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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아시아계 6명 사망…인종문제 아니라는 경찰
구분
사회
출처
연합뉴스
작성일
2021.03.18

흑인 학생을 막기 위해 앨라배마 주립대 출입구에 선 조지 월러스 주지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흑인 학생을 막기 위해 앨라배마 주립대 출입구에 선 조지 월러스 주지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에서 가장 인종차별이 심각한 곳은 남부다.


노예제도를 사수하겠다면서 연방을 탈퇴하고 전쟁을 불사한 곳도 남부였고, 공공장소에서 백인과 유색인종의 분리를 규정한 짐 크로법이 실시된 곳도 남부였다.


이런 사회 분위기 탓에 남부 지역의 정치인과 경찰 등 공권력도 대놓고 인종 차별을 옹호했다.


1963년 조지 월러스 앨라배마 주지사는 전부 백인이었던 앨라배마 주립대에 흑인 학생 2명이 입학하려 하자 학교를 폐쇄했다.



흑인 학생들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주 방위군을 투입해 강제로 학교 문을 연 뒤에야 등교를 할 수 있었다.


1964년엔 흑인 참정권 확대를 위해 미시시피주에 내려간 인권운동가 3명이 현지 경찰관이 포함된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에 살해당한 뒤 암매장되기도 했다.


이들의 사체가 발견된 뒤에도 현지 수사기관은 범인들을 감쌌고, 제대로 심판이 이뤄지지 않았다.


노골적인 인종차별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최근에도 남부의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선 음주 운전을 한 흑인이 체포에 저항하다 백인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 측은 정당방위 차원에서 발포했을 수 있다는 해명을 내놨다.


체포에 저항했던 흑인이 경찰관의 테이저건을 빼앗아 발사하려고 했고, 이에 경찰관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애틀랜타 시장은 이런 해명을 일축하고 해당 경찰관의 해임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경찰의 변명이 통하지 않았던 것은 이 지역에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그만큼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런 애틀랜타에서 16일(현지시간) 한국인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6명이 목숨을 잃는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연쇄 총격 사건의 용의자인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21)은 페이스북에 중국 혐오 글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최근 미국에서 급증하는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사건 다음 날 애틀랜타의 수사 관계자들은 혐오범죄 가능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범죄 동기를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가 아닌, 용의자 롱의 정신적 문제로 몰아가려는 듯한 분위기다. 근거는 "성에 중독됐다"는 롱의 체포 직후 발언이다.


8명이 목숨을 잃은 대형 참사를 맡은 수사기관이 용의자의 발언을 아무런 의심 없이 대중에 공개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흑인이나 유대인 등 미국 내 다른 소수집단에서 이 정도의 피해가 나왔더라도 수사기관이 용의자의 발언까지 공개하면서 증오 범죄 가능성을 축소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게다가 사건이 발생한 곳은 남부. 수사기관의 이 같은 행동의 배경에 대한 의심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koman@yna.co.kr


애틀랜타 총격 한인 사망 CCTV에 찍힌 용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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