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인터뷰] 한국정부 전 독일어 홍보 담당자가 말하는 한류 그리고 'K'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5.04


고등학교 때 2주간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 짧은 기간의 경험으로 엘레나의 인생 주제는 곧 ‘한국’이 됐다. 독일 쾰른에서 나고 자란 엘레나 쿠비츠키(29)는 이후 베를린대학 한국학과, 고려대 국제학부를 거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외국어 사이트 코리아넷(korea.net)의 독일어 담당자로 일했다. 지금은 기관을 나와 프리랜서로 일한다. 독일어로 한국을 알리는 최선전에서 일했던 엘레나 쿠비츠키를 만나 그간의 경험과 고민을 들어봤다.

엘레나 쿠비츠키 – 출처 : ⓒDahee Seo

<엘레나 쿠비츠키 – 출처 : ⓒDahee Seo>



■ 한국 홍보하는 외국인 공무원

 

코리아넷 독일어 담당자로 일했다. 어떤 업무를 맡았나?

2020년부터 올 초까지 코리아넷에서 직원으로 일했다. 주어진 기사를 독일어로 번역하고,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코리아넷 명예기자단 독일어팀을 관리했다.

 

취업 과정이 궁금하다.

2015년부터 코리아넷 명예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해외문화홍보원 홈페이지를 보다가 우연히 독일어 담당자 휴직자 대체 공고를 보고, ‘어, 이거는 해야 한다. 나를 위한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원하고, 면접 보고 일하게 됐다. 명예기자단으로 오래 일하다 보니까 아는 직원도 있었는데, 나중에 듣기를 지인을 통하면 안 된다고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팀 구성은 어떤가? 외국인들이 많은지?

사이트에 9개 언어가 있는데 팀원은 총 30여 명 정도 되고, 그중 외국인은 4명이었다. 독일어 외에 중국어, 아랍어, 스페인어 쪽에 외국인 직원이 있었다. 팀에서는 언어마다 원어민 한 명씩을 두고 싶어 했다. 

 

기사는 보통 어떤 걸 쓰나?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면?

상보 기사라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분야에서 써야 할 기사가 내려온다. 주로 긍정적인 기사들이 많다. 기획기사도 기자들이 발제해서 쓰는데 한복 교복 관련 기사나 한국 딸기 왜 맛있는가, 이런 기사가 흥미롭고 인기도 많았다.

 

한국 정부 기관, 그만둔 이유는?

1년 간 다양한 경험도 많이 하고, 좋은 사람도 만나서 좋았는데, 정말 일이 너무 많았다. 원래는 번역만 했었는데 팀이 합쳐지면서 기사 쓰고, 관리하고 업무량이 많아졌다. 물론 공무직이어서 그렇지만 하는 일에 비해 보상이 적다고 생각했다. 이만큼 열심히 하는데… 승진이 어렵고 보너스 같은 보상이 없었다. 좀 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나왔다.

 

■ 독일인의 눈으로 본 'K-홍보'

 

정부 기관이라 한국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는 다룰 수 없었을 것 같다.

한국을 홍보하는 기관이니까 좋은 기사만 나오는 거는 이해한다. 그게 일이니까. 모든 걸 다 이야기하고 싶으면 언론사로 가야한다. 그런데 가끔 '현타'가 올 때도 있었다(웃음). 예를 들어 외국인들에게 불리한 정책이 나왔는데 이거는 외국인 직원들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불합리한 거 아니냐 대화하지만, 기사로는 쓸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좋은 부분을 자신있게 자랑하는 거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복 교복 같은 건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이다.

코리아넷 독일어판 기사 – 출처 : 코리안넷/ⓒ Hanbok Advancement Center

<코리아넷 독일어판 기사 – 출처 : 코리안넷/ⓒ Hanbok Advancement Center>

K-방역 홍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방역 잘했으니까 어떻게 했는지 알려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 디테일하게 알려주면 되는데... 지금도 수시로 어떻게 잘하고 있는지 나온다. 좋은 일인데 약간, 독일사람 입장에서는 ‘K를 붙여서 홍보하는 게 잘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요즘에는 'K-쿼런틴(K-Quarantine)'이라는 단어도 나온다. 다른 나라에서 K가 무슨 뜻인지, 이게 꼭 코리아를 의미하는 건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거 같다. K-Pop은 이해가 가는데, K푸드, K뷰티, K헬스케어? 너무 많다. 이제 그만 붙이면 좋겠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 한국 문화를 홍보했다. 독일에서 K-Pop이나 한류를 다룰 때 종종 나오는 비판 지점 중 하나가 국가가 문화를 상품으로 홍보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독일에서는 PR이 너무 강하면 안 좋게 생각한다. 그런 마인드로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확실히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남미나 중동 쪽에는 한류 콘텐츠 반응이 정말 좋고 그런 콘텐츠를 원한다. ‘아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투자하는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정부가 한국 홍보를 어떤 식으로 하면 더 좋을까?

제 주변만 그런지, 독일 사람들이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정말 환경에 관심이 많다. 한국 부족한 점, 잘하는 점 모두 있는데 특히 분리수거 시스템은 한국이 아니면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단순히 케이팝보다 기술적으로 환경 관련 기술이나 시스템 이런 거를 더 알리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좋아한다. <기생충> 덕분에 한국 영화가 정말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아직도 언급되는 한국영화 보면 <올드보이>, <괴물> 등 한 다섯개 밖에 없는 것 같다. 좋은 영화 정말 많은데 그런 것도 더 알려지면 좋겠다.



엘레나 쿠비츠키– 출처 : ⓒDahee Seo

<엘레나 쿠비츠키– 출처 : ⓒDahee Seo>

 


독일에서는 한중일 문화 구분을 잘 못한다
. 반면 한중일은 자기 것에 대한 의식과 분별력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문화를 어떻게 홍보해야 분별력이 생길까?

처음에는 당연히 헷갈릴 거라 생각한다. 독일인, 유럽인들이 보면 아시아권 비슷하게 보는데, 살다 보면 구분한다. 한국 사람도 독일 가면 똑같을 거 같다. 살다 보면 독일인,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구분한다. 한국은 지금 한국 문화를 잘 알리고 있는데, 이를 거 이용하고 연계해서 홍보하면 좋을 것 같다. 블랙핑크가 뮤직비디오에서 한복 입고 나왔는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케이팝 팬들이 많고, 영화 드라마도 많이 본다.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많이 나오면 조금씩 분별력이 강해질 거 같다.

 

주독 한국문화원이나 독일 내 한국문화 홍보를 접한 적이 있는지? 어땠나?

독일 베를린에 살 때 행사에도 몇 번 참석했다. 영화 행사도 보고, 세종학당 말하기대회에도 참가했었다.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일하시는 한국 분들이 환영해주는 분위기였다. 케이팝 강조하는 것보다 미술 전시, 한국인 뮤지션 공연, 이런 것들이 좋았다.

 

모델이나 유튜브 출연도 하고 있다. 어떻게 시작했는지?

처음에는 SNS를 보고 에이전시에서 연락 오거나, 한국말 하는 거 알고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사기꾼인가 했다. 독일에서 내 외모에 대한 환상 같은 건 없었기 때문에 연락왔을 때 야한 방송은 아닌가 의심했다(웃음). 다행히 아니었다. 그때 외국인이 한국어 잘하면 쓸모가 있구나, 이거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프로필 만들어서 에이전시에 보내고, 꾸준히 연락이 와서 시간이 될 때마다 일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토론 방송이나 문화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즐겁다. 우연히 《MBC》 유튜브 촬영을 했는데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외국인들과 한국 교수님과 학교 폭력에 대해 토론했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어썸코리아라는 유튜브 채널에도 '독일인'으로 출연하고 있다. 코리아넷에서 일할 때도 MC나 아나운서를 했을 때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계속 도전하고 싶다. 내 유튜브도 열심히 하고, 다른 채널 촬영도 열심히 하고, 한국에서 외국인 대표 중 하나가 되고 싶다(웃음).

 

한국어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엘레나는 막힘없이 자신의 경험과 고민, 생각을 나눠주었다. 특히 K에 대한 의견은 통신원 또한 공감했다. K는 코리아만 가지고 있는 알파벳이 아니다. 한국인들에게 K는 너무나 당연히 한국이지만, 비 한국인들에게 K는 각자의 언어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알파벳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의 'K-홍보'가 너무 우리 스스로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 자유로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엘레나가 한국 사회에 좀 더 다양한 시선을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유진 통신원 사진
    -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 2010-2012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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