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소식

캄보디아 유일의 서커스단, 기네스북에 도전하다
구분
문화
출처
KOFICE
작성일
2021.05.26

캄보디아의 유일의 서커스단, 파레서커스단의 공연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캄보디아의 유일의 서커스단, 파레서커스단의 공연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 캄보디아 유일의 전통서커스단, 코로나 위기 속에 더 이상 물러설 수가 없다

- 하고 싶은 서커스와 미래를 위해 24시간 연속 서커스 공연 세계 기록에 도전한 캄보디아 젊은이들

 

서커스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세계 최고의 서커스단을 손꼽으라면, 단연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단(Cirque du Soleil)'을 든다. 물론 중국의 베이징교예단과 북한의 평양교예단, 러시아의 볼쇼이 서커스도 빼놓을 수 없는 세계적인 서커스단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도 꽤나 유명 서커스단이 존재한다. 지난 1925년 문을 연 동춘서커스단이다. 캄보디아도 서커스단이 있다. 파래 서커스단(Phare Circus)이다.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서커스단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아쉽게도 무대 공연이 중단된 상태다. 금년 1월 코로나 확산세가 잠시 수그러들어 수도 프놈펜에서 공연이 다시 시작했지만, 이도 잠시 코로나 지역감염이 발생하자, 결국 다시 문을 닫고 말았다.

 

이 단체의 주 수입원 가운데 40%는 국제 NGO를 비롯한 외부 단체가 낸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나머지 60% 운영비는 서커스 공연 등을 통한 수익으로 조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서커스단의 주 수입원은 거의 끊긴 상태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물러설 수는 없는 법. 고향으로 내려가는 등 뿔뿔이 흩어졌던 단원들까지 합세해 단원 90명이 특별 공연에 나섰다. 단원들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이벤트를 기획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건 다름 아닌 기네스북에의 도전이었다. 24시간 단 한번 휴식도 중단도 없는 서커스 공연 대기록을 세우기 위해 단원들은 체력부터 다졌다.

 

드디어 지난 3월 7일부터 8일, 이틀에 거쳐 90명의 단원들이 24시간 생방송으로 공연을 펼쳤다. 코로나 감염방지를 위해 현장 공연이 아닌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공연은 유튜브를 통해 진행되었고, 무려 100만 명이 봤다. 드디어 공연의 막이 올랐다. 카메라를 든 채 숨을 죽이고 공연을 지켜봤다. 파레서커스 2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31개의 퍼포먼스가 차례로 선을 보였다. 공중곡예부터 마술과 춤, 연극, 광대서커스, 노래와 음악, 인형극과 라이브 페인팅, 불쇼 등이 펼쳐졌다. 단원들은 물 만난 고기들처럼 무대 위를 마치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녔다. 덤블링은 기본이고, 사람 키의 3배가 넘는 높은 높이에서 오로지 한 손으로 온몸을 지탱한 채 균형을 잡는 아찔한 묘기가 펼쳐졌다. 단원들은 공중제비를 돌며 마치 새처럼 무대 위를 날아다녔다.

 

캄보디아 유일의 서커스단인 파레서커스단이 펼친 멋진 퍼포먼스 장면들 – 출처 : 통신원 촬영<캄보디아 유일의 서커스단인 파레서커스단이 펼친 멋진 퍼포먼스 장면들 – 출처 : 통신원 촬영>

 

어느새 단원들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무대에 오른 어느 단원들의 표정에서도 지친 표정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힘든 내색 하나 없이 기쁨과 슬픔, 놀라움, 분노 같은 감정 연기를 무난히 잘 소화해냈다. 이 또한 수년간의 부단한 연습과 훈련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일 것이다. 고도로 숙련된 단원들의 환상적인 서커스 묘기공연은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은 24시간 연속공연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파래 서커스단의 기네스북 기록 도전은 현지 유명통신사가 팬데믹으로 어려움에 처한 서커스단의 기금마련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후원에 나섰다. 기네스북 측은 파레서커스단의 최장 시간 공연기록을 관련 영상과 사진 등을 면밀히 조사 평가한 뒤 기네스북 등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기네스북 측은 최종 심사에 앞으로 약 4개월 정도가 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파레서커스단의 24시간 연속공연기록이 기네스로부터 공식인정을 받게 될 경우, 캄보디아는 모두 10개의 기네스북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현재 캄보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긴 스카프 만들기와 가장 큰 떡 만들기, 세계 역대 왕 중 가장 많은 직업과 타이틀을 가진 국왕, 그 외 세계에서 가장 긴 글자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 건축물인 앙코르와트가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본 리포트 작성을 마무리할 즈음, 오늘 아침 매우 반가운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지난 3월 기네스북에 도전했던 파레서커스단의 24시간 연속공연 퍼포먼스가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국제상을 3개나 수상했다는 뉴스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 29개국 900여 팀이 경쟁을 벌인 스티브 어워드 2021(공식 타이틀 : Asia Pacific Region Stevie Awards 2021)에서 파레서커스단은 LG, 휴렛 패커드, 로이터통신, 펩시, IBM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총 3개 부문에서 금상 2개(이벤트 부문, 크리에이티브상)와 은상 1개(커뮤니케이션 부문)를 받았다.

 

지난 5일 캄보디아 파레서커스는 Asia Pacific Region Stevie Awards 2021에서 금상을 포함해 3개 부문 상을 받았다. - 출처 : 파레서커스단<지난 5일 캄보디아 파레서커스는 Asia Pacific Region Stevie Awards 2021에서 금상을 포함해 3개 부문 상을 받았다. - 출처 : 파레서커스단>

 

하루속히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어, 온라인 공연이 아닌 현장에서 그들의 생생한 숨소리와 땀 흘리는 그들의 열정을 온몸으로 느끼며 공연장에서 그들을 볼 날이 오길 손꼽아 기다려본다.

 

‘파래 서커스단’으로 더 유명한 ‘파래 뽄루 셀팍’(Phare Ponleu Selpak)은 누구?

이 단체는 캄보디아인들이 손수 만든 현지 NGO 단체다. 이 단체를 만든 공동창립자 중 한 명은 쿤 뎃(Khoun Det, 48) 씨다. 그는 70년대 크메르루즈 정권 시절 부모를 모두 잃은 전쟁고아다. 태국 국경 내 ‘난민캠프 2’에서 수년간 혼자 외롭게 성장했다. 그는 당시 난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열린 미술 드로잉 워크샵에서 생각지 못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파레서커스단을 창립한 NGO 단체 멤버중 한 명인 쿠온 뎃 씨 - 출처 : Phare Ponleu Selpak<파레서커스단을 창립한 NGO 단체 멤버중 한 명인 쿠온 뎃 씨 - 출처 : Phare Ponleu Selpak>

 

그는 난민캠프 안에서 가난한 자국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문화와 예술 교육을 제공하는 단체를 설립하는 꿈을 키워갔다. 성인이 된 후 그를 포함한 친구 8명이 의기투합해 1994년 마침내 소망하던 NGO 단체를 만들었다. 논의 끝에 이름은 ‘파래 뽄루 셀팍’으로 정했다. ‘예술의 밝기’라는 뜻이다. 가난했던 그와 동료들은 빈손으로 모든 것을 시작했다. 그들 사이에 존재한 것은 오로지 강한 연대의식뿐이었다.

 

다만, 그에게는 다른 공동창업자들과 다른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드로잉 같은 미술작품을 그리는 능력과 기술만으로는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와 끼를 발산하고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파래서커스단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단체를 만든 지 3년이 지난 1997년 파래서커스단를 열었다. 난민캠프에서 드로잉 외에 배운 군대식 무술 교육도 그가 서커스단을 만들게 된 밑바탕이 되었다. 파래서커스단은 코로나 이전만 해도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 20여 개국 이상을 누비며, 순회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단체의 주 수입원이었던 서커스 공연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일시 중단된 상태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잇지 못하던 캄보디아 시골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성장,  캄보디아 유일의 서커스단원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열심히 자신의 미래와 삶을 개척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잇지 못하던 캄보디아 시골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성장,

캄보디아 유일의 서커스단원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열심히 자신의 미래와 삶을 개척하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캄보디아 북부도시 바탐방에 근거지를 둔 ‘파래 뽄루 셀팍’은 서커스단뿐만 아니라, 현재 지역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는 물론 2013년부터 유치원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재정적 지원 아래 운영되는 지역 학교에서 현재 2천명 가까운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교육부 정식 교과과정 외에 시각디자인, 연극, 전통무용, 그래픽 디자인, 외국어, 서커스와 일러스트레이션과 애니메이션 제작기술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

 

중학생 이상 학생들은 이 과목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현재 500여 명 재학생들이 무료 수업을 받고 있다. 이 단체는 또한 현재 사회적 기여 활동의 일환으로 ‘어린이 보호 프로그램’(Children Protection Program)도 운영 중이다. 일종의 어린이 돌봄 센터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길거리를 떠도는 학교 밖 가난한 가정 어린이들이 주요 대상으로, 인권유린의 사각지대에 노출된 이들을 폭력과 성적 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다.

 

아울러, 이 단체는 캄보디아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보와 크메르루즈에 의해 파괴된 문화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단체의 또 다른 설립 목적은 지역 공동체의 발전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지속적인 국제사회와의 교류와 연대를 통해 그들의 예술적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한국-캄보디아 합작 현대무용창작극 <붉은 두꺼비(연출·기획 양혜경)>를 쇼케이스해 양국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박정연 통신원 사진
    - 성명 : 박정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캄보디아/프놈펜 통신원]
    - 약력 : 현) 라이프 플라자 캄보디아 뉴스 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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