐오의 목소리에 세계적인 분노가 일었다. BTS 팬덤뿐만 아니라 방송을 들은 수많은 이들이 인종차별을 비판했다. 이들은 트위터에서 #RacismBayern3 #RassismusbeiBayern3 #Bayern3Racist 해시태그를 붙이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퍼졌다. 바로 다음 날인 25일 《바이에른3》 측은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이 사과문이 더한 분노를 일으켰다. 먼저 사과문 전문을 보자.

 

<마투쉬케-어느 조금 다른 저녁> 방송에서 라디오 진행자 마투쉬케는 매우 성공한 한국 밴드 BTS와 언플러그드 콘서트에서 커버한 콜드플레이 <Fix You> 무대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진행자가 생각을 명확하고, 솔직하고, 꾸밈없이 표현하는 것은 이 방송과 진행자의 특징입니다. 이번 사안은 그가 그의 생각을 반어적이고 극단적이고, 과장된 흥분으로 표현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벌어졌고, 그의 단어 선택은 목적한 바를 지나치게 넘어가 BTS 팬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가 우리에게 확실하게 말한 것은, 결코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단지 위에 언급한 커버 버전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것은 그의 개인적인 생각과 취향에 관한 것으로, 밴드의 출신 국가나 문화적인 배경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런 취향은 그의 거친 말투처럼 공유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거 마티아스의 행적과 활동(예시: 난민을 돕기 위한 사회참여, 극우주의 반대 운동 등)은 그가 모든 종류의 외국인 혐오나 인종차별과는 완전히 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은 그가 방송 당시에 말하려고 했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표현을 모욕적이고 인종차별로 느꼈다는 것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정식으로 사과합니다. 우리는 마티아스와 팀과 함께 이 주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세하게 살펴볼 것입니다.

 

진행자의 거친 표현은 그의 평소 특징이며, 그런 의도도 없었거니와 오히려 그는 평소 바른 행동을 해 온 사람인 점이 강조됐다. 또한 인종차별이 아니라 인종차별로 느낀 것에 대해 사과를 표했다. 방송국 측의 사과문은 비판을 더 키웠다. 사안이 걷잡을 수 없게 되자 방송국은 마티아스 명의의 사과문과 '추가 사과문'을 다시 게재했다.

 

‘바이에른3’이 올린 사과문 – 출처 : www.bayern3.de<‘바이에른3’이 올린 사과문 – 출처 : www.bayern3.de>

 

 

마티아스는 “저는 방송 중 제 표현이 일으킨 반응에 대해 매우 놀랐습니다. 그리고 먼저,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제대로 사과하고 싶습니다. 저는 방송을 진행하며 먼저 보이밴드 BTS가 제가 정말 아끼는 곡인 콜드플레이의 <Fix you>를 커버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습니다. 이 일곱 소년들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았는데, 그걸 언급하고 바이러스와 연관지은 것은 완전히 빗나간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내 발언으로 여러분들을, 특히 아시아 커뮤니티를 인종차별적으로 모욕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그건 결코 제 의도가 아니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단어가 의미한 것이 아니라 그 단어가 청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바이에른3》 측도 “우리는 마티아스 마투시케의 방송 중 표현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한다. 그가 BTS에 대해 표현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표현을 모욕적이고 인종차별적이라 느꼈다면 그것은 인종차별”이라며 재차 사과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마티아스가 인종차별적 시각과 멀리 떨어져 있고, 수년 간 그가 바이에른에서 국적, 문화, 피부색, 성적지향, 종교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행동함으로써 이를 증명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행자와 그의 가족들은 현재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우리는 이 분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며, 이 논의가 내용적(실질적)인 수준으로 이어지기를 부탁드린다. 우리는 마티아스와 전체침과 함께 이 주제를 상세하게 검토하고 이런 심각한 실수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관련 사안을 보도하는 독일 미디어. 이 사안을 사회적인 문제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 출처 : spiegel.de/suddeutsche.de관련 사안을 보도하는 독일 미디어. 이 사안을 사회적인 문제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 출처 : spiegel.de/suddeutsche.de

<관련 사안을 보도하는 독일 미디어. 이 사안을 사회적인 문제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 출처 : spiegel.de/suddeutsche.de>

 

독일 대부분의 미디어도 이 사안을 다루었지만 독일 사회 내 인종차별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았다. 《슈피겔(spiegel)》 또한 이 사건의 배경에는 그간 온라인 화력을 자랑해온 세계적인 BTS 팬덤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일이 독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K-Pop 팬들의 분노 정도로 해석되는 것이다. 《슈테언(stern)》은 26일 '일상의 인종차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바이에른3》이 보여주고 있다'는 기사에서 “아시아의 한 보이밴드를 코로나 바이러스와 비교한 것은 '의견'이 아니다. 그것은 인종주의다. 인종주의적 표현을 퍼트리기 위해서 꼭 인종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꼬집었다. 《바이에른3》 측이 사과문에서 마티아스가 오히려 반인종주의 활동을 하던 '좋은 사람'이었음을 강조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슈테언》은 “《바이에른3》의 절망적인 사과문”이라며 “정확히 이건 구조적인 문제다. 일상의 인종주의가 무엇이며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매일 일상의 인종주의에 상처받는지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여전히 이 논란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일인들이 많다. 이들은 이 발언은 마투시케의 '농담'일 뿐 인종차별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독일에서 아프리카와 중동계 외국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사회 정치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만 아시아계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대부분 '농담'이나 '풍자' 정도로 치부된다. 아시아인들은 독일이 직접적 가해자였던 제국주의 역사와는 관련이 없고, 독일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난민 문제의 당사자도 아니다. '가해자'나 '당사자'의 시각이 아니기에 늘 피상적이고 타자화된다. 독일 사회의 '선택적 인종주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명확하게 드러난다. 팬데믹 초기 독일 사회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심해졌다. 실제로 물리적인 폭력을 당한 사례도 보고 되었고,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Ich bin kein Virus)'라는 캠페인이 생겨날만큼 아시아인들에게는 일상적이고 실존적인 문제가 됐다.

 

보이밴드에 대한 호불호는 누구나 있을 수 있다. 당연히 그 호불호를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아시아) 보이밴드를 바이러스에 비유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BTS가 만약 영국의 밴드였다면, 마티아스는 BTS를 바이러스에 비유를 했을까? 거기다 강제수용소를 연상시키는 북한 휴가 발언까지, 그는 단순히 BTS에 대한 호불호를 말한 것이 아니라 BTS가 한국(아시아) 출신이기에 나올 수 있는 발언을 계속했다. 그게 바로 인종주의다. 마티아스는 한국 차를 몰기 때문에 자신은 한국에 반대하거나 외국인 혐오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여전히 '농담'으로 취급되는 게 독일이다. 다행히(?) 그 대상이 BTS가 되어 이 사건은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BTS에게 한 발언이 단순한 '농담'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종주의적 발언이라는 사실을 독일 사회가 좀 더 깨닫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 참고자료

https://www.bayern3.de/stellungnahme?fbclid=IwAR1nOBEp5tgP6SiwyisUxXi7qgcza6gDgrqPFiwwfsXXSBIRyWbmgp9LWJA

https://www.matuschik.live/matthias-matuschik-pressematerial.html

https://www.spiegel.de/netzwelt/web/bts-fanproteste-der-tag-als-bayern-3-k-pop-twitter-kennenlernte-a-82ed8de7-eee6-4bc8-b718-e3b91422b097?fbclid=IwAR3qiV2rTF-XKbg6A2uNWxiQ2PKKLWoh6_flPA-YkDtQZhWAC_aRrYknVSc

https://open.spotify.com/episode/6C0Dv1wtzyGPpkUixUuCFn?si=-OB_3YcBSsyv55nFmPLHCQ&fbclid=IwAR1pWkGCj_D05OvFLMSFLUAHuz6Usp4i8lbaD2dsMsiOluS_5UJvCRMf94Q&nd=1

https://www.sueddeutsche.de/medien/bts-rassismus-bayern-3-matuschik-1.5219014?fbclid=IwAR1UtdbJ9HfkDEWTVeyJQNVFzkiV7c22hGgyhHdx7b-nuE64MmU_PDl_TZ4

itung.de/news/moderator-matthias-matuschik-beleidigt-koreanische-popband-und-loest-rassismus-eklat-aus-li.142762?utm_term=Autofeed&utm_medium=Social&utm_source=Facebook&fbclid=IwAR3clgrc-QvaqtKCK-q7h28qbcHmS_BPpK2cypaaw5z2_Y9yDaVFLZ8MCcw#Echobox=1614372651

https://www.stern.de/kultur/musik/rassismusvorwuerfe-bei-bayern3--kaum-jemand-versteht--was-alltagsrassismus-bedeutet-30395398.html?fbclid=IwAR3wyssRzOtvOuhswVX8Mv_3FbrPnBzZcpubnbYhLCj35XaiZU3U2T9HP0Q


이유진 통신원 사진
    -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 2010-2012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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