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1주 만에 스페인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영화 '미나리' - 출처 : https://www.taquillaespana.es>
1980년대 한국계 가족의 미국 이민사를 다룬 <미나리: 나의 가족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에서는 13일에 개봉했다. 스페인 전국 124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한 <미나리>는 현재 스페인 개봉 1주차에 스페인 박스오피스 2위를 달성하고 있다. 1위는 개봉 2주차인 디즈니 애니매이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이다. 이 영화는 133개의 상영관에서 상영 중이다. 그 뒤를 잇는 할리우드 영화 <더 리틀 띵스(The Little Things)>는 개봉 3주차로 142개 상영관에서 상영 중이지만, <미나리>의 성적보다는 한참 뒤져져 있다. 이는 <미나리>가 스페인에서 거두고 있는 성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아직 스페인 내 극장들이 거리두기 시행으로 관람객 수에 제한을 두어야 하는 상황에서 <미나리>와 같은 독립영화의 개봉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게다가 개봉 첫 주 만에 스페인 박스 오피스 2위에서 올라 2년 전 <기생충>의 영광을 떠오르게 한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에 (작품상·감독상·각본상·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음악상)에 오른 것이 스페인에서의 <미나리>의 인기에 큰 역할로 한 것을 보인다. 게다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이끈 화제성과 인기가 아시아 영화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어 코로나19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영화관을 이끌고 있다. 사실 <미나리>는 지난 10월 스페인 제65회 바야돌리드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분에 초청되기도 했다. 헝가리 영화 <함께하기 위한 준비물(Felkészülés meghatározatlan ideig tartó együttlétre)>에게 수상을 양보해야 했지만 스페인 평론가들과 감독들에게 좋은 평을 거두었다.
<마드리드 시내 한 극장에서 상영 중인 '미나리' - 출처 : 통신원 촬영>
스페인 영화 소개 비평 웹 ‘Sensacine’에서 활동하는 영화 비평가 알레한드로(Alejandro G. Calvo)는 “80년대 미국의 이민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신파로 흐르지 않는 것은 어렵다. 간단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차분히 정말 잘 풀어냈다”며 영화를 적극 추천했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el pais)》나 《엘 문도(el mundo)》도 “이 이야기가 미나리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며 전하며 감독의 인터뷰들을 소개했고, 스페인의 다른 매체들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것을 두고. ‘미국 제작사에서 만들어진 가장 미국적인 이야기’를 외국영화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2년 전, <기생충>과 함께 많은 갈채를 받았던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감독 영화 <페인 엔고리>에서 열연한 스페인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미국 언론이 트위터에 ‘유색인종’으로 분류해 당시 많은 스페인 언론들과 현지인들이 불쾌해 했는데, 그것에 대해 알모도바르 감독이 ‘나쁜(가벼운) 농담일 뿐’ 이라고 일축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스페인도 그를 ‘라틴’으로 묶거나 ‘멕시코’로 곧 잘 혼동하는 미국의 오만 시선들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이번 미나리 논란에 미국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스페인 언론들은 극중 할머니(윤여정)와 손자 데이비드(앨런 김)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호흡에 큰 호감을 보였으며 극 중 모든 인물이 완벽했으며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는 의견이다. 또 영화 <미나리>가 또 역사적인 일을 해낼 수 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아카데미 상 수상을 점치기도 했다. 잡지 《스페인 GQ》는 <미나리>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아카데미가 골든 글로브의 실수를 만회하기를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스페인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마리나(16) 씨는 지난 주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그녀는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처음으로 극장에 다시 갔는데, 인터넷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을 보지 않고 직접 극장에서 와서 볼 가치가 있었던 영화였다”고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함께 간 친구들 중에는 페루에서 온 이민자 부모들 둔 친구가 있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부모님이 생각나서 눈물을 흘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통신원이 직접 상영하는 영화관에 가서 살핀 반응도 뜨거웠다. 15년 전 처음 봉중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접한 뒤 한국 영화의 팬이 되었다는 알베르토(36) 씨는 “<기생충>과 다른 결의 영화지만 충분히 스페인에서 큰 흥행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며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극중 윤여정이 맡은 할머니 캐릭터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스페인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며 그 인물을 훌륭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것은 배우 윤여정 밖에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었다. 또한 “배우 한예리가 연기하는 모니카는 다른 역할들보다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훌륭하게 해내었고 그녀의 연기 위해 다른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게 전달됐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나리>가 여러 영화제에서 거둘 좋은 소식을 기대하며 스페인에서 개봉 2주차에 들어선 <미나리>가 코로나19로 위축된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바라본다.
※ 참고자료
https://elpais.com/cultura/2021-03-10/minari-hollywood-habla-en-coreano.html
https://www.elmundo.es/cultura/cine/2021/03/12/604a5e73fc6c835f3c8b45d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