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외국인들은 러시아가 유럽에 위치했는지, 아시아에 위치했는지 궁금해한다. 또 중국과 북한을 맞댄 러시아의 국경 근처에 사는 사람들도 본인들이 ‘아시아’에 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남쪽에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한때 소련의 영토로 속했지만 소련 붕괴 후에는 중앙아시아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드넓은 영토 때문인지 그 경계가 모호하다. 지리학적으로는 우랄산맥을 기준으로 왼쪽은 유럽 오른쪽은 아시아로 불리지만 러시아인들의 인구 분포를 고려해본다면 대부분의 러시아 인들이 서쪽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다. 대도시의 성장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기후적인 면을 고려해봤을 때도 사실 러시아의 동쪽보다 서쪽이 인간이 살기에 더욱 적합하기 때문에 서쪽이 동쪽보다 발전의 더욱 유리했을 거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러시아의 도시별 인구 밀집도 – 출처 : REGNUM(레그넘)
하지만 '유라시아'라고 하지 않던가. 그만큼 학자들 사이에서도 러시아의 모호한 지리적, 사회적, 문화적 특성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해서 많은 논쟁이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 살면 살수록 러시아에게 유라시아라는 명칭이 얼마나 정확하지 느낄 수 있다. 러시아인들과 살다 보면 러시아 사람들은 우리가 보통 서양인들 하면 떠올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사람들과 때로는 비슷하지만 때로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간혹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면 유럽의 문화를 따라가는 것 같다. 그 예로는 아시아에 널리 퍼져있는 사내에 있는 위계질서와 아시아 국가들에 대부분 있는 상사에 대한 예절은 어느 정도 격식만 갖추면 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러시아 친구들과 공부를 하다 보면 수업 분위기를 보았을 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럽 국가들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교수님들마다 본인의 색이 있겠지만 4년동안 러시아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은 러시아 수업은 교수님 중심의 주입식 교육에 더 가깝고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유럽 국가의 자유로운 토론 형식의 수업보다는 경직되어 있다. 또 한국 속담이나 중국 속담이 실제로 러시아어로 비슷한 형태로 많이 쓰이는 것을 보면 그만큼 사고의 방식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러시아는 유럽으로 불리기도, 아시아로 불리기도 매우 애매해서 오히려 유럽인지 아시아인지 구분하기 보다 유라시아로 불리는 편이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러시아를 보면 근대 초기 유럽인들의 관점에서 러시아를 보았을 때 러시아는 아시아에 가까운 변방의 후진국이었다. 또한 서양과 많은 교류가 없었던 러시아는 본인들이 세계 최강이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서양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었고 이를 깨달은 로마노프 왕조의 표트로 대제는 서양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대표적인 예는 러시아에 유입된 새로운 건축양식으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하면 건축물 대부분은 독일의 건축양식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 최고의 전성기였다고 하니 표토르 대제가 얼마나 유럽의 문화를 받아들이고자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도시 경관 – 출처 : Own work/Олег Токарев
하지만 이러한 표토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세기 초 소련 연방의 탄생으로 소련은 자국의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다시 장기간 고독한 길을 걸어야 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된 후 러시아는 조금씩 개방되기 시작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해외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 어둡기만 했던 러시아로 유학을 가거나 출장을 가기도 했다.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러시아를 되돌아보자면 눈에 띄지 않지만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많은 발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러시아에는 중국, 한국, 러시아와 지속적인 문화교류 사업을 하고 있고 매년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도 매년 각종 행사를 진행하며 세계 각국의 나라와 다양한 교류에 힘을 쓰고 있다.
이처럼 다른 국가와 교류하고 소통하려는 많은 노력이 있지만 아직 국제정치적인 문제로 러시아의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러시아의 이러한 애매한 지정학적 위치가 오히려 유럽과 아시아 국가를 잇고, 문화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