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언론분석] 말레이시아 단교 사태 속 북한과 관계 되짚기
구분
사회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4.13

지난 몇 주간 북한과 말레이시아 외교 단절 선언은 말레이시아와 한국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인 문철명(56)을 불법 자금세탁 혐의로 미국에 인도한 것을 비난하면서 3월 19일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1973년 6월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같은 해 12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을 열고, 2004년 3월 주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개설하는 등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하지만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한 뒤 양국 관계는 급격히 멀어졌다이후에도 관계가 회복되지 않던 중 지난 3월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을 미국에 인도하자북한이 외교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단교 선언에 따라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은 문을 닫았고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 외교관과 가족 등 전원 철수를 명령해 양국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오랜 우호 관계에 대해 보도한 현지 언론 - 출처: 'Cilisos'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오랜 우호 관계에 대해 보도한 현지 언론 출처: 'Cilisos'>

 

현지 언론은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를 되짚으며오랜 우호 관계에 주목했다현지 언론 칠리소스(Cilisos)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그동안 북한과 다양한 인적교류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그동안 북한인은 비교적 자유롭게 말레이시아에 드나들 수 있었으며합법적으로 취업도 가능했다. 2014년 사라왁주 판투 광산에는 북한인 46명이 근무했는데이는 북한 정부와 말레이시아 내무부 합의 하에 승인된 사안이었다또한 말레이시아 국민은 북한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으며, 2014년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조치가 발동하기 전까지 2011년부터 3년 간 북한 국적기인 고려항공은 평양-쿠알라룸푸르 노선을 운행한 것으로 알려졌다또한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북한인 종업원이 근무하는 평양고려식당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운영했다이곳에서는 북한 음식을 판매하고 실제 북한 여 종업원이 공연을 펼쳤다.

 

말레이시아 헬프대학교도 북한과 연관이 깊다. 2013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명예 경제학 박사 학위를 수여한 헬프대학교에는 북한대사관 직원 자녀를 비롯한 북한 국적 학생 상당수가 재학한 것으로 알려졌다대표적으로 북한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조카인 장용철 전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의 아들이 헬프대학교에 재학했고이밖에도 북한 국적 학생 10여 명이 헬프대학교에서 공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교류 측면도 양국 간 관계가 작지 않다북한 예술가들이 참여한 말레이시아 알로스타의 국립 쌀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2004년 60여 명의 북한 예술가는 이곳에 말레이시아 농촌 풍경을 벽화로 그렸다싱가포르 언론 스트레이츠 타임즈(Straits Times)에 따르면 북한 예술가는 2년 간 말레이시아 농촌에 머물면서 조사를 마쳤고, 6개월 동안 이 벽화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북한 예술가들이 그린 벽화는 북한을 제외하고는 미국 하와이 그리고 말레이시아 알로스타가 유일하다.

 

말레이시아 국립 쌀 박물관에 전시된 북한 예술가의 벽화. 말레이시아 농촌 풍경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말레이시아 국립 쌀 박물관에 전시된 북한 예술가의 벽화. 말레이시아 농촌 풍경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말레이시아 국립 쌀 박물관에 전시된 북한 예술가의 벽화. 말레이시아 농촌 풍경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말레이시아 국립 쌀 박물관에 전시된 북한 예술가의 벽화. 말레이시아 농촌 풍경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말레이시아 국립 쌀 박물관에 전시된 북한 예술가의 벽화말레이시아 농촌 풍경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이밖에도 2010년 말레이시아 파항주가 북한으로부터 도입한 쌀 생산 기술로 MR219 파디 개발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했고북한은 말레이시아 국산 차 프로톤마기 누들과 마일로줄리스 비스켓 등 말레이시아산 식품 등을 수입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말레이시아는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로 한때는 북한과 서방 국가들과의 갈등 중재국으로까지 기대되었다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양국의 외교관계는 48년 만에 파경을 맞게 되었다.

 

북한과의 단교 선언에 대한 누리꾼 반응 – 출처 : 'Cilisos'<북한과의 단교 선언에 대한 누리꾼 반응 – 출처 : 'Cilisos'>

 

하지만 북한과의 단교 선언에 대해 말레이시아 여론은 찬성하는 분위기다그동안 말레이시아는 북한의 불법 밀무역 기지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북한의 무기 밀수출과 밀반입에 관여하는 군수공업부(MDI)와 고가품 밀수 업무를 하는 중앙당 소속 인력 수백 명이 말레이시아에 체류하면서 외화벌이를 해왔다누리꾼들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그동안 북한의 밀무역을 눈 감아 왔다'며 '부조리를 알고도 묵인해왔다'고 비난했다또한 현지 언론은 2014년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도 말레이시아에 잠입한 북한 해커들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을 언급하면서북한과의 단교 선언이 실보다 득이 더 많다는 입장을 보였다이처럼 2021년 말레이시아는 외교 단절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 참고 자료

Cilisos》 (21. 3. 20.) <5 CONNECTIONS BETWEEN MALAYSIA AND NORTH KOREA THAT MIGHT SURPRISE YOU>,  https://cilisos.my/5-connections-between-malaysia-and-north-korea-that-might-surprise-you/

Straits Times》 (17. 3. 12.) <Malaysia-North Korea ties symbolised by rice museum>,  https://www.straitstimes.com/asia/se-asia/rice-museum-paints-picture-of-once-close-ties



홍성아 통신원 사진
    -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