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필리핀인의 삼겹살 사랑은 여전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4.26


필리핀에서 방역보다는 경제를 우선시해서 격리조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지나치게 장기화된 격리조치가 코로나19 방역 수위 단계의 의미를 유명무실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만은 아니다코로나19로 인해 지역 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경제활동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면서 실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작년 한 해 동안 직장을 잃은 필리핀인의 수는 450만 명을 헤아리며, 2020년 실업률은 15년 만의 최고치인 10.3%를 기록했다.

 

필리핀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의 노동 인구 중에서 59.5%만이 일을 하는 상황이다시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는 소폭 증가했으나 정규직 비율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4.5%까지 증가했다이런 와중에 20212월 필리핀 물가 상승률은 20191(4.4%) 이후 최고치인 4.7% 기록했다그런데 이렇게까지 물가 상승률이 높게 기록된 것에는 육류 가격 상승이 한몫했다필리핀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12월 육류의 물가 상승률은 20.7%에 달한다특히 돈육가격이 최대 약 60%가량 급등했다.

 

필리핀 내 돼지고기 가격 상승의 시작은 2019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마닐라 근교에 있는 안티폴로의 양돈농장에서 살아 있는 돼지 수십 마리를 몰래 땅에 묻었다가 발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서 필리핀 농업부(Department of Agriculture, DA)에서는 사건 조사에 나섰는데조사 중에도 지역 내 농장에서 돼지가 원인 모를 질병으로 집단 폐사하는 일이 잇달아 발생했다.

 

두 달 뒤인 99필리핀 농업부에서는 마닐라 근교의 불라칸(Bulacan) 및 리잘(Rizal) 지역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최초로 발생하였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주로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했던 돼지 전염병이지만 세계 최대 돼지 생산국인 중국에서 20188월 첫 발병 이후 급속도로 확산하였다폐사율 최대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 가능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20201월에 미국 농무부와 학계 전문가들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100% 효과가 있는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를 한 바 있으나 아직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백신은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하면 돼지를 살처분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필리핀 정부에서는 돼지의 살처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방역 활동에 나섰지만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종식되지 않았다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대체 몇 마리나 되는 돼지가 살처분되었느냐에 대해서는 필리핀 농업부와 필리핀 양돈연합(Pork Producers Federation of the Phils)의 발표 자료가 다소 차이가 있는데지난달 17일 필리핀 농업부(DA)의 발표에 따르면 필리핀 내 40개 주(Province)에 걸쳐 466개 도시(City)와 구(Municipality)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했고300만 마리 이상 돼지가 폐사되었다고 한다하지만 필리핀 양돈연합에서는 농업부(DA)가 파악한 것보다 더 많은 550만 두의 돼지가 살처분되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필리핀이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돼지고기 소비국이라는 점이다필리핀에서 소비되는 육류 중 소비가 가장 많은 것은 돼지고기이다. 2016OECD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 국민 1인당 연평균 육류 소비량은 28.8kg으로 조사되는데이중 돼지고기가 14.2kg을 차지한다하지만 필리핀 내 돼지고기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필리핀 양돈농가 열의 여덟은 소규모 영세 농가이고가축 생산기술이나 도축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편이다.

 

게다가 돼지를 사육하기에는 불리한 기후 여건을 가지고 있어서 매년 소비량 중에서 일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으로 필리핀 내 돼지고기 공급량이 부족한 상태가 됨에 따라 1kg220페소(한화 약 5,000남짓하던 리엠뽀 돼지고기 가격이 350페소(한화 약 8,067)로 껑충 뛰어올랐고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도 비싼 기현상이 일어났다물가상승률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자 필리핀 정부에서는 돈육 수입관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고 수입허용 쿼터를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소비자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필리핀 내 삼겹살 사랑은 지속되고 있다그 어느 때보다 돼지고기 가격이 비싼 시기인 데다가 삼겹살 부위가 다른 부위에 비해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겹살에 대한 소비는 여전해 보인다코로나19 방역 조치 단계가 ECQMECQ 단계로 강화되면서부터 식당 내에서의 식사 자체가 어려워진 까닭에 한동안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무제한 고기 뷔페 형태의 삼겹살 식당에 대한 인기는 잠시 주춤한 모습이지만그래도 인근 다른 식당과 비교하면 손님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리고 삼겹살 부위는 구하기 쉬운 맛있는 식자재가 되었다필리핀 사람들의 K-푸드 수요 증가로 현재 메트로 마닐라 내의 대형 마트 어디를 가도 삼겹살 부위를 구매할 수 있는데정육점 대부분이 포크 밸리(pork belly)가 아닌 삼겹살(Samgyeopsal)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마켓플레이스 루스탄 슈퍼마켓(The Marketplace by Rustan's)에서는 별도로 프리미엄 포장을 하여 삼겹살 판매를 시작했는데포장지에 한글로 '삼겹살'이라고 기재해두어 시선을 끈다케이드라마와 케이팝으로 시작된 한류에 대한 호감이 필리핀인의 생활 속까지 자리 잡아 앞으로 더욱 다양한 한국 음식이 필리핀인의 식탁을 차지하길 기대해본다.


▣ 필리핀의 돼지고기 수입량
 (2021. 1. 1.~3. 31. 기준)

출처 : Bureau of Animal Industry, NVQSD - MEAT AND MEAT PRODUCTS IMPORTATION as of 31 March 2021※ 출처 : Bureau of Animal Industry, NVQSD - MEAT AND MEAT PRODUCTS IMPORTATION as of 31 March 2021


필리핀 돼지고기 가격
필리핀의 정육점에서는 돼지고기를 포크밸리(리엠뽀), 햄 슬라이스, 포크찹, 아보도컷, 파타 등으로 분할하여 돼지고기를 판매필리핀의 정육점에서는 돼지고기를 포크밸리(리엠뽀), 햄 슬라이스, 포크찹, 아보도컷, 파타 등으로 분할하여 돼지고기를 판매<필리핀의 정육점에서는 돼지고기를 포크밸리(리엠뽀), 햄 슬라이스, 포크찹, 아보도컷, 파타 등으로 분할하여 돼지고기를 판매한다.
리엠뽀는 삼겹살과 같은 부위를 사용하지만 두께가 훨씬 두껍다. 매장이나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대체로 삼겹살이 리엠뽀보다 더 비싼 편이다. >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발생은 돼지고기 가격의 비정상적인 폭등<아프리카 돼지열병의 발생은 돼지고기 가격의 비정상적인 폭등을 불러왔다. 필리핀 정부에서는 돼지고기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 인하 조치를 하였지만, 이로 인하여 필리핀 양돈산업이 더욱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


마켓플레이스 슈퍼마켓(The Marketplace)에서 판매 중인 프리미엄 삼겹살. 1kg당 가격은 492페소이다<마켓플레이스 슈퍼마켓(The Marketplace)에서 판매 중인 프리미엄 삼겹살. 1kg당 가격은 492페소이다. >


마닐라의 진마트. 한국슈퍼에서도 삼겹살을 구할 수 있다<마닐라의 진마트. 한국슈퍼에서도 삼겹살을 구할 수 있다.>

한식이 인기를 끌게 되면서 훼미리마트 편의점에서까지 간편식으로 '코리안 비프 스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한식이 인기를 끌게 되면서 훼미리마트 편의점에서까지 간편식으로 '코리안 비프 스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메트로 마닐라의 무제한 삼겹살 레스토랑.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인근 다른 식당과 비교하여 손님이 많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메트로 마닐라의 무제한 삼겹살 레스토랑. 코로나19 사태 이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인근 다른 식당과 비교하여 손님이 많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식 삼겹살 레스토랑이 한참 인기를 끌었을 무렵에는 필리핀항공 기내에 제공되는 잡지에까지 삼겹살에 대한 광고-해당 사진은 ‎2019‎년 ‎12‎월에 촬영

<한국식 삼겹살 레스토랑이 한참 인기를 끌었을 무렵에는 필리핀항공 기내에 제공되는 잡지에까지 삼겹살에 대한 광고를 볼 수 있었다.
이 광고는 필리핀의 SM슈퍼마켓에서 삼겹살에서 만든 광고물로 쌈장이니 상추, 김치 등의 이미지를 함께 볼 수 있다.
해당 사진은 ‎2019‎년 ‎12‎월에 촬영되었다.>


필리핀 Hotel Luna Annex 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삼겹살

<필리핀 Hotel Luna Annex 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삼겹살. 삼겹살을 요청하면 직원이 구운 뒤 쌈까지 만들어서 테이블로 가져다주고 있었다. 쌈에 멸치가 올려져 있어서 전통 한국식이라고는 보기 힘든 모습이지만, 한국인이 거의 방문하지 않는 먼 지방 도시의 호텔에서까지 이런 한식을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인 푸드판다에서 삼겹살을 판매하는 곳을 검색하면 마닐라 말라떼 지역에서만 수십 개의 식당이 검색된다. – 출처 : 푸드판다 웹사이트 갈무리<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인 푸드판다에서 삼겹살을 판매하는 곳을 검색하면 마닐라 말라떼 지역에서만 수십 개의 식당이 검색된다. – 출처 : 푸드판다 웹사이트 갈무리>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 참고자료

《Philippine News Agency》 (21.3. 18.) <DA wants African swine fever declared national emergency>, https://www.pna.gov.ph/articles/1134076

《inquirer》 (19.9. 20.) <PH adds Myanmar, Serbia, South Korea to pork import ban list>, https://business.inquirer.net/279360/ph-adds-myanmar-serbia-south-korea-to-pork-import-ban-list

《Rappler》 (17.4. 4.) <FAST FACTS: How much meat does the Filipino consume?>, https://www.rappler.com/business/fast-facts-meat-chicken-pork-filipino-consumption

《The Philippine Star》 (20.4. 13.) <Philippines to import more pork, chicken>, https://www.philstar.com/headlines/2020/04/13/2006967/philippines-import-more-pork-chicken

《The Philippine Star》 (21.3. 9.) <PSA: Unemployment hit 15-year high in 2020>, www.philstar.com/headlines/2021/03/09/2082967/psa-unemployment-hit-15-year-high-2020

PHILIPPINE STATISTICS AUTHORITY, <Consumption of Selected Agricultural Commodities in the Philippines>, https://psa.gov.ph/content/consumption-selected-agricultural-commodities-philippines


앤 킴(Anne Kim) 통신원 사진
    - 성명 : 앤 킴(Anne Kim)[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마닐라 통신원]
    - 약력 : 프리렌서 작가, 필리핀 정보제공 블로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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