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김씨네 편의점>, <기생충>, <미나리> 등을 중심으로 한류는 북미에서 전역에서 환호 받으며 인기리에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국가 및 주요 의전 앞에 시작하는 캐나다 원주민들을 향한 선언, 국가 정체성과 철학으로 거의 매일 언급되는 다문화, 다양성의 구호와는 다르게, 북미 한인 및 아시아 인들은 최근 두려움 속에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난 3월 1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난 후 아시아계에 대한 크고 작은 혐오범죄가 캐나다 내에서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내 주요 도시 내 증오사건 범죄 빈도는 전년 대비 평균 600~700% 정도다. 2020년 7월, 캐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종, 민족, 피부색으로 인한 괴롭힘, 공격이 다른 때에 비해 증가했음을 경험한 소수 민족 비율이 그렇지 않은 인구에 비해서 3배나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아시아 혐오에 대한 공격을 받은 민족은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인 순으로 발표되었다.
<코로나 창궐 이후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범죄의 위험을 느끼는 비율 - 출처 : 캐나다 통계청 자료, 그래프 created with Datawrapper>
캐나다 내에 아시아인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관한 현상을 추적하고 있는 웹사이트 ‘Fight Covid Racisim’에 따르면, 3월 17일 자정 현재 캐나다 전역에서 891건의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 사건이 보도되었다고 알렸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오타와의 경우, 작년 대비 600%, 밴쿠버의 경우 717% 등으로 증가했고, 이 수치는 아시아 1인당 아시아 혐오범죄 신고 건수가 미국에 비하여 캐나다가 더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양성의 가치를 가장 큰 우선순위로 두고 정책을 세워가는 캐나다이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 보여주는 반아시아 정서는 어쩌면 평소 현실 생활 속 인종차별이 어쩌면 도리어 은밀했고, 의도적으로 은폐되어 왔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칼레톤 대학 신문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아시아인들에 대한 성공신화가 도리어 인종과 성차별, 폭력을 숨기는 역할을 했다는 글이 실려 눈길을 끌었다. 사실, 조지 플로이드를 비롯해 수많은 흑인을 향한 인종차별 논란과 대규모 시위가 있을 때에도 아시아인들은 함께 연대하며 목소리를 내면서도,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이슈가 되지 못하고 묻혀왔다는 것을 성토하기도 했다.
신문은 마치 아시아에 대한 반인종주의가 북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알려져 왔는데, 이는 소수 민족 신화주의와 관련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인들은 부지런하고 지적이며, 경제적으로도 성공한다는 고정관념은 긍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수 많은 현실을 감춰버리는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아시아인 스스로 긍정적인 고정관념에 부합하지 못하는 두려움을 야기하며, 아시아인의 빈곤과 어려움에 대해 사회 전체의 문제나 시스템의 문제로 인식하기 보다, 이를 개인 자신의 문제로 환원하여, 사회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또한 정부나 사회로서는 아시아인이 스스로 잘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 경제적 보장을 위한 새로운 안정망을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득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업과 정부는 시스템 안에 뿌리내린 체계적인 인종차별을 부정할 때 아시아인들의 성공 사례를 사용하는데, 이는 타 인종과의 연합과 연대를 방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수 민족에 대한 성공신화와 달리 2016년 캐나다 인구 조사 자료를 분석하면, 한국계, 아랍계, 서아시아계 캐나다인들의 빈곤 비율이 27%에서 32%로 나타났으며, 그에 비해 중국인과 흑인 캐나다인들의 빈곤율은 20%로 나타났다.
<아시아 혐오에 맞서는 시민 랠리가 토론토 광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출처 : CBC 뉴스 유튜브 채널(@CBC News: The National)>
미디어와 수많은 공적 프레임 속에서 외쳐지는 구호에 묻혀, 캐나다 내 아시안들은 자신들을 향한 인종차별에 대해 인식조차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 사건이 이곳저곳에서 매일 일어나면서, 다시 한번 캐나다 내 여러 층위들의 상황들을 주시하게 된다. 당장 자신과 자녀들에게 가해질 수 있는 폭력으로 인해 불안과 공포가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숨겨지고 뿌리내려졌던 수많은 아시아인들을 향한 인종차별을 새롭게 인식하고, 잊어버렸던 목소리를 함께 내며,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많은 시민 단체들과 학계, 언론에서 다양한 시위가 진행되고 있고, 새로운 담론들이 펼쳐지고 있다. 진정한 다문화의 가치가 캐나다 땅의 현실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 참고자료
https://www.covidracism.ca/about
https://newsroom.carleton.ca/story/asian-women-racism-violence/
https://www.ctvnews.ca/canada/reports-of-anti-asian-hate-crimes-are-surging-in-canada-during-the-covid-19-pandemic-1.5351481
https://www.cp24.com/news/rally-held-downtown-to-raise-awareness-about-anti-asian-racism-1.5365712
-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 약력 : 전) 캐나다한국학교 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 협회 학술분과위원장 현) Travel-lite Magazine Senior Edit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